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칼럼> 마이애미지역 한인사회의 옛 모습 ( 21 )

<김현철칼럼> 마이애미지역 한인사회의 옛 모습 ( 21 )
“남편이 공관장 부인과 바람나 이혼했으니 기사 써라“?

드물게 덕망이 출중한 총영사가 새로 부임했다.
해외 공관장으로 흠 잡을 데가 없는 영어 구사 능력, 듬직한 외모, 겸손한 자세, 훌륭한 학벌, 무게 있는 처신 등으로 현지 동포들은 ‘저런 분이 항상 이곳 공관장으로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입을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이 공관장의 부인이 내가 잘 아는 현지 기업인 한 분과 골프장에서 눈이 맞아 바람이 났다. 기업인 부인이 신문사에 찾아와 그 바람에 이혼을 했다면서 자세한 증거를 제시하며 이 사실을 보도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나는 분해서 어쩔 줄 모르는 이 분께 “미국의 연방대법원 판례가 유명한 공직자나 정치인의 부인이라고 할지라도 본인이 스스로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조용한 가정생활만을 해 왔다면 공인으로 취급 될 수 없는 것이다. 공관장이 직접 문제를 일으켰다면 몰라도 부인은 다른 공적인 일을 하는 분이 아닌 순수한 가정부인인데 어찌 보도할 수 있겠냐? 뉴쓰 가치 미달이다”고 대답했다.
이혼한 부인은 마구 화를 내면서 “다른 지역에서 나오는 신문에는 공관장 부인 사건이라 해서 이 사실이 보도되는데 왜 평소 불의와 부정을 빠짐없이 보도하는 이 고장 신문이 이 문제만은 기사가 안 된다는 거죠?” 하며 끈질기게 기사화할 것을 요구했다.
나는 또다시 이 분에게 “우리가 사는 이곳은 간통죄가 없는 미국 플로리다가 아니냐? 법에서도 그런 문제는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라고 간통죄마저 없애버렸는데 만일 이 내용을 보도하면 상대방 부인이 신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신문이 패소한다. 평소 얼마나 금슬이 좋은 부부였냐? 똑똑한 외아들을 보아서라도 일시적으로 바람을 피운 남편이 얼마 후면 집으로 돌아 올 텐데 그 때 재결합하게 되면 오늘 신문에 터진 것을 그 때 가서는 후회할 것이다. 기사가 터지지 않은 것을 그 때 가면 다행이었다고 생각할 것이다”며 다독였다. 이 부인은 화를 마구 내면서 재결합을 하다니 나를 뭐로 보느냐? 며 한동안 씩씩거리다가 돌아갔다.
며칠 후 보니 역시 다른 지역신문에는 이 사건을 1면 머리기사로 크게 보도해 내 눈을 의심케 했다. 이른바 ‘황색신문'(Yellow Paper)의 전형이었기 때문이다.
황색신문 또는 황색 저널리즘이란 신문의 인기와 판매만을 주목적으로 범죄사건-스캔들-까십-섹스문제 등과 연예 오락관계 기사를 중점적이고 선정적이며 흥미본위로 보도하면서 커다란 제목과 사진을 즐겨 사용하는 성향의 신문을 말한다.
얼마 후 이 고장에서 원만한 성격의 지식층 인사로 알려진 내 나이 또래의 아무개 박사를 만났다. 이 분이 대뜸 하는 소리가 “나는 물론이고 많은 지식층 인사들이 김형 신문을 좋아해요. 다른 신문처럼 흥미 본위로 공관장 부인 사건을 보도했더라면 다시는 김형이 발행인으로 있는 신문을 안 봤을 거요. 아니, 가정부인이 바람피운 사실을 보도하는 신문이 신문이오?” 했다. kajhck@naver.com <890/201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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