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반려견), 리암의 상사병(相思病) <2>

애완견(반려견), 리암의 상사병(相思病) <2>

김명열 / 칼럼니스트

 

당뇨병, 갑상선 질환, 간기능 저하, 이러한 병명(病名)은 소위 현대병으로 일컬어지는 병들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해와 스트레스, 인스턴트 푸드, 등의 현대문화생활의 산물인 이 병들이 나의생각으로는 사람들에게만 걸리는 병이고 적용되는 줄 알았는데, 말 못하는 미물인 동물, 강아지에게 이러한 낯선 병들이 한꺼번에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러한 악조건의 질병에 시달리게 된 리암은 체력이 많이 약화되고 시력도 나빠져서 앞을 잘 보지도 못했으며 오줌을 참지도 못하고 시도 때도 없이 아무 곳에서나 질질 싸고 다녔다. 그로인해 집안은 온통 악취가 풍겼고, 닦고 돌아서고 나면 또 곳곳에 똥과 오줌을 싸 놓았다.

나의 딸 아일린은 급히 서둘러 리암을 동물병원에 입원을 시켰고, 며칠 동안 입원을 하여 정밀검사와 치료를 받은 후 많이 좋아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리암이 이런 상태가 되니 그것을 보고 함께 생활하고 있는 아일린의 걱정과 염려, 근심은 태산 같았다. 이제는 예전보다 더 리암에게 신경을 썼고 먹는 음식도 완전히 건강식과 영양식, 병원의 처방전에 의한 지정된 식사만을 주게 되었다. 특별히 당뇨병에 좋은 완전 올개닉의 특별주문식단으로 꾸며져 제공해주었다. 아침 일찍 직장으로 출근하고 저녁에 늦게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기계적인 생활이다 보니 주말을 빼고는 거의가 매일같이 리암은 혼자서 하루 종일 덩그란히 혼자남아 집안에서 쓸쓸히 지내야했다. 같이 놀아줄 강아지 친구도 없고 대화를 나눌 상대조차 없이, 밖에도 못나가고 그저 그렇게 무덤덤히 심심하고 지루하게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자기의 주인인 언니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생활이 몇 년 동안 지속됐다. 그렇게 외롭고 고독하게 쓸쓸한 외톨이생활을 오랫동안 계속하다보니 우울증과 고독감, 운동부족, 나태, 퇴보감, 스트레스 등의 원인으로 신체적 침체감과 정서불안, 면역력저하 등이 쌓여서 결국은 이렇게 무서운 병들에 걸렸나? 하고 아일린은 자책감과 책임감, 후회감속에 몹시도 마음이 아팠고 불쌍한 생각에 안절부절 걱정이 되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밤들이 많았다.

온 정성과 시간, 마음을 다 기울여 꾸준히 치료를 하고 약물요법, 보살핌, 운동, 영양식, 사랑, 등으로 기도 속에 최선을 다한 결과, 리암은 나날이 병세가 차도를 보이고 건강도 매우 좋아졌으며 컨디션도 정상에 가까웁게 기운을 회복하고 전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그러한 리암을 본 아일린은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고, 눈앞에서 재롱을 피우고 안기며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품안으로 안겨오는 리암의 건강한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아일린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기쁨과 보람의 웃음꽃이 피어났고, 사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안심은 금물, 그러면서도 꾸준히 정기검진과 매일 아침저녁으로 주사를 놓고 약을 주며 영양 및 건강상태를 체크했다. 운동은 시간을 내서 한 밤중이라도 꾸준히 시켰고 몸에 좋지 않은 주전부리는 일체 주지를 않고 건강, 영양식만 주었다. 그중에 제일중요한 주인의 사랑, 언니의 사랑과 마음, 정성은 변함없이 강물처럼 쏟아 부었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같이 생활하며 즐겁고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다.

어느 듯 무더운 여름도 지나고 푸르른 녹색이 노랑이나 주황, 황금색으로 변하는 가을이 찾아왔다. 잠시 후 만산홍엽의 단풍계절도 이별을 고하며 만추(滿秋)도 얼마 남지 않은 11월의 하순, 추수감사절 연휴기가 되었다. 매년 이맘때 추수감사절 연휴기간이 되면 리암은 길고도 추운겨울이 지속되는 시카고에서 언니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따듯한 남쪽지방인 플로리다 탬파 나의 집으로 겨울휴가 겸 피한(避寒)의 겨울나기를 온다.

작년 2016년 추수감사절연휴에도 리암은 짧은 휴가를 맞아 부모님 집에 오는 언니를 따라 나의 집에 왔다. 작은 케이지에 담겨 나타난 리암은 건강해보였다.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본 리암은 짧은 꼬리를 흔들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다리에 와서 엉기고, 멍멍 짖고, 펄쩍펄쩍 뛰고, 온갖 재롱을 다부리며 반갑다고 난리다. 너무나 그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할머니의 품에 안긴 리암은 마냥 행복한 모습을 얼굴에서 지우지를 않는다.

