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플로리다 한인 사회를 점검해 본다<2>

플로리다주에 한인 이민이 본격화된 70년대부터 따진다면 이민의 역사가 30여년을 넘었다. 즉 한 세대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어느 사회나 그렇듯 한인사회를 이루는 개개인의 한인들은 알게 모르게 한인 사회의 전체적인 흐름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한다. 이 한인 사회의 전체적인 흐름을 결정하는 것은 각종 한인단체와 한인교회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움직임이 한인들의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생각할 때, 과연 이들 단체들과 단체장들이 올바른가에 대하여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보는 4회에 걸쳐 플로리다 한인사회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미주 한인 사회와 리더십

2.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

3. 물을 떠나 살 수 없는 물고기

4. 각 단체들 시선을 외부로 돌려야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2>

과거 권위주의 문화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수평적 리더십은 시간 낭비라고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중요한 사람 몇 명이 모여 정책을 결정하고 사업 방향을 제시하면 일하는 사람은 그것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군대식 문화는 겉으로 보기엔 효율적인 것 같지만 결국 조직을 와해시키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플로리다 한인회의 조직이 20여년을 넘는 세월동안 여러 갈등과 분열이 이루어지면서도 명맥이 이어져왔던 것을 자세히 분석해보면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조직에서 조직의 원칙에 반대하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리더의 독주(獨走)에 반대하면서 그 반대파의 수가 많아지면 분열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반대파를 설득할 수 있는 시간과 정열은 효율성이라는 이유로 팽개쳐질 대상이 아니라 조직을 탄탄하게 만드는 조직의 핵심적 요소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리더가 충분한 자질을 갖지 못하면 그 시간과 정열은 쓸모없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리더로서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의 변명은 항상 “일을 하다보니 여러 사람이 모이면 말이 많고 일도 더디다.”라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리더는 자신이 리더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고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리더의 성실성과 신뢰성

그러면 21세기에 갖추어야 될 리더로서의 자질은 무엇인가. 가장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리더의 성실성이다. 리더는 자신의 위치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에 맞게 일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인회장으로 열심히 봉사하여 동포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한인회장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인회장들이 한인사회에서 비난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유 중 한가지는 “마음은 콩밭에 있다”는 것이다. 한인회장에 취임 후 정기적인 행사도 대강 대강 요식 행위로 때우면서 시간만 벌고있는 회장이 총영사관이나 한국정부의 일이라면 발벗고 나선다고 말하는 한 동포는 다는 아니지만 정신나간 한인회장들은 지역을 대표해서 총영사관에 들락거리면서 총영사에게 눈 도장을 찍고 그것을 빌미로 이른 바 평통위원 한자리 해먹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고 한다. 최근 몇 년간 애틀랜타 총영사가 플로리다에 수차례 찾아와 강연도 하고 몇몇 사업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강연회는 항상 좋은 호텔에서 이루어지고 지역에서 한다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는 사실이다. 반면에 동포들만 모이는 자리 특히 어린아이나 노인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코빼기도 안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순간 한인회장의 신뢰도는 한 순간에 추락한다.

또한 동포들을 위해 행사를 기획하면서도 그 목적이 동포들이 많이 참여하는 데 있다기보다는 그 행사를 통하여 동포들이 운영하는 사업체를 찾아가 후원금을 얻어내어 그 동안 부족했던 한인회 운영자금을 메우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리더가 갖추어야 할 정직성(신뢰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단체의 운영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금전문제이다. 그러므로 단체 운영은 ‘어항 속’과도 같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후원금을 내는 사람들은 그것이 정말로 잘 쓰이기를 바라면서 줄 것이다. 그러나 그 후원금이 한인회 임원들의 뒷풀이 비용이나 한인회를 위장해 회장 개인이 개인의 이름으로 찬조금이나 화환을 보내는 등 사적으로 쓰일 경우 동포들의 배신감은 클 것이다.

또 어떠한 행사를 개최하면서 준비과정에 필요한 후원자와 행사요원들이 많이 있으면 얼마나 멋있고 값진 행사일까. 그러나 문제는 한인단체들이 사전에 허락도 없이 겉만 번지르르하게 행사용으로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후원자나 행사임원으로 게재해 도용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더욱 웃기는 것은 한인회장이 임의대로 명단을 결정해 사전 조율 없이 홍보지에 수록하므로 일반 동포들은 물론 임원자체도 어떻게 된 것이냐고 도리어 물어오기도 하니 정말 한심할 뿐이다.

