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기행문 38> 캐리비안 일대 크루즈 여행 기행문<1>

<김명열기행문 38> 캐리비안 일대 크루즈 여행 기행문<1>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여행, 나는 무척이나 여행을 즐기고 좋아하는 편이다. 새로운 장소, 낯선 환경, 색다른 분위기와 경관들, 그리고 목적 없는 여유로움은 현실을 벗어난 환경에 구속받지 않는 해방감과 자유로움, 아울러 답답하고 어지럽혀진 머리와 가슴속을 후련하게 새로운 공기로 씻고 떨쳐버리는 편안한 충전의 시간이 되고는 한다. 특별한 계획이나 정해진 목적지가 없어도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은 언제나 들뜬 설렘을 선물해주고는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여행의 의미에 대하여 많이도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넓은 미국 땅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보고 즐기고, 해외여행도 즐기는 나에게 어느 사람은 농담 삼아 진담으로 이렇게 묻기도 한다. 그렇게 여행을 자주 다니다보면 그 돈을 어떻게 다 감당하며 할 일들도 다 못하지 않느냐고?……….

14년 전에 한국 일주 관광을 하며 곁들여서 북한의 금강산도 여행하게 되었다. 가파른 절벽의 수십 계단 사닥다리를 타고 만물상에 오를 때는 힘이 들고 목이 말랐다. 7월말의 한여름 뙤약볕, 작열하는 태양아래 높은 산꼭대기를 오르다보니 땀은 비 오듯이 흘러내렸고 몸속의 수분이 빠져나가다보니 금세 목이마르고 갈증이 생겨났다. 챙겨 넣은 물병은 금세 동이 났고, 물 한 병을 다 마시고나니 얼마 후에는 아랫배가 불러오고 소변이 마려웠다. 만물상 정상에서 바라보는 이곳의 모습은 과연 갖가지 모습을 갖고 있는 형형색색의 기괴한 바위와 암석들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수천, 수백 가지의 각양각색의 이러한 바위들의 형상을 보고서 아마 이곳을 만물상이라고 이름 지어 부르나보다.

그러나 미국의 웅대하고 거대한 바위나 암벽들의 형상들에 익숙해져있어서 그런지 북한의 만물상의 모습들은 마치 손바닥 안에서 보는 형상의 자그마하고 오밀조밀한 조형적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쨌거나 만물상이 어떤 곳이며 어떠한 모습의 바위들인가의 의문점과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좋은 견학의 여행이 되었다. 만물상을 다 구경하고 나니 생리적인 현상을 억제하기가 힘들어졌다. 급히 계단을 내려와

아랫녘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공중화장실을 찾게 되었다. 나무판자로 지어 만든 간이 화장실은 옛날의 재래식 화장실을 연상케 했다. 문 앞에 다다르니 군복차림의 경비원이 앞을 막으며 돈을 요구한다. 얼마냐고 물으니‘1달러’라고 퉁명스럽게 답한다. 용변이 급하니 돈의 고하를 따질 여유가 없었다. 이곳 금강산 특구 관광지역에서는 오직 미화 달러만이 통용된다. 1달러를 지불하고 소변을 보고나니 세상이 다 편해진 느낌이다. 북한의 외화벌이는 이런 곳에서도 철저하게 시행되고 있었다. 경비원 두명을 뒤로하고 나오는데, 뒤에서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소리가 귀에 들려온다. ‘우리야 돈을 벌어서 좋디만서두 저 동무는 오줌 한번 눗는데 1달러를 주는 것은 돈 주정이디 돈이 아깝지 않니?…..’ 그렇다. 맞는 말이다. 소변 한번 보는데 1달러를 지불 하는 것은 정말로 그들의 말대로 돈이 아깝다. 그런데 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것뿐만 아니라 다른 것에서도 경비는 많이 필요하고 또 필요에 의해서 돈은 꼭 써야한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비싼 돈 들여서 아름다운경치를 보는 것만이 여행의 전부라면 차라리 편안한 집안에 앉아서 TV여행 프로그램이나 실컷 보고 있는게 낫다고…….. 사람들은 종종 같은 공간 같은 경험 속에서 모두가 같은 것을 느낀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같은 영화, 같은 그림, 같은 문학(글)을 보더라도 각자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 판단이 다르듯이 여행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곳을 둘러보고 새로운 모습들과 환경, 풍물을 감상하며 새롭게 대하는 것들에 대한 촉감을 느껴보고,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새로운 사람들의 말씨와 정을 느끼는 것들…….말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하나하나의 무언가들이 내 여행을 설명해주는 일부일수도 있겠지만 그것들이 전부는 아니다. 같은 장소를 같은 사람이 가더라도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있듯이 나의여행은 낯설음과 새로움에 대한 기대인 것 같다.

지지리 궁상떨면서 다니는 젊은이나 배낭족들의 여행도, 등산복을 세트로 입고 다니는 친목계나 동호회원들의 패키지여행도, 차 트렁크 속에 잔뜩 먹을 것과 일용품을 챙겨 싣고 전국 곳곳, 경관 좋은 곳을 찾아다니는 유람여행도, 큰 배를 타고 이곳저곳을 순항하며 각국을 관광하는 크루즈여행도 모두가 나름대로의 생각들과 이야기가 있어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정다운 친구나 이웃끼리 함께 여행하며 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느끼는 것들이 있어 서로 간에 나눌수 있고 그 안에서 공감을 찾아가는 것이 여행을 하는 묘미이고 의미일지도 모른다.

요즘에 보면 힐링(Healing)이라는 말을 많이들 쓰고 있다. 사람들마다 너무나 많이 쓰고들 있다 보니 이 말을 나 역시 촌스럽고 피곤해서 사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여하튼 지금세상은 힐링이 필요한 사회이고 세상이다. 현대사회가 우리의 심신을 지치고 피곤하게 만들고 있으며 영혼을 다치게 하고 있다. 심신이 지치고 상처 난 영혼을 치유하기위해서도 여행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여행을 하려면 우선 먼저 본전생각을 버려야한다. 본전생각이 나는 순간 경제활동이 되고 만다. 여가활동이 되어야 하는 건데, 경제활동을 하러 여행을 가는 것은 아니다. 즉 여가는 모든 것을 버리고 파괴하고 소비하는 것이다.

흔히들 여행은 관광이라고들 말을 한다. 맞는 말이지만, 관광은 수동적인 개념이다. 영어로 Sightseeing인데 시각적인 자극에만 국한된 개념이다. 여행, Travel은 곧 Trouble이다. Travel의 어원을 보면 라틴어로 트리팔루스인데, 고문, 고생, 고민이라는 뜻이 들어있다. 고생할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는 자유 의지가 들어있는 것이다.

재미있으니까, 즐거우니까, 신기하니까……..어쨌거나 집 문밖을 나오면 고생인데, 그렇지만 여행을 하다보면 스토리가 생겨나고, 사색이 나오고 떠오르기 때문에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얻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은 자신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배움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잠시 휴식을 위해 즐겁게 놀거나 구경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틀리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말 국어사전에는 ‘여행은 일정기간동안 볼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다른 나라에 가는 일’이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진정한 여행의 의미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래서 여행은 배움에 도전한다고 정의를 내릴 수 있다. myongyul@gmail.com <1070/20170510>

다음 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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