시카고의 제집에서는 고층빌딩속의 한정된 콘도 방안에서 행동의 제약을 받으며 살아온 리암에게는, 탬파의 내 집은 리암에게 지상낙원인 곳이다. 따듯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넓은 정원, 부드러운 금잔디, 흙으로 뒤덮인 마당, 등은 리암이 마음대로 뛰어놀고 오줌, 똥을 아무 곳에나 누어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야단도 치지 않고 치워주는, 부담 없이 놀고먹고, 더우면 수영장에서 물놀이할 수 있는 편안하게 쉬며 즐길 수 있는곳, 바로 이곳이 리암에게는 지상낙원인 곳이다. 이러한 자연조건이 완전하게 갖춰진 내 집에 리암은 오자마자 집 주위를 한바퀴 돌며 곳곳에 오줌을 눠가며 전에도 와서 놀고 생활했던 자기의 영역을 다시 확인하여 놓는듯이 곳곳을 킁킁대며 돌아다녔다.

오랜만에 할아버지 집에 온 리암을 위해서 특별히 한국식품점에서 사다놓은 갈비를 맛있게 구어서 언니, 할머니, 할아버지 이렇게 4식구가 정답게 저녁시사를 나눴다. 리암을 위해서 미리 리암의 생활도구나 먹는 음식은 이미 모두 구비해 놓은 상태라 리암은 아무 불편이나 부족함이 없이 칙사(?)대접을 받으며 매일매일을 즐겁고 재미있게 보냈다.

비포장돤 흙먼지 길을 언니와 함께 숨이 차게 달리면서 누가 더 빨리 먼저 달려가 나를 경주하며, 목이마르면 물병에서 따라주는 생수를 맛있게 받아먹고, 길가로 기어 나온 바다 거북이를 보고는 코를 킁킁대며 신기한 듯 주위를 맴돌기도 했다. 따듯한 햇살, 파아란 하늘, 사철 푸르른 녹음의 자연, 아름다운 꽃,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랫소리, 이모든 환경과 요소들이 우중충한 하늘과 살을 외이듯이 칼바람으로 몸을 후려치는 시카고에서는 느낄 수 없고 볼 수 없는 자연의 풍요로운 하나님의 선물인 것이다. 리암은 그런 것을 알기라도 하듯이 제 언니와 함께 며칠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기고 누렸다. 며칠 후 짧은 연휴를 마치고 언니는 시카고 집으로 리암을 남겨두고 훌쩍 떠나갔다. 올해의 연말과 연초에는 회사일이 너무 바쁘고 산적해있어서 다시 탬파에 내려오기는 어렵다는 인사말을 남긴 채 그렇게 리암의 주인, 언니는 비행기를 타고 떠나갔다. 사랑하고 정들은 언니가 떠나가고, 우리부부는 언니가 없는 리암이 쓸쓸하고 힘들어할까봐 온갖 정성과 마음을 다 기울여서 리암을 돌보고, 아침, 낯, 저녁시간으로 리암을 데리고 산책하고 운동을 시키고, 시간 맞춰 주사를 놓고 약을 주고, 건강식을 먹이고, 같이 놀아주고, 하며 리암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주었다. 심지어는 교회에 갔다가도 예배가 끝나기가 무섭게 쏜살같이 집으로 향했다. 교우들과 친교시간도 생략한 채, 리암을 위해서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어느 날 나는 볼일이 있어 시내에 나갔다가 점심시간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오니 구수하고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주방을 보니 집사람이 엊그제 홀 푸드에서 사온 올개닉 닭가슴살을 물에 삶고 있다. 부드러운 소고기 안심살도 굽고있고……. 옷을 갈아입고 차려놓은 식탁에 앉아보니 안심살과 닭고기는 보이지 않고 나물무침과 김치, 생선구이, 된장찌개 등만 올려져있다. 집사람에게 물었다.”여보, 조금 전에 고기를 굽는거 같았는데 닭고기, 소고기가 보이지 않네” 나의 묻는 말에 집사람은 물주전자를 옆에 놓으면서 고개짓으로 저편 아래쪽을 가리킨다. 그곳을 보니 리암이 조금 전에 삶고 구운 닭고기와 소고기를 맛있게 먹고 있다. 이어서 집사람의 하는 말 “딸한테 혼나지 않으려면 맡겨진 리암을 건강하게 돌봐 내년 3월달에 무사히 잘 같다줘야죠. 나머지 고기들은 저녁에 리암 줄려고 저기에 담아놓았어요”

그 말에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 남편이 개만도 못하단 말인가? 과연 개팔자가 상팔자로구나”하고, 하고 싶은 말을 꿀꺽 목구멍 속으로 삼켰다. 괜스리 한마디 했다가는 본전도 못찾을 것이 뻔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집사람에게 리암 다음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뭐든지 리암이 먼저이고 나는 나중이다. 아침에 일어나 개밥을 먼저 차려주고 나의 아침밥상은 개가 밥을 다 먹고 난 다음, 리암이 산책과 운동을 끝내고 난 다음에 아침식사를 할 수 있게 된다.

