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은 원래 지키면 상을 받고, 지키지 못하면 벌을 받는 법칙이다.
내가 행한 결과에 대해서 내가 책임을 지는 법칙이자 방법이 율법이다.
잘하면 상 받고 못하면 벌 받는 것이 율법이라면, 은혜는 내가 행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지 않는 것이다.
은혜는, 나에게 그 복된 결과를 가져온 것이 나로부터 출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는 단어이다.
즉, 나에게 그럴 만한 원인이 있어서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자랑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행위란 ‘행동’이라는 뜻이 아니라 ‘인과율’이라는 의미다.
어떤 결과이든 반드시 그 원인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법칙은 어느 결과든 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원인을 만들기만 하면 그 결과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믿음이란 원인 없이 결과가 생기는, 하나님의 참으로 신비로운 법칙이다.
우리가 얻은 어떤 결과에 대해 아무런 원인이나 이유가 내게 없을 때 그것을 은혜요, 선물이라고 하는 것이다.
성경은 이러한 의미에서 구원의 방법으로서의 믿음이라는 법칙을 행위와 대조시키고 있다.

이것을 구원의 확신 쪽으로 적용해 보면 그 의미가 더욱 확실해진다.
여러분은 구원을 무엇으로 확신하십니까?
‘저는 예수를 믿습니다’
‘저는 죄인임을 인정하고 회개합니다’
이런 답들은 모두 훌륭한 답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구원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성경이 그토록 집요하게 지적하는 율법이요 행위 곧 인과율이 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결과 그 자체만으로 확실치 않을 때 원인을 점검한다.
결과가 분명치 않아 보여도 그 원인이 분명하면 우리는 결과를 확신할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의 구원을 확신하기 위해서 인과율을 동원할 때는 참으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아무리 뒤져보아도 자신의 구원의 결과를 확증할 원인이 없는 것이다.
특히 어려서부터 믿는 가정에서 자라나 신앙적인 분위기에 늘 싸여 있었던 사람들은, 중간에 믿게된 사람들처럼 ‘어느 날 어느 때에 예수를 영접했다’느니, ‘통곡하며 회개했다’느니 하는 등의, 원인으로 도용할 만한 체험조차 없기에 당황하게 된다.
인과율 외에 믿음의 법칙이 있음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구원을 인과율로 점검할 수밖에 없고, 그러고 나면 구원을 얻을 이유도 없고, 그래서 구원을 얻은 결과도 없다는 사실만 확실해진다.
성경은 말한다.
하나님께서 구원이란 결과를 우리가 얻도록 하시기 위해 우리에게 원인을 요구하시지 않고 하나님 쪽에서 준비하셨다.
즉, 예수 그리스도를 원인으로 하여 그 결과는 우리가 갖게 한 것이다.
이런 법칙이 어디 또 있는가?
놀라워하고 의심하는 것이 당연하다.

고린도전서 1:18이하에서 십자가를 ‘하나님의 지혜’라고 말한다.
우리의 구원의 원인은 늘 그리스도요, 그의 십자가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얻은 구원을 ‘은혜’라고 하고, ‘믿음으로 구원 얻었다’고 말한다.
성경은 구원을 이야기할 때마다 ‘자랑’이라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갖다대고 분별한다.
즉, ‘네 구원에 대한 자랑이 있느냐, 없느냐?’를 구별하는 것이다.
자랑이라는 표시가 리트머스 시험지에 나타나면, ‘너는 지금 믿음을 원인으로 집어넣고 있구나’라고 말하는 것이다.
믿었기 때문에 구원을 얻었다는 것은 믿음의 대가로 구원을 얻었다는 뜻이 된다.
이같이 믿음을 그 원인으로 집어넣을 때 ‘행위’가 된다.
율법 대신에 믿음을 집어넣었을 뿐이다.
단어만 달라졌을 뿐이지, 법칙은 행위의 법칙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성경은 ‘율법’, ‘행위’, ‘자랑’을 한편으로 설명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은혜’, ‘선물’, ‘긍휼’을 말한다.
또한 ‘행위’에 반대되는 말로 ‘믿음’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율법’의 반대어로 ‘복음’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래서 바울은 후자의 영역에 속하는 단어들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시키기 위해서 ‘율법 이외의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 구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구원이 무엇인가 정의할 때, 그것은 ‘은혜다’. ‘복음이다’, ‘긍휼이다’, ‘믿음이다’라고 이해하기 앞서 ‘율법이 아닌 것’이라는 일차적인 기초를 세웠으면 한다. <952/1119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