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손시향 한인회장 당선자에게 바란다
게임은 이제 끝났다. 20대 마이애미 한인회 회장에 손시향 씨가 당선되었다. 먼저 그의 당선을 축하하며 그의 임기동안 마이애미지역 한인회가 구곡을 벗고 일지월장 발전하여 진정으로 동포들의 사랑을 받는 한인회로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 한인회의 발전에 헌신하기 위해 회장선거에 출마한 이우호 씨에게도 그의 선전(善戰)에 대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번 선거에 두 후보가 나서서 선의의 경쟁을 벌임으로서 동포들이 한인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믿으며, 이로 인해 마이애미지역 한인회가 크게 발전하리라는 기대를 걸어본다.
무엇보다 회장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 참여한 상대 후보의 공약 및 제안도 검토하여 시행 가능한 것은 20대 한인회의 우선 사업으로 채택해 실행에 옮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한인회가 열린 한인회로서 투명한 운영을 해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회장당선자는 임기 초부터 이사회비, 후원금, 찬조금 등 회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한인회 관계 장부의 공개가 꼭 실행되어야 동포들의 사랑을 받는 한인회가 될 것이다.
현재 플로리다주 각 지역 한인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바로 불투명한 조직운영과 불필요한 회계보고 때문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한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개선책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는 미래의 교사다. 지난날의 실책을 개선해 나가는 과감성을 신임 회장에게서 보고싶다. 반면 교사의 실리를 최대한 찾아가는 지혜를 보여주기 바란다.
캔디디트(candidate)는 선거에 나서는 후보를 지칭한다. 이 말은 원래 흰옷을 입은 사람을 뜻한다. 고대 로마 선거에서 입후보자들 모두가 순백색의 장삼(toga)을 입고 선거에 임했던 데서 나온 말이다. 한 점 티끌도 없는 결백과, 사심이며 속임수며 비굴이며 변절이 없다는 유권자와의 약속을 그 흰 장삼으로 상징했던 것이다.
그리고 당선자는 그 하얀 장삼의 소매에 푸른 끝동을 단다. 선량(選良) 표시였다. 이 푸른 끝동에는 많은 의미가 부여돼 있었다. 푸른 하늘은 그것을 가리는 한 점 구름이 없어야 하듯이 진실하고 공평하며 사욕을 버려야 한다는 끝동색이요, 푸른빛이 어느 빛깔과도 조화가 잘 된다는 데서 조화와 협조의 끝동이며, 또 노복(奴僕)들이 입는 복색(服色)이라 하여 충실한 유권자의 심부름꾼이어야 한다는 끝동색이다.
중국이나 우리 나라에도 백성이 사람을 뽑아 정사에 참여시키는 고대 민주주의의 흔적이 문헌에 적지 않다. 이를테면 작위(爵位) 이름으로 통정대부(通政大夫)니 인록대부(仁綠大夫)가 그것이다. 고대 중국에서 백성이 그들의 대표를 직접 뽑아 정치에 참여시킴으로서 국사(國事)에 기여한다는 뜻에서 대부(大夫)란 호칭이 생겨났던 것이다.
이 같은 대의제가 시행되면서 백성이 직접 뽑는다는 의미에서 그들의 대표를 선량(選良)이라고 했으며, 선량이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육덕(六德) 육행(六行) 합하여 십이조(十二條)라는 게 있었다.
여섯 가지 덕목은 지(智), 인(仁). 성(誠), 의(義), 화(和), 충(忠)이요, 여서 가지 실천사항은 효(孝), 우(友), 목(睦), 겸(謙), 임(任), 휼(恤)이다.
이번 마이애미 한인회 회장에 당선된 손시향 씨는 남부 플로리다 상록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동포사회의 봉사활동에 많은 경륜을 쌓아왔을 뿐 아니라, 평소에 덕이 많고 뜻이 높고 포부가 큰 대인(大人)으로 널리 칭송 받아 온 인물이다.
따라서 신임 회장은 자기를 밀었던 인사들이나 그 배후에만 연연하지 말고 경쟁후보였던 이우호 후보와 그을 지지했던 인사들까지, 그리고 그의 주장과 제안까지도 가능한 한 포용해서 한인회가 인화의 모범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는 앞으로 한인회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하면서 마치 난마와 같이 얼키고 설킨 마이애미 이민사회의 분열과 대립을, 그리고 이에 따른 상처를 인화로서 치유하고 화목하고 단합하는 한인사회가 되도록 불편부당(不偏不黨)하게 한인회를 이끌어 갈 것을 기대한다. <271호> 2000년 9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