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나의 마지막 소원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며칠 전에 2013년을 보내는 연말을 보냈다. 연말이 되면 시작과 끝의 기로에서 사람들의 들뜬 분위기에 덩달아 취하다보면 정말로 무슨 특별한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한해의 끝이든, 인생의 끝이든 끝을 내달릴수록 남은 시간동안은 그동안의 내가아닌 특별한 삶을 산다거나 무언가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 듯하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과감히 하면서. 어느 사람은 자기의 전 재산을 자선단체나 자기가 평소에 관심을 가졌던 학교나 사회단체, 또는 은혜와 사랑을 베풀어준 사람에게 헌납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차피 죽어갈 인생, 한번뿐인 인생인데 후회 없이 즐기고 가자는 막가파인생도 있고 조용히 삶을 마무리하며 주위를 정리하고 떠나는 사람도 있다.
가수들이나 연기자들이 이따금씩 소원을 말할 때 죽는 순간까지 무대 위에 있고 싶다는 이야기를 곧잘 한다. 하지만 그걸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글을 쓰다 보니 나 역시 문득 나의 마지막소원은 무엇일까? 궁금증이 생긴다. 죽음을 앞두지 않고서는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소원이 될듯해서 고민이 된다.
오늘은 여러분들께서도 한번쯤 생각을 해보시는 것이 어떨지 질문의 말씀을 던져본다. 나의 삶의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게 할…..그 질문을………..
당신의 마지막소원은 무엇입니까? 시한부 삶을 선고받는다면 당신은 지금부터 무엇을 하겠습니까?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쉽게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천천히 걸어 희망으로”란 책을 쓴 쿠르트파이페씨는 평생소원이자 마자막 소원이 유럽 장거리 걷기 여행이라고 망설임 없이 말한다.
하지만 그의 소원은 위험천만한 모험이다. 쿠르트파이페씨는 대장암말기환자다. 겨우 6개월 시한부 삶을 선고받고 수술을 받은 지 3주만에 그는 여행을 시작했다. 배에는 인공항문을 매단채 앞뒤로 배낭을 짊어 메고 혼자 길을 나섰다.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평생의 소원이던 여행을 하기로 했다. 길 위에서 죽는 것은 운명이라 생각했다. 의사들도 반대하고 가족과 친구들도 반대했지만 죽음을 앞둔 사람의 장엄한 선택을 그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그의 직업은 정원사였다. 14세부터 시작한 그 일을 이제 그는 더 이상 하기가 싫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환자가 되어 그냥 누워있기는 싫었다. 그리고 집안일도 더 이상 하기가 싫었다. 그냥 떠나고 싶었다. 뭔가 새로운 일, 아직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는 지금 64살, 그는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가 반대했다. 건강한 몸도 아니고 대수술을 받은지 불과 3주만에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남편을 고이 보낼 아내는 이 세상에 없다. 그러나 그는 “내 마지막 소원이오.” “그렇다면 신의 뜻에 맡겨야지요.”
아내가 마침내 축복의 말을 해주었다. 아내의 찬성이 없었다면 그는 여행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내의 찬성에 그는 의기충천했다. 그가 계획한 길은 덴마크~독일 국경에서부터 출발해 이탈리아 로마까지 3350Km였다. 166일간 매일 20여 킬로를 걸어야했다.
“과연 내가 그렇게 멀리까지 갈 수 있을까?” 그러나 실제의 목표는 로마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떠나는 것 그 자체였다. 걷다가 날이 저물면 외양간이든 헛간이든 차고 등에서 묵었다. 때로는 남의 집 정원에 텐트를 치고 별이 빛나는 하늘을 지붕 삼아 지친 하루를 쉬어갔다.
암으로 인해 극도로 육체가 약해진 상황에서 쿠르트씨는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고 넘어지고 구르고 쓰러졌지만 절망하지 않고 묵묵히 한걸음 한걸음씩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하는 동안 그는 순례자가 되어갔다.
그리고 166일째 되던 날 목적지에 도착해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결국 그는 로마까지 왔다.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따라 두려움과 절망을 뒤에 두고 마지막기회를 힘껏 붙잡았다. 그는 그 길에서 내면에 있는 놀라운 힘을 발견했고 그 힘을 한껏 발휘하고 활용했다.
여행의 끝에 그는 일생동안 스스로 만들었던 일상의 강요와 속박에서 눈먼 삶을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꿈을 이루기 위해 죽음과 맞섰던 용기는 그에게 더욱더 생생한 삶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아직 살아있다. 그가 우리에게 전하는 말이다.
7년 전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인들의 감동의 눈물을 흘러내리게 했던 백혈병에 걸린 한 소년의 마지막소원이 떠오른다. 당시 11세의 브랜든은 2007년 백혈병 선고를 받은 후 2008년 11월초에 2주밖에 남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됐는데, 그는 이후 항암치료를 중단하면서 몸을 제대로 가누는 것도 힘에 겨워 병상에서 사투를 벌렸다. 죽음을 앞에 둔 사람들에게는 어느 누구에게나 두려움과 불안이 쌓이고 공포심에서 마음의 안정을 못 찾고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브랜든 포스터 소년은 담대하게도 엄마와 주변의 이웃들에게 샌드위치를 함께 만들자고 하여 2백인분의 샌드위치를 만들어 시애틀 다운타운의 노숙자들에게 제공해 주게 된다.
이러한 소식이 입을 타고 전해져 금방 CNN등의 매스컴에 소년의 선행이 소개됐지만, 죽음의 그림자를 피해갈 수 없었던지 2주후에 그 소년은 하늘나라의 천사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소년의 선행의 사연들은 네티즌들의 짧은 시간동안 격려의 메시지와 함께 6만 달러의 성금을 모금했고 소년의 ‘마지막 소원’처럼 그 돈 모두가 온전히 노숙자들의 식사제공에 뜻 깊게 쓰였다고 한다.
성금 모금과 함께 샌드위치를 배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늘어났고 샌드위치 겉봉에는 “사랑해 브랜든”이라고 쓰여 있다 소년의 사랑이 가득 담긴 샌드위치는 순식간에 미국전역에 퍼지기 시작했고 2주간 3500여명의 노숙자들이 혜택을 입었다고 한다.
특히 그는 CNN등 방송사와 마지막 인터뷰에서 “저는 행복했습니다. 숨이 멈추는 순간까지…”라고 말해 미국은 물론 이 소식을 접한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렸다고 한다.
세상에는 세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첫째는 꿈만 꾸는 사람, 둘째는 꿈도 없는 사람, 셋째는 꿈을 이루는 사람이다.
인간에게 꿈이란 살아있다는 것의 다른 이름이다. 거기에 한발 더나가 꿈을 이룬다는 것은 출발은 자신에게서부터 이지만 결국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쉽게도 위의 세 가지 부류의 사람이 아니다. 별도로 말하자면 네 번째 부류의 욕심 많게도 많은 꿈을 이루고 싶은 사람이다.
우리는 뭔가를 성취하기 위해서 때로는 뭔가를 희생하기도 해야 한다. 평소에 그런 훈련이 잘된 사람만이 좋은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이렇듯 우리의 삶은 좋든 싫든 끊임없는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 연속적인 모습의 선이 결국은 자신의 미래의 모습일 것이다. 당신의 마지막 소원이 성취되는 삶을 마칠 수 있다면 당신은 인생을 복되고 보람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겠다.
2014년 새해에는 독자여러분들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지는 한해가 되시길 빌겠다. <myongyul@gmail.com> 911/0108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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