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인격에서 풍겨나오는 사람의 향기, 인향(人香)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격을 매우 중요시하여 ‘인격이 없다’라는 말은 심한 모독이나 욕으로 받아들이고, 인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짐승이나 다름없다는 인식을 한다.
법률적으로도 인격은 ‘독자적 가치가 인정되는 자격’으로 인격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며 사물로 취급했다. 현대 생활에서는 법률적 의미의 인격보다 심리적, 윤리적 의미의 인격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격’이란 말을 사용할 때도 윤리적 측면의 인격을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윤리학에서 말하는 인격은 옳고 그름, 선악을 판단, 자유롭게 의지를 결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바로 그 주체를 말한다.
품격(品格)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된 근본 바탕과 타고난 성품이다. 이와 비슷한 단어로 쓰이는 인격(人格)의 뜻 역시 사람으로서의 됨됨이, 또는 사람의 품격이다. 두 단어를 풀어 해석한다면 사람이라면 갖고 있어야 할 성품이 품격이고 그 품격을 갖춘 사람이 가진 성품이 인격이다. 교양이란 지식을 가르치고 기른다는 뜻이다.
지식을 가르치는 것에 끝나지 않고 그 지식을 길러서 인간의 품격으로 승화시킨다는 뜻 이다. 지식이 머릿속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가슴속에서 자라나 행동으로, 그리고 습관으로 인격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교양은 실천을 전제로 하는 지식체계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지식인은 많은데 교양과 인격을 갖춘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교양인이라 함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낮은 사람이나 자기만 못한 사람에게 잘난체하거나 뻐기지 않으며 높은 사람에게 굽히지 않는다. 교양인은 특히 약자에 대한 관심이 깊으며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과 사랑을 겸비한 겸손하고 올바른 사람이다. 인격과 교양은 다르다. 교양은 내 체면이 소중하고, 인격은 다른 존재가 소중하다. 교양은 주고 받아야 편하지만 인격은 주고 또 주어도 그만이나, 교양은 인격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우리들이 서로 간에 주고받는 말은 그 사람의 인격과 교양을 가늠하는 잣대이다.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랑이 최고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정작 사랑받을 인격과 교양,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선 자신에게 너무나도 관대해 보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교양을 쌓고 인격을 성장시킨다는 것은 상호간에 보충적이며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고 하겠다.대개의 경우를 보면 교양을 지식의 축적이나 일정한 과정의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의 소유물로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인격 완성으로서의 교양은 이러한 것들의 소산이라고 볼수 없다. 고등교육을 이수한 사람들 중에(목회자 및 성직자 포함) 지독히 이기적이고 경쟁적이며, 하잘 것 없이 오만하며 거짓으로 겸손한 체 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 많은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잘못된 교육의 부재를 느낀 사람들이 많을 줄로 믿는다.
교양이란 전문적인 지식이나 교육의 축적에서 주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들 삶의 모든 현장에서 전 인격적으로 배워지고 형성되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삶, 그 자체는 아무리 어렵고 고달프더라도 스스로의 신성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삶을 통해 인격의 완성을 이루는 놀라운 축복은 삶 그 자체가 고통과 노력, 땀과 눈물로 엮어진 것일지라도, 자기의 삶을 부정하지 않고 삶에 애착을 잃지않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사람에게 품격이 있듯이 말에도 품격이 있다. 그것이 언품(言品)이다.
한자의 말씀언(言)자는 두이(二)가 2번 반복되고 그 아래 입구가 합하여 말씀언(言)자가 되는데, 이 말씀 언자는 두번 생각한 다음에 천천히 입을 열어야 비로써 말이 된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품(品)자는 수준이나 등급을 의미하는데 이 품(品)자 역시 입구(口)가 3개 모여서 하나가 된 글자다. 이를 풀이해보면 말이 쌓이고 쌓여서 한사람의 품성이 완성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무심코 던진 사람의 한마디 한마디를 들으면서 그 사람의 품성과 인격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사람하고는 곁에도 가고 싶지 않는가 하면 어떤 사람과는 이야기를 하면할수록 매료되고 그 사람과 오랫동안 함께 하고픈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말 속에 그 사람의 인격”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말
을 품위 있게 하는 사람이 인정받고 대우받는 세상이다. 말은 공부한다고 품위있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수양과 자기 성찰이 있은 후에야 품위 있고 격조 높은 말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말을 단지 기술로 생각한다면 의사전달에 실패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말로 망한자는 말이 아니라 내면의 부실 때문이다. 이처럼 말은 단순히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수양과 인격속에 함축된 가치관이 응축되어 말로 표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내면의 힘은 곧 말의 힘이요, 내면의 충실함은 말의 충실함이다. 사람의 인품을 요즘 한창 뜨는 빅 데이터로 처리해보면 됨됨이, 마음씨, 사람됨, 인간성, 인물, 인간 등의 유의어가 나타난다. 결국 인품은 사람이 사람으로서 가지는 품격이나 됨됨이다. 빅 데이터로 인품과 관련된 빈도수가 제일 많은 단어역시 “인격”이다. 인격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으로서 가지는 자격이나 품격”이다.
법적으로 인격을 갖추기 전의 인간은 짐승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인격이 없으면 사물이나 동물과 하등 다를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과 같이 하다가는 언제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함께 하기를 싫어한다. 이런 이유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격이 없다”는 말은 사람에 대한 모독 이요 품격의 실종을 의미한다.
불교에서는 우리 인간들에게 다섯가지의 향이 있다고 한다. 이를 오분향이라고도 하는데 스님들은 매일 예불을 드리면서 이 다섯 가지의 향기 나는 몸을 성취하여 온 누리를 아름다운 향기로 가득 채울 것을 다짐한다. 그래서 저녁 예불을 오분향례(吳分香澧) 라고도 한다. 첫째는 계향(戒香)으로 윤리적으로 깨끗한 생활을 하는데서 생긴다. 둘째는 정향(定香)으로 마음이 늘 안정되고 평화로운 상태에 있는 향기다. 셋째는 혜향(慧香)으로 고요한 호수에 달빛이 비치듯 지혜의 빛이 빛나는 향기다. 넷째는 해탈향(解脫香)으로 참다운 지혜로 해탈에 이르는 향이다. 다섯째는 해탈지견향(解脫知見香)으로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서 다시 이웃에게도 그 경지를 가르쳐 주는 향기다.
이런 향기를 온 몸에 기득 지닌 사람을 불교에서는 성자라고 한다. 인격이나 교양의 향기에 비교되는 것이 악취를 풍기는 사람이다. 위선과 오만과 악덕, 비행의 악취도 바람을 거슬러 냄새를 풍긴다. 흔히 우리는 사람답지 못한 사람을 말할 때 짐승만도 못한 인간 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들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우리들이 사는 세상속에는 인격의 향기 대신 악취를 풍기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세속의 사회를 가리켜 예토(穢土=더러운 세상, 땅)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더러움이 많고 나쁜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종교 생활을 하는 것은 이러한 세속사회에 스스로 악취를 덜어내고 조금이라도 인격의 향기가 풍겨나도록 하자는 것이다.
<문학 작가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412/202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