<김명열 기행문 47> 자메이카(Jamaica) <4>

<김명열 기행문 47> 자메이카(Jamaica) <4>
마리화나, 대마초(Reefers)

지난주에 이어서…….
어느 경우, 건강에 이상이 없고 자주 이용하지 않는다면 대개 자고 일어난 후에 보면 매우 개운하다고 한다. ‘마치 영혼의 때를 벗긴 느낌’이라고도 한다. 또한 드물게는 급작스런 우울을 겪기도 한다고 한다. 감성이 예민한 사람의 경우에는 괴로운 경험도 느끼며 특히 처음으로 접할 경우 죄책감이나 수치심이 수십,수백배 증폭되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다. 둔한사람들 이 못 느끼기도 하는 커피나 박카스에 비해 각성이 너무나 명백해서 누구에게나 효과가 금방 나타난다. 그런데 의아한 점은 의식만은 내내 또렷하다고 한다. 오히려 흡입하지 않았을 때 보다 더 맑다. 말이 안 나오는 것도 아니며 기억이 끊기는 것도 아니고 행동이 갑자기 이상해지지도 않는다. 술과는 다르게 취해도 폭력성은 나오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술을 마시고 제 부인을 때려죽인 남자는 있어도 대마초를 피우고 자기부인을 때려죽인 적은 없다고 한다. 어쨋거나 그렇다 손치더라도 이러한 약효 때문에 대마초를 피우고 흡입 하는것 자체가 불법이지만, 우리들 자신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대마의 주요 원산지는 중앙아시아다. 마약류가 모두 그렇듯이 재배 초기에는 마취제로 많이 쓰였다. 그러나 지금은 위험도가 덜하고 효과가 좋은 마취제가 많이 개발되었기 때문에 이 용도로 쓰이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씨앗을 한정으로 약으로 쓴다. 이 씨앗도 관리법이 엄격해서 씨앗의 껍질은 완전히 제거한 것만 유통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당국의 관리하에 주로 강원도에서 재배하여 삼베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산간지방, 또는 어느 시골에서는 암암리에 대마초의 원료가 되는 삼을 재배하고 있다. 목적은 오로지 삼베의 재료로만 쓰이기 위해 재배한다.
옛날 내가 태어나고 소년시절을 보낸 고향마을에서는 산 비탈밭이나 고랑밭에 삼(대마초)을 심어 재배하여 삼베를 만들어 짜기도 하였다. 이 대마초(삼)는 씨를 뿌려 심은지 3~4개월이 지나면 훌쩍 크게 자라 3~4m까지 크고 빠르게 성장하여 병충해에도 잘 걸리지 않아 살충제가 필요 없고 기르기도 쉽다. 척박한 비탈밭의 돌이 섞인 황토흙속에서도 특별히 비료나 거름을 주지 않아도 무럭무럭 잘 자랐다. 씨를 뿌려만 놓으면 그냥 잘 자랐다. 옛날 나의 어린시절인 그 시절에는 섬유(베)를 만들때 쓰는 줄기만 채취하고 나머지 잎사귀나 순, 또는 씨앗들을 모두 버렸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 삼(대마초)의 잎사귀나 순, 또는 씨앗
이 대마초 흡연의 주재료이기에, 베를 만드는 줄기는 버려도 잎사귀와 순, 씨앗은 소중히 여기고 보관을 한다. 때문에 이렇게 환각 및 마약용으로 사용하는 폐단을 막기위해 현재 한국에서는 섬유를 만드는 줄기만 수확하고 나머지는 폐기 처분하는데, 수확의 전 과정을 신약처 직원이 보는 앞에서 관리를 받으며 해야한다. 잎은 국가에서 전량 회수하여 폐기처분한다. 러시아나 캐나다, 중국 등지에서도 산업용으로 키우고 있다.