정상적인 단체라면 최소한 프로그램이나 홍보물에 게재된 사람들에게는 연락을 하고 사전에 동의를 얻은 후 발표를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또한 리더는 자신이 직접 모든 일을 처리하지 않더라도 일의 처리 과정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리더가 전체를 파악하지 않고 역할을 분배한다면 일의 처리과정에서 중첩이 되기도 하고 누락이 되는 경우도 생겨나 우왕좌왕하면서 일을 망칠 경우가 생겨난다. 또한 일을 임원들에게 맡긴 경우라도 처리 확인을 수시로 하여야 한다. 만약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일이 있을 경우에는 리더가 솔선수범하여 맡는 것이 마땅하다.

리더의 지성

이것은 온갖 지식과 정보를 총합하여 활용할 줄 아는 분별력을 의미한다. 무슨 일이든 선택하고, 결정을 할 때 모든 자료들을 심사숙고하여 바른 결정을 내릴 지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의견을 청취하려는 성실한 자세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조언을 해도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한다면, 또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지적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면 그것은 조직의 발전에 심각한 방해물이 될 것이다.

현재 한인회의 발전을 방해하는 것 중에 하나는 정보가 없다는 사실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한인회가 정보 수집에 게으르다는 사실이다. 플로리다 한인회 조직들을 보면 한인회 임원을 지낸 사람들이 서로 번갈아 가며 한인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십여년간 한인회에 몸담고 있다고 자랑하는 한인회장도 보았고, 플로리다 전 지역의 한인회장들을 줄줄이 꿰고 있는 것에 많은 자부심을 드러내는 한인회장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한인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인회 연합회 회의를 가보면 회의의 주된 내용은 회의의 순서와 말꼬리 잡기 시합이다. 내걸고 있는 주제도 동포 사회 전체의 발전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플로리다 한인들의 최고의 기관이며 플로리다 한인들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처럼 행동한다. “플로리다한인회 연합회”라는 거창한 타이틀에 맞는 이름 값도 못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한인회 연합회 모임은 항상 흥청거린다. 왜냐하면 여기에 진짜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정치(?)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잘 처신을 해야 한국정부에서 하사(?)하는 평통위원이나 감투 선정에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되며 또 미주한인총연합회 같은 거창한 단체에 조금이라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인회나 연합회가 끼리끼리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이며 동포들의 의견은 전혀 개의치 않고 항상 같은 식의 사업이 진행되고 반복될 때 더 이상 동포들은 각종 행사에 나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또 새롭게 변화하는 동포들의 생각과 이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한인회 행사는 지리멸렬을 면치 못할 것이다.

동포사회에 헌신과 봉사를 하기 위해 회장에 선출된 사람은 지역 한인회가 동포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의 여러 기관단체와 연대하여 공동으로 사업을 기획하면서 그 역량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동포들의 사랑을 받을 때 자연히 한인회의 위상은 높아질 것이다. 또한 각 국경일 행사에 한글학교들과 연대하여 2세의 역사 교육의 효과를 높이는 기획력, 교회 행사에 측면으로 지원하면서 지역교회와 한인회의 연대를 공고히 하려는 헌신성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밖에도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여러 자질들이 있지만 위에 제시한 것이 현재 플로리다 한인회의 임원들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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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아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 <修(닦을 수)身(몸 신)齊(가지런히할 제)家(집 가) 治(다스릴 치)國(나라 국)平(평안할 평)天(하늘 천)下(아래 하)> 라는 말의 뜻과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아야 하겠다. 사물의 이치를 규명해야 그 후에 앎이 투철해지고, 앎이 투철해져야 그 후에 생각이 성실해지고, 생각이 성실해져야 그 후에 마음이 바로잡아지고, 마음이 바로잡아져야 그 후에 몸이 닦아지고, 몸이 닦아져야 그 후에 집안이 바로 잡히고, 집안이 바로잡혀야 그 후에 나라가 다스려지고, 나라가 다스려져야 그 후에 천하가 편안해진다. <509호/200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