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 금강산 관광때 있었던 이야기들 <6>

<김명열> 금강산 관광때 있었던 이야기들 <6>

노상방뇨죄(길거리에서 오줌 눈 죄)

한국의 경범죄 처벌법 제3조 1항에 보면, 길, 공원, 그밖에 여러사람이 모이거나 다니는 곳에서 함부로 침을 뱉거나 대소변을 보거나 또는 그렇게 하도록 시키거나 …….. 이를 위반한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

노상방뇨(路上放尿)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나 담장, 혹은 광장 등에서 함부로 소, 대변을 보는 행위이다. 대부분 술에 취했거나 물이나 음료수, 커피, 차, 우유, 쥬스 등을 지나치게 마셨거나 화장실을 도저히 찾지 못할 때에 참지 못하고 저지르게 된다.

지금 내 앞에 북한군 병사(초병)에 의해 붙잡혀온 K씨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술에 만취하여 차오르는 오줌을 억제치 못하고, 컴컴하고 으슥한 뒷골목 길에서 소변을 보다가 순찰을 돌던 초병에게 재수없게 발각되어 이렇게 사색이 되어 잡혀온 것이다.

우리 일행은 그 병사를 향해 연신 ‘잘못했습니다. 한번만 봐 주십시요’ ‘아이고, 술이 웬수지라우, 정말로 미안하게 됐응게 요번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요’ 이렇게 모두가 사정사정을 해 보지만, 서슬퍼런 그 북한군 병사는 눈을 부라리며 오줌 눈 친구를 잡아 끈다. 이런 상황에서 저 친구가 끌려가면 정말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크게 커진다.

큰일 났다. 이제는 정말로 어쩔 수가 없게 됐구나! 하고 있는 순간, 이때 마침 우리가 조금전 술을 마시고 나온 그 식당에서 일을 끝내고 문을 닫고 나오는 매니저 아저씨가 멀리서 보니 가로등 아래서 누군가 여러명이 싱갱이를 벌이고 있는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무슨 일인가? 하고 가까이 다가왔다. 가까이 와서 보니 조금 전 자기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나간 술손님들이 병사에게 붙잡혀서 난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다짜고짜 그 병사에게 명령조로 묻는다. ‘무슨 일이 일어났지비?’ ‘이 선생님이 저쪽 길모퉁이에서 오줌을 아무데나 싸 갈기고 있었드랬어요’ 그때 나는 잽싸게 그들의 말 중간에 끼어들었다. 그러면서 이제껏 있었던 일들을 소상히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러고는 ‘매니저 선생님, 우리를 봐서라도 한번만 용서해달라고 군인 아저씨에게 잘좀 말씀 좀 해주세요, 부탁합니다’ 하고 정중히 요청을 했다. 내말을 듣고 난 매니저는 그 북한군 병사에게 다가가서 ‘이 손님들은 내가 책임 질테니 그만 가 보라우’ 이렇게 명령조로 그 병사에게 한마디를 건넨다. 그러자 그 병사는 ‘알갔습네다’ 하고 거수경례를 올리고 K씨를 잡은 손을 놓아 준다. 그러면서 또 한마디를 한다. ‘다음부터는 조심하시라요, 내레 저 지도원 동지의 말씀대로 놔주는 게요’ 하며 총을 바로 어깨에 걸쳐 메며 저쪽을 향해 사라진다.

십년감수라는 말이 있다. 그 K씨야말로 10년살 것 감수했을 것이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던 그는 연방 그 매니저를 향해 절을 꾸벅 꾸벅 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보낸다. 우리 모두 그 매니저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우리들 생각에 아마도 저 매니저 동지는 북한의 간부급 지도원 동지인 것 같았다. 그러기에 북한군병사도 거수경례를 올리며, 다른 말 한마디 못하고 범죄자인 K씨를 풀어 주니 말이다. 나는 그 매니저 동지에게 ‘선생님 덕분에 무사히 집에 가게 됐습니다.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하며 목례를 하며 사의를 표했다. 그런데 곁에 있던 4명의 군산 동창생 친구들은 매니저(지도원 동지)를 에워싸고 고개를 90도 각도로 숙이며 ‘감사합니다, 내일 거하게 한잔 사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매니저는 ‘일 없습니다, 들어가서 편히 들 쉬시라요’ 하며 유유히 저쪽 길로 사라진다.

악몽 같았던 순간이 지나갔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얘기는, 북한군 병사에게 잡혔던 그 김씨는 얼마나 무섭고 놀랬던지, 바지가랭이에 오줌을 흥건히 싸서 아랫도리가 왼통 물인지? 오줌인지 구별 못할 정도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는 그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옆의 친구가 ‘야, 너 시야시(얼어서) 돼서 오줌 싸는 것도 몰랐지?’ ‘어~ 엉, 내가 오줌 쌌어? 아이고 정말 미치겠네……’ ‘나 오늘밤에 너하고 안 자, 오줌 싼놈, 오줌싸개 하고는 안 놀아….’하며 놀려댄다.

이제는 안심이 되니, 이러한 농담도 나온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모두가 제 정신이 아니었는데……. 이튿날 관광을 마치고 ‘관광 마지막날 밤’ 저녁에 그들은 또다시 술집에 모였다.

