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U 성악 박사, 소프라노 이예지양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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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이예지는 노래한다. 그것도 단지 아름다운 목소리로 소리를 전달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언어를 넘어 정서를 담아 마음을 흔든다. 오페라와 독창회 무대를 넘나들며, 그녀는 ‘한국인 소프라노’라는 정체성을 가슴에 품고 세계 무대 위에 선다. 부천필하모닉 오페라 무대에서의 이른 데뷔, 새로운 문화속에서 다양한 무대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 미국 석•박사 유학시절, 그리고 지금, 한국 가곡의 세계화를 위해 걸어가고 있는 그녀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1994년생의 이예지는 한국 성악계에서 이례적으로 빠른 프로페셔널 데뷔를 경험한 성악가다. 만 22세의 나이에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Le nozze di Figaro에서 바르바리나 역으로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데 이어, 같은 해 성남아트센터에서 헨젤과 그레텔의 그레텔 역을 맡아 주역으로 관객을 만났다. 국립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에서는 잔네타 역으로 전국 순회공연을 소화하며 젊은 오페라 가수로서 입지를 굳혔다.

이예지의 음악적 성장은 국내에 머무르지 않았다. 미국 이스트만 음대(Eastman School of Music)에서 석사 과정을, 플로리다 주립대학교(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며 그녀는 음악적 표현력과 전문성을 깊이 있게 쌓았다.

이스트만 음대 재학 중에는 학교 오페라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고, 이 연주 영상은 유튜브에서 11만 뷰를 넘기며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플로리다 주립대에서는 3년간 연속으로 오페라 시즌의 여주인공 역할을 맡아 공연했고, 지역 공영방송 WFSU를 통해 생중계되며 지역 언론과 일반 대중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Aspen Music Festival and School)에서는 스튜디오 아티스트로 선정되어 세계적인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Renée Fleming)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테너 로렌스 브라운리(Lawrence Brownlee)로부터 직접 코칭을 받기도 했다. 또한 작곡가 김수민의 신작 가곡 사이클을 세계 초연하는 무대도 선보이며 현대 음악의 해석자이자 창조적 예술가로도 눈도장을 찍었다.

무대에서 그녀의 눈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단연 한국 가곡을 부를 때다. 한국어의 정서와 시적 표현을 온전히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연주자로서, 이예지는 미국 성악계에 한국 가곡을 소개하는 선구적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제가 한국인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을 진심으로 담아낼 수 있는 장르가 한국 가곡이에요. 단순한 소개를 넘어, 전 세계 성악 레퍼토리로 자리 잡게 만들고 싶어요.”

그녀는 NATS(미국 성악교수협회) 남동부 지부와 국제 컨퍼런스에서 이영조, 김효근 등 한국 작곡가의 가곡을 설명하고 연주하며 한국 음악의 미학과 정서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오는 여름에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ICVT(국제 성악 교육자 협회) 컨퍼런스에서도 한국 민요를 바탕으로 한 한국가곡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그녀는 알라바마 도선(Dothan)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I AM…”이라는 제목의 독창회를 열었다. 관객의 98% 이상이 비한국계 백인이었던 이 공연에서, 한국 가곡, 한국 성가와 영어 성가를 나누어 구성한 무대는 깊은 울림을 남겼다.

“관객들은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감정을 이해했고 눈물을 흘렸어요. 한 영국 출신 관객은 제 무대가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들은 공연과 동등한 수준이었다고 말해주셨어요. 평생 잊지 못할 순간입니다.”

이예지는 노래를 통해 자신을 소개한다. “저는 한국인이고, 소프라노이며, 크리스천입니다.”라는 소개는 그녀의 모든 무대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는 그녀의 정체성이다. 음악이 단지 공연이 아니라 문화적 소통이 되는 시대, 이예지는 한국 가곡이라는 보석 같은 장르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이승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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