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두 공영방송 사장 진퇴사건과 낙하산 인사

“마봉춘(MBC)과 고봉순(KBS)도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윤택남(YTN)의 낙하산사장부터 먼저 막아야한다” 낙하산을 투하할 청와대 비행기가 저공비행을 하며 윤택남의 문전에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착륙하려던 날이다. 검은 먹구름이 YTN 사옥을 덮던 그날 인터넷에 뜬 재미있는 글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명박 캠프에서 언론특보를 지낸 구본홍이라는 난데없는 인물이 낙하하자마자 사장실을 점거했고 낙하산인사 반대를 외치는 노조원들 앞에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근 채 “나 찾아봐라” 하고 칩거 중이다.
그리고 며칠 사이를 두고.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출국금지를 당한 KBS사장 정연주는 적자구조, 인사실패, 방송사고등을 내세워 자신을 고발한 감사원을 정권의 홍위병으로 전락했다고 매도하며 KBS이사회의 사퇴결의안이 통과되었건만 원인무효소송을 내면서 배 째라는 식으로 버티고 있다.
두 지상파 공영방송의 상반된 사장들의 모습을 보고 시청자들은 씁쓸하다. 국가의 방송이자
국민들의 방송이지 정권의 방송이 아니지 않는가.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점령군 자격으로 국민 재산이나 다름없는 공영방송을 전리품으로 가지려는 작태를 보니 한심스럽다는 말이다. 낙하산일망정 임명권자의 발령이 난 사장의 출근을 막는 YTN이나, 정부측의 사장퇴출극 앞에서 저항하는 KBS노조측의 한결같은 거부논리는 단순하다. 현정부의 낙하산 인사는 곧 방송장악 음모라는 것이며 반대편에서는 KBS를 포함한 대표적인 공영방송들의 좌파진지(陣地)로의 구축화 된것을 더 이상 좌시 혹은 방치할 수 없다며 낙하산이든 뭐든 좌파방송들의 수장을 갈아치우는 것은 당연하다는 “싹쓸이논리”다. .
그래서 사장의 진퇴문제를 결정하는 이사회의 회의장 앞에는 경찰병력이 동원했고 그들과 회의진행을 봉쇄하려는 노조간에는 몸싸움에 이어 줄줄이 연행되는가하면 방송국 정문앞에는 진보와 보수단체의 소위 맞불집회라는 진풍경속에 아수라장을 만들고 있다.
이 문제를 두고도 시청료를 납부하는 국민들이나 정부출자기업들이 적자를 감수하며 운영하는 공영방송이 공정보도의 수혜자인 국민을 상대로 여전히 아전인수식의 저마다 좌파에 뿌리를 둔 그들다운 편파방송으로 일관한다.
어디 방송뿐인가. 새술은 새부대라며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의 수장들을 전문성유무를 떠나 모조리 자기사람 일색으로 갈아치우려 한다. 쇠고기파동에 이어 금강산 총격사건, 심지어 “언니게이트”까지 연이어 터지는 정신 못 차릴 판국에도 이명박대통령의 낙하산 투하는 불도저답게 숨쉴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동포입장에서 보는 동포재단 이사장문제만 해도 그렇다. 임기가 절반이나 남은 사람을 노무현이 임명했다는 사실하나만으로 내몰아치고 후임으로 재외동포문제에 전혀 백지인 자신의 측근을 기용하려하자 동포관련 사이트에서 일어나는 반발을 의식한 당사자의 고사로 3개월 이상을 700만 재외동포업무의 지휘탑을 마비시키고 있다. 낙하산 인사에 이의를 거는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역시 낙하산 출신인 청와대의 박형준수석은 “이 사람도 안 되고 저 사람도 안 되고, 그럼 차 떼고 포떼고 하늘에서 데려와야 하느냐”며 역정을 부린다. 누가 하늘에서 데려 오라고 했는가! 장기판이건 정치판이건 정석으로 두라는 거지 차 떼고 포 떼고 두라는 국민은 없다.
국민을 정말 장기판의 졸(卒)로 보아서는 안된다! 그러다간 큰 코 다친다. kwd70@hotmail.com <651/2008-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