여기서 밝히는 놀라운 사실은 옛날(1940~60년대) 나의 고향마을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노인(어른)들은 많은 사람들이 한,두번씩 대마초를 피워본 경험이 있다. 삼베(대마초)를 뽑으려면 일손이 많아야 하기 때문에 일꾼도 고용하고 동네사람들이 품앗이로 모여 협동 작업을 하곤 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마초를 말아 담배처럼 피웠다. 그 당시에는 경찰이나 단속원 몰래 피운 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거리낌이나 제재없이 편안하게 대놓고 피웠다. 이렇게 부담없이 자유롭게 피울수 있었던 것은 그 당시에는 아직 대마초를 마약으로 쓸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몰랐고 경찰역시 몰라서 단속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마초를 말아서 피운 것은 각성효과 때문에 피운 게 아니라 순전히 담배대신 피운 것이다. 담배 값을 아끼려고 일꾼들이 주로 많이 피웠는데 고용주가 품꾼들에게 담배를 나눠주면 대마초를 버리고 그냥 담배를 피웠다. 이 당시에 대마초를 피워본 노인(어른)들의 말로는 기분이 좋아지고 환각현상을 일으키기는 커녕, 낙엽을 태워서 연기를 마시는 맛만 났다고 했다. 담배가 없어서 할 수 없이 그 대용으로 피웠지 맛이 있어서 피운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야생에서 재배한 삼베(대마초)가 각성효과가 없는 건 아니고, 이 어른들이 대마초 고유의 효과를 느끼지 못한 것은 우리나라 야생 대마의 THC(대마초의 사용효과를 일으키는 주 물질-델타 나인 테트라 하이드로 카나비롤=Delta -9- tetrahydrocannabinol) 함량이 극히 낮은데다가 대마는 꽃봉오리를 말려서 피우는데 우리 동네 어른들은 잎으로 피워서 그렇다. 그 때문에 세월이 많이 흐르고 난후에 나중에 정부에서 대마초단속을 시작하자 ‘이게 뭔 소리야? 그걸 피우면 기분이 좋아져? 내가 피워봤는데 안 그렇던데, 세상에 별일을 다 보네유’라고 하며 어리둥절해 했다. 순진한 충청도 촌구석 시골 농부들이 어이없어하고 어리둥절해 하는 마음을 이해할만하다. 이러한 이유로 주한 미군병사들이 한국산 대마초를 피우고 있던 사실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대마초가 정말로 마약이 맞는지? 확신이 없어서 그 샘플을 미국의 연구소에 보내어, 대마초(환각및 각성) 성분이 있다는 검사결과를 받고 나서 마약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대마초 잎을 말아 피웠는데도 전혀 환각현상이 나타나지 않으니 우리동네 시골의 농부 어른들은 ‘이게 어째서 왜? 마약이냐?’고 생각을 했을 만 하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얘기다. 심지어는 어린아이들이 심심하면 호기심이 발동하여 어른들의 흉내를 잘 냈는데, 어느 경우 동네의 친구아이들은 삼베(대마초)를 말아서 불을 붙여 피우며 어른들의 흉내를 내며 뽐낸 적도 있으니 말이다. 그것이 마약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러한 행동은 하지도 않았을것이고, 또한 어른들에게 들키면 혼꾸멍이 나서 볼기나 종아리라도 멍이 들도록 얻어맞았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재미있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얘기다.
이제 마리화나의 얘기는 여기서 끝을 맺고,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자메이카의 3R(Reggae, Reefers, Rum)중에 마지막으로 Rum주에 대하여 설명을 드리기로 하겠다.
Rum은 사탕수수즙이나 당밀 등의 제당공정 부산물을 발효, 증류, 숙성시켜 만든 증류주이다. 한때 진이나 보드카처럼 서양을 대표하는 싸구려 술이었고, 아직도 값이 싼 독한술의 싸구려 이미지가 짙다. 달콤한 냄새와 특유의 맛이 있고 알콜 성분은 44~45%의 독한 술에 속한다. 우리들을 안내하는 택시기사는 가는곳마다 자메이카의 토산품 및 관광상품이라며 그곳의 특산물을 판매하는 전문 관광상품점에 들렀는데, 그 점포마다 빠지지 않고 진열돼 있는것이 각종의 Rum주들이다. 어느 상점에 들렸더니 럼주 샘플을 작은 잔에 담아 놓고 시음을 해보라고 권했지만 우리일행들은 모두가 사양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호기심 반, 기념으로 사 가기위해 럼주병을 몇병씩 들고 나오는 사람들을 여러 사람 보았다.
몇년전에, 평소 가깝게 지내는 지인 K씨께서는 호기심으로 리쿼스토어에서 럼주를 사서 마셨다. 평소에도 독한술을 즐겨 마시는 그는 소주나 보드카, 또는 위스키, 배갈같은 알콜성분이 높은 술을 선호하여 즐겨 마시며 음미했다. 어느날 그는 이 럼주를 사다 집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과음을 했는데, 이튿날 아침 자고일어나서는 속이쓰리고 아파서 고생을 많이 했고, 그로인해 숙취가 생겨 오랫동안 고통을 겪었다. 그래서 그는 그 후로는 두 번 다시 Rum주를 마시지 않았다. 이 럼주는 증류수치고는 숙취가 상당한편이라고 그 술을 마셔본 사람들 대부분이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향을 아예 없애버리는 보드카나 약용식물의 향료로 향을 내는 진, 오래 숙성시켜 향도 낼겸 불순물도 거르는 위스키와는 달리 Rum은 원재료인 사탕수수의 향 그자체가 주된 특징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불순물을 그리 꼼꼼히 거르지 않기 때문이다. 원 재료인 아가베 향이 특징인 테킬라도 비슷한 경우이다.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080/2017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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