그리고는 그 매니저에게 술을 대접하려고 거창하게 술과 안주를 주문해놓고 한잔 하자고 간절히 청을 하니, 그 매니저 하는 말 ‘내레 먹은 거나 다름없이요, 선생님들 마음은 이미 다 알고 있으니께 걱정 말고 편히 드시라요, 나도 선생들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알고 있습네다. 나중에 통일이되면 그때 받아 먹갔시요,’ 북한사회에서도 이렇게 인정이 통하는 문화가 조성되었는가보다….. 그날의 매상은 어느날보다 이들 일행이 많이 올려주어서 그런지, 매니저 동지는 평양소주 한병을 서비스로 그들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주었다. 내가 봐도 북한 사회에서는 보기드믄 ‘멋진 사나이’로 보였다. 어제 저녁에 그러한 일이 있고 난후, 나머지 친구 3명은 붙잡혀갔던 K씨에게 ‘서울에 가서 거하게 한잔 쏘면, 오줌싸개 라고 놀리지 않을 테니 한턱내라’고 친구를 놀려대며 ‘만약에 한턱 안내면 느 마누라와 애덜한테 다 불어버린다’며 으름짱을 놓는 모습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그때 K씨가 하는 말, ‘나 이제 지금부터 술 안먹기로 하고 끊었어’ 그게 무슨 소리냐? 고 묻자 ‘나 오늘부터 예수님 믿고 교회나가기로 했어’ ‘어쭈 그만 웃겨라’ ‘네가 교회 나가면 지나가는 강아지가 다 웃겠다. 아서라 말어라 곱게 미쳐라’한다. ‘야~이 나쁜 놈들아, 사탄아 물러가라’ 한바탕 웃음바다가 터지며 마지막 금강산 관광의 밤은 깊어갔다.

금강산 관광 이틀째 있었던 이야기다. 우리 관광단 일행은 아침일찍 식사를 마치고 만물상 등정 길에 올랐다. 이 만물상 코스는 금강산의 웅장하고 기묘한 산악미를 대표하는 코스로서, 이 구역은 기암 기석과 울창한 숲이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 만물상 코스의 묘미는 그 이름처럼 만물의 모습을 닮은 바위와 봉우리를 보는데 있다. 코스의 끝인 망양대에 서면 깎아지른 듯 한 산봉우리들이 발밑에 있어 온 천하를 얻은 듯 하다. 주요코스는 만상정 ~ 삼선암 ~ 칠층암 ~ 절부암 ~ 안심대 ~ 하늘문 ~ 천선대 ~ 망양대에 이르는 약 3Km 경로로 왕복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이 코스는 깎아지른 절벽을 쇠난간 층층다리 수백개를 아슬아슬하게 올라가는 난 코스중의 난코스다. 절벽으로 이루어진 바위벽에 수직으로 건설된 쇠 층층 계단을 수도없이 갈아타며 올라가다 보면 오금이 저리고 팔 다리가 뻑적지근하며, 오르는 것을 중단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기도 한다. 허지만 중간에서는 되돌아 내려오는 길은 없다. 일방통행이기에 올라가는 수직의 가파른 쇠난간 층층다리만 있을 뿐이다.

이렇기 때문에 관광 안내양은 사전에 이러한 난코스를 설명하면서 몸이 허약한 사람이나 노약자, 여자들 분께서는 중간에서 경치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을 것 이라고 권고의 말을 전한다. 그 말을 듣고 난 후 거의 반 이상의 사람들은 그곳 중간 지점에서 경관을 즐기며 가벼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나의 집사람과 딸 역시 그곳에 머물기로 했다. 사진작가인 집사람은 오히려 잘됐다 며, 곧바로 카메라를 들고 저쪽 소나무 숲쪽으로 딸과 함께 걸음을 옮긴다.

나는 이곳까지 왔는데, 본전이 아까워서도? 죽음?을 각오하고 한번 올라가 보기로 했다. 기를 쓰고 올라가 봤는데, 과연 만물상은 정말로 천하의 경관을 다 함께 보는 듯 풍광이 너무나 좋았다. 그 광경과 모습을 다 설명하려면 한도 없고 끝도 없을 것 같다. 여하튼 나는 그 꼭대기에 올라 구경 한번 잘하고 내려왔다. 그곳 역시 곳곳의 바위에는 김일성을 찬양하는 문구들이 바윗돌 위에 새겨져 있었다.

부지런히 내려오다 보니 여전히 나의 집사람은 사진기에 여러 자연의 모습들을 옮겨 담느라고 여념이 없이 사진촬영에 몰두하고 있다. 딸은 관광단 일행중에 같은 나이 또래의 여자친구를 만나 먼저 일행들과 함께 온정각쪽으로 내려갔다고 한다. 주위 를 둘러보니 사방은 고요하고, 남은사람은 집사람과 나 두사람 뿐이다. ‘여보, 이제 사진 그만 찍고 배도 고프고 피곤도 하니 그만 내려갑시다’ 나의 말에 집사람은 카메라를 백팩에 넣으며 우리는 발길을 아래쪽 온정각을 향해 옮겼다. 그때 어디서 왔는지 우리 곁에는 북한의 근무요원 두사람(남,녀) 이 내려오고 있었다. 함께 얼마쯤 내려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통 성명을 했다. 인사를 나누고 보니, 그들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관리 감독하는 간부(지도원 동무)였다. 마침 그들도 점심을 먹으러 아랫쪽으로 내려가던 중이었다. 알고 보니 남자간부 동지는 김책종합공대를 나온엘리트 간부였고, 여자 간부(지도원 동무)는 북한의 최고 일류대학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의 고급 여성간부 동지였다. 다음주에 계속 이어짐 <문학 작가 김명열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375/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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