집사람의 하는 말씀 왈 ‘여보 잠시 동안이니 이해하시고 리암이 건강해져서 시카고에 가면 당신 딸이 덜 고생하게 되니 딸을 위해서도 참고 봐주세요’. 이러한 말에 나는 더 항변(?)을 포기했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고, 선을 베푸는 사람에게 축복이 따른다고 했으니, 모처럼 성인군자 한번 돼보자. 이렇게 마음을 비우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이후로 우리부부는 합심단결(?)하여 지극정성으로 리암에게 올인 했다.

옛날 아일린이 어렸을 때 자식을 돌보는 마음과 사랑을 이제는 애완동물인 리암에게 쏟게 되었다. 밤에 잠을 자다보면, 리암이 오줌이 마려우면 나의침대 곁으로 와서 끙끙대며 용변을 보고 싶다고 몸짓을 보낸다. 잠귀가 밝은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잽싸게 일어나 리암을 데리고 출입문 곁으로 가서 문을 열어준다. 그러면 리암은 혼자서 쪼르르 달려 나가 앞마당 잔디위에 오줌을 누고 이내 집안으로 들어온다. 용변을 집안에서 보지 않는 리암이 대견하고 신통하다. 길을 건널때는 ‘기다려’하면 말을 알아듣고 자동차가 지나갈 때까지 얌전히 앉아서 기다려준다. 밖에 산책과 운동을 하고 돌아오면 으레 발을 씻는 것으로 알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수돗가에 가서 네 발을 깨끗이 씻고 난 다음에 집안에 다닌다. 이러한 생활 속에서도 우리부부는 시간 맞춰 주사를 놓고 먹을 것을 주며 당뇨약, 갑상선약, 간기능 보호 약 등을 먹이는 것 역시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빨리지나 어느덧 감사와 축제의 달인 11월과 12월도 지나고 1월중순이 되었다. 리암이 나의 집에 온지가 어언 두달이 되었다. 매일같이 명랑하게 뛰어놀고 잘 먹으며 활발하던 리암이 어느 날부터 차츰차츰 기운이 없어 보이고 음식도 잘 먹지 않으며 몸도 쇠약해져갔다. 눈도 더 잘 보이지 않는지 저녁이 되면 길을 가다가 나무에 부딪치는 경우가 잦았다. 또한 특이한 현상으로 밤에 자다가 일어나 오줌을 누는 횟수가 늘어났다. 하룻밤에 한번 내지 두 번 정도를 용변을 보았는데 요즘 들어서는 3~4번으로 늘어났다. 이러다보니 나는 잠을 자다가 서너번씩 일어나 강아지의 용변을 도와야했다. 잠을 깨고 나면 금방 잠이 오지 않으니 뒤척뒤척하다보면 또다시 리암은 용변을 보겠다고 곁으로 온다. 이러다보니 밤을 거의 뜬눈으로 지새울 때가 많아졌다.

이제는 할 수 없이 집사람과 교대로 리암의 용변을 도왔는데,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너무나 힘들고 버거웠다. 낮에는 졸음을 참기위해 커피를 몇잔씩 마시기도하고, 토끼잠을 청하기도 하는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어느 날은 꼬박 밤을 새우고 새벽기도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런 날이 여러번 생겨나다보니 교회에 가서는 졸음이 와서 견딜 수 없이 힘들어했다. 주일날 목사님의 설교 시간만 되면 쏟아지는 졸음에 허벅지를 꼬집은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밤에 잠을 못자가면서 용변을 여러번 보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제는 낯에도 용변을 참지 못해 집안 아무 곳에나 똥, 오줌을 눟는다 그러다보니 얼마 전에 비싸게 주고 사다 깔은 대형 럭(Rug)이 리암의 오물로 얼룩져 악취가나고 보기가 흉하게 변해버렸다. 작은 럭들도 마찬가지가 되었고, 마루와 타일바닥은 수시로 용변을 보는 리암의 배설물로 더러워졌다. 이렇게 되니 우리 집에 놀로 오겠다는 사람들도 오라고할 수 없게 되었고, 집안은 날마다 대청소날이 되었다.

시카고에 있는 딸에게 자문을 구하며 리암의 상태를 설명했다. 딸의 말인즉 속히 리암을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검진을 받으란다. 그 말을 듣는 즉시 리암을 데리고 집에서 멀지않은 동물병원(가축병원)에 갔다. 리암의 상태를 검진한 수의사 얘기가, 리암의 건강상태가 너무나 악화되었다고 한다. 당뇨, 갑상선, 간기능, 시력 등등이 모두 나빠졌다고 한다. 며칠간 입원을 시키고 상태를 지켜봐가며 검진을 해야 한다고 한다. 리암을 입원시키기로 했다. 돌아서서나오는 우리부부를 힘없는 눈빛으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리암의 모습을 보자 눈물이 왈칵 솟아났다. 불쌍한 것,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면 소, 대변도 못 가렸을까? 하는 생각에 머물자 목이 메었다. ‘우리가 잘못해줘서 저런 고생을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나 아프고 슬프다.’ 돌아서서 병원 문을 나서는 우리의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겁다. 그날 저녁은 리암이 불쌍해서 잠을 이룰수 가 없었다.

<1065/04052017> myongyu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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