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나무와 우리 인간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따가운 햇볕이 내려쬐는 한낮, 공원의 숲속 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산책로를 걸으면서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주는 나무들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꼈다. 나무, 나무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주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다. 깨끗한 공기를 주고 아름다운 경치를 주며 맛이 있으면서도 영양가가 높은 열매를 주고 나중에는 몸까지 바쳐서 목재를 주고 종이를 주며 땔감까지 준다. 게다가 나무는 죽어서도 숲의 생태계를 풍요롭게 해주는 존재다. 죽은 나무에서 구더기와 버섯이 살면서 죽은 나무를 서서히 썩게 하고 흙과 섞일 수 있게 분해를 해주며, 그동안 구더기를 잡아먹는 작은 새들이 날아오게 하고 그 작은 새를 잡아먹는 매와 독수리, 부엉이가 날아오게 만들어 숲속 먹이사슬의 밑거름이 되어 주는 것이다. 정말로 나무는 자기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셀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는 제목 그대로 주인공인 과일나무가 한 아이에게, 어렸을 때엔 그늘과 과일을 주고 청년시절엔 집을 지을 나뭇가지를 주고 장년시절엔 배를 만들 몸통(줄기)을 주며 나중에 노인이 되었을 땐 편히앉아 쉴 밑둥까지 아낌없이 모두다 내어준다는 얘기이다.
어리석은 세상 사람들에게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라고 가르쳐 주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무처럼 살아가지 않으려한다. 배려하고 양보하고 이해하기보다는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으로 손익계산을 따지며, 서로 이해하기보단 자기의 주장만 내세우며 타협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어떤 위기에 부딪치면, 창의적으로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현실을 비관하며 자기의 운명만을 탓하기 일쑤다.
미래의 장밋빛 청사진보다는 당장의 배고픔과 고통을 못 이겨 코앞의 이익에만 매달리고 마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빨리빨리를 외치며 남들보다 한 발짝이라도 앞서가려고 애를 쓴다. 남에게 뒤지면 인생의 낙오자라도 되는 것처럼 안달복달이 나서 난리들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온갖 일등들이 넘쳐난다. 성적도 일등, 진학도 일류대학, 회사도 일류기업, 결혼도 일등 신랑, 신부…….. 그러나 세상의 진실은 그게 아니다. 서두른다고, 남보다 한 발짝 앞서 먼저 간다고 하여 반드시 성공을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로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지는 법이다. 남보다 한발 뒤졌다고 해서 그 사람이 성공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남들보다 조금 뒤졌다고 기죽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때때로 자기의분수를 알지 못하고 허황된 꿈에 사로잡혀 소중한 인생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일등주위에 사로잡혀서 무조건 위로만 올라가려하고, 서로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싸우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곧 성공의 길이며 행복해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꼭 높은 산에 서있어야지만 우리 손으로 구름을 만지고 또 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성공과 행복은 그리 높은 곳에 있는 게 아니다. 성공과 행복은 항상 나의주변에 머물러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무의 안분지족(安分知足)을 배워야한다. 자신의 현재 처지를 깨닫고 자기가 맡은 일에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있는 당신의 그 자리에서 남들보다 더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는 일이야말로 성공과 행복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용기와 도전의식까지 버리라는 것은 아니다. 자기의 능력에 맞게 처신하라는 얘기이다. 그리고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건 바로 나 자신이다. 이 세상을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살아줄 수는 없다. 무슨 일을 하든지 자신의 마음과 의지로서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
매년 여름에 보면 비바람, 폭풍이 언제나 여러 번 나무를 세차게 흔들고 때로는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며 지나간다. 고난과 시련, 위기는 우리가 원해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떠한 어려움과 시련 ,괴로움이 닥쳐온다 하더라도 자신이 계획한일을 끝까지 실행해야한다.
미래의 장미빛 청사진을 꿈꾸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도전의식으로 반드시 완성시켜야한다. 무슨 일이든 중도에서 멈추면 시작하지 않은 것만 못하니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나무들 중에 쓸모없는 나무는 단 한그루도 없다.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나무일지라도 제각기 맡은바 소임을 다하고 돌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나무는 커녕 짐승만도 못한 사람들이 세상에는 독버섯처럼 퍼져있기 때문이다. 서로 속이고 빼앗고 배신하고 사기치고 죽이며………. 돈 때문에 친구를 죽이고 남편(아내)를 죽이고 자식을 죽이며 자기의 부모를 죽이는 패륜아까지 있다. 이제는 그만 우리사람들은 저기에 서있는 나무들처럼 유익하고 꼭 필요한 사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나무의 인생을 나의인생으로 접목시키며 살아가자.
우리네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서로 간에 관계를 맺고 사는 존재인 까닭이다. 이때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서로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그래야만 살기 좋은 세상이 될 수 있음은 당연한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기중심적인사고로 상대를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 오해와 불신이생기고 미움과 원망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원만한 소통이 이루어질 때 서로를 이해하게 되어 좋은 관계가 유지된다.
우리의 조상들은 큰 나무 아래서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빌기도 했다. 누구는 이러한 행위를 미신이라고 말하기도하지만 이것은 자신을 낮춘 겸손함이 배여 있는 의식이었다.
이 의식 속에는 하늘을 가장 절대적인 존재로 인식한 조상들의 생각이 배어있고, 나무를 사람보다 더 높이 생각한 넓고 깊은 마음이 깃들어있었던 것이었다. 나무를 인간보다 더 우월한 존재로 생각하고 바라보았던 우리선조들의 바라봄의 방식처럼 인간이 인간을 바라보고 인간이 자연을 바라본다면 참으로 좋은 사람,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myongyul@gmail.com <991/0909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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