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총선 이후를 기대한다

<발행인칼럼> 총선 이후를 기대한다

한국의 17대 총선이 막바지에 달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단순히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로 국한되지는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액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지난 해 출범한 노무현 정권의 재신임 문제와 지금까지 한국에서 형성된 정치 구도에 대한 유권자들의 선택의 문제로 집약될 수 있다.
한국의 현재 상황을 외신기자들은 ‘투 다이내믹 코리아'(too dynamic Korea)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말은 역동적인 사회라는 긍적적 의미와 어떤 이슈에 따라 요동칠 수 있는 불안한 사회라는 부정적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사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은 야당 지도부의 통제력이 상실됨으로써 지도부 자신의 정당성를 강화하기 위해 강경론으로 치닫게 된 결과라는 것이 정치평론가들의 분석이다. 성숙한 사회의 의회 구조였다면 마지막 단계에서 협상의 묘미를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한국은 아직도 정치적 미숙성을 보여주고 있다. 선거를 위하여 국론을 흑백논리 속으로 몰아넣고, 자신의 당선을 위하여 국토를 양분시키는 정치모리배들이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나라이다. 하지만 정치가들은 유권자들의 의식 수준이 과거처럼 정치가의 입에 따라 흔들리는 부유층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한국의 유권자들은 총선과 대선을 통하여 의회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를 경험하면서 그것들의 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기보다는 견제와 균형이 유지되도록 표를 던지는 성숙한 정치 의식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국민들은 총선이후에는 정치권이 성숙해지기를 바란다. 즉 지역주의의 타파, 정책중심의 정당, 투명한 정치 현장을 국민들은 기대한다.
지역주의의 대결로 이득을 보는 것은 지역민이 아니라 지역구 정치인이라는 것을 이미 유권자들은 알고 있다. 선거는 동네 싸움이 아니라 나라의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국민의 입’을 뽑는 행사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이 지역주의 대신 정책을 펼쳐나가는 선량(選良)이기를 바란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한국의 정당들이 정책 중심의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요구한다. 다행이 이번 선거는 ‘영남이냐 호남이냐’라는 구호를 벗어나 탄핵에 대한 찬반을 묻는 선거라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탄핵이라는 커다란 우산 밑에 다양한 정책들이 묻혀버렸다는 것을 볼 때 이번 선거는 정책 선거로 가는 과도기적이다.
나아가 이번 총선은 지역주의의 청산을 통해 3김시대의 기나긴 터널을 벗어나게 되었다는 데 의미를 갖는다. 3김 청산은 다양한 경로로 정치가들이 정치의 장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며, 사랑방 정치에서 광장 정치로 한국의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는 인맥을 중심으로 맴도는 정치에서 정책이나 이념으로 움직이는 정당이 형성되어 갈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은 한국 사회의 큰 변화를 예고한다. 이것은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 즉 거리의 과격한 투쟁, 노동자의 임금투쟁 등 계층간, 이념간의 대립과 반목을 국회라는 틀 안으로 끌어들여 타협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대선 이후 불거진 불법적인 정치자금은 온 국민을 정치 불신을 뛰어넘어 냉소주의로 치닫게 했다. 정책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의 환심을 사야하는 정치구조가 낳은 한국정치의 기형아가 불법정치자금이다. 이번 총선이후 많은 당선자들이 선거법에 얽혀 재선을 치를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선거로 인해 비용이 많이 든다해도 불법 선거로 인한 사회치유비용보다는 저렴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불법 정치자금을 뿌리 채 뽑히기를 온 국민은 기대한다. <445호/200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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