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피는 못 속인다. 역시 백범의 손자다. 

▲김양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8일 오전 대전현충원 현충탑을 참배, 분향하고 있다.

▲김양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8일 오전 대전현충원 현충탑을 참배, 분향하고 있다.


<김원동칼럼> 피는 못 속인다. 역시 백범의 손자다. 

백호(白虎)의 위용인가 만만찮다. 뭔가 좋은 그림들이 많이 보인다. 이래저래 2010년 경인년은 희망의 대박이 쏟아질 듯하다. 뭔가 잡힐 듯 엄청 기대가 가는 예고편 풍년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새해벽두(1월 8일)부터 정부의 한 각료가 대통령의 무질서한 대일(對日)즉흥외교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오는 종전에 못 보던 예사롭잖은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신바람이 절로 난다. 이건 정말 끝내준다. 대통령이 정하는 대로 군말 없이 굽실거리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지는 빈틈없는 하향식 구조로 짜여있는 한국 땅에서 매사 비판이나 이의 없이 남들 하는 대로 성은이 망극합니다만 외치던 그 땅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 벌어졌다. 각료 중에 한사람인 김 양이라는 국가보훈처장이 아키히토 일왕(日王)초청이라는 대통령이 결정했고 적극 추진하고 있는 외교 사안에 조건부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정면에서 반대하는 발언을 하고 나왔다.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국가정체성을 주관하는 업무부서의 책임부서장으로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그는 할 말 해야겠다는 강력한 입장을 표명했다. 대통령에게 재고(再考)를 요청하는 것도 아니고 분명히 반대라는 강력한 입장을 피력하고 나온 것이다.
특히 경술국치 100주년을 맞는 해에 대통령이 아무런 역사의식도 없이 일방적으로 미래지향적 운운하며 일왕을 초청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안중근 의사 순국(殉國)10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가 심혈을 기우리고 있는 안 의사의 유해 발굴 문제만 해도 그들은 협조는커녕 1년이 지나도 회신거부로 외면하며 묵묵부답이다. 그리고 몇 십 몇 백만명의 한국인 희생에 대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솔직하고 진정한 사과가 전재되지 않는 일왕의 방한에는 반대한다며 과거사 청산문제가 우선이라는 분명한 의사를 달았다.
건국 후 오늘까지 그 긴 세월 어느 대통령하의 어느 각료가 대통령이 결정한 외교정책에 이렇듯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하는 이가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더러는 소신껏 해보려다 최고위층과의 견해차이로 주무장관으로서의 하나마나한 정책 제안이 수포로 돌아갈 때 조용히 자리를 뜨는 각료들은 극히 드물지만 있어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역사관이나 국가관이 전무한 대통령이라 하지만 대통령 면전에 대고 반대의사를 분명하게 내놓는 각료는 없었다. 할 말을 할 때는 사표를 제출하던 그런 종래의 관행도 그는 무시했다. 물론 물러나지 않고는 못 배길 압력이 따르겠지만 그때까지는 사표 낼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용기도 새삼 돋보인다. 그의 행보를 지켜본 청와대 참모들이 불편한 심기를 곳곳에 들어내는 발언들이 나오는데도 그는 떳떳한 모습으로 일관한다. 보기 드물게 소신 있는 처사다.
사표 안내고 물러날 생각 없이 할 말하는 그의 당당하고도 애국적인 모습이 한국공직사회에 새바람을 몰고 왔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다. 정말 한 분의 각료로써 있었던 일과성 해프닝으로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아깝다. 이것은 하극상(下剋上)사건이 아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던 일본에 관한 외교정책에는 역사성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이참에 일목요연하게 보여준 쾌거다.
김 양 국가보훈처장이 누군가, 백범(白帆) 김구선생님의 손자다. 그 할아버지에 그 손자다. 피는 못 속인다.  (kwd70@hotmail.com) <719/201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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