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가을에 우리가 배우게 되는 것들.. (가을은 인간의 스승)

(사진) 사진은 가을빛 하늘아래 미시간 주의 어느 시골길과 과수원의 모습이다

<김명열칼럼> 가을에 우리가 배우게 되는 것들.. (가을은 인간의 스승)

가을을 두고 사람들은 많은 느낌과 감정을 표현한다.

누구는, 가을은 대개 이별의 계절이라고도 하고, 고독과 쓸쓸함이 묻어 나오는 계절이라고도 불린다. 가을에 사랑을 시작하면 왠지 쓸쓸한 것 같고, 가을에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을 하면 왠지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가을에는 누구나 시인이 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여기 저기서 온통 단풍잎으로 물들여져 가는 나뭇잎들과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면 누구나 한번쯤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고 가을에 관한 시 한편을 쓰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가을은 질서와 조화로움이 어우러진 계절이 아닐까 생각된다. 삼라만상 중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만은,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떨어지게 되는 낙엽을 보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자연의 오묘한 질서와 우주의 법칙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가을에 나뭇잎들은 가장 붉고 아름답게 물들다가 때가 되면 어김없이 땅위에 떨어져서 낙엽이 되어 바람에 쓸쓸히 흩어져 간다. 가을 산이 그토록 아름다운 이유는 관객에게 좋은 연극을 보여주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 해서 무대위에서 연기하는 연극배우처럼 가을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자신을 온전히 불태우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공기가 깨끗해지고 하늘은 더욱 높고 맑아지는 것 같다. 가을에는 노란 국화꽃이 화단에 피어나서 더욱 아름답고, 여기저기서 바람에 나부끼는 코스모스로 인하여 가을은 더욱 향기롭기만 하다. 가을은 또한 사색의 계절이다. 가을이 되면 책을 많이 읽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춥지도 덥지도 않고 독서하기에 꼭 알맞는 가을의 기온 때문일 것이다. 가을은 우리에게 겸손을 가르쳐 준다. 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가을은 우리에게 더욱 낮아지라고 무언의 손짓을 한다.

가을은 잠시 왔다가 때가 되면 말 없이 우리곁을 떠나간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그러하듯이 가을 또한 우리들에게 머무는 기간이 그다지 길지는 않다. 어쩌면 그 점이 가을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가 되기도 할 것이다. 떠나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가을은 자신이 머물러야 할 때와 떠나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운 것 같다.

가을이 봄보다는 아름다운것 같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투명하고 맑은 분위기는 따듯한 정을 느끼게 해주고 친근감을 주며, 청명한 가을 하늘을 향해 해맑게 핀 코스모스를 보면 정녕 가을은 봄보다 아름다운것 같다. 이렇게 가을이 아름다운 것은, 가을 이라는 계절속에 다른 때보다 더 많이 사색에 빠져들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봄날에 수없이 피어나는 꽃들의 할 일은 그곳이 어느 곳이든 뿌리를 내려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것이고, 우리들의 할 일은 그곳이 어느곳이든 자기가 머무는 그 곳에서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며 자기 이름에 걸 맞는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것이다. 들판에 아무렇게나 피어난 야생화도 우리를 일깨우는 것을 보면, 천하보다 귀한 우리들은 더 많은 일과 사랑을 베푸는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은 절대로 불평을 하지 않는다. 자연은 인내한다. 그리고 자연은 기만하지 않으며

거짓말도 하지 않고 진실하다. 자연은 목적 없이는 아무 일도 하지를 않는다. 가을은 온 산천을 수많은 단풍들로 채색을 하여 우리를 일깨워 주고있다. 우리가 겸손한 자세로 단풍 한잎을 보면서 삶의 소박한 진리를 알아낸다면 참으로 좋겠다. 가을이 되면 우리들은 확실히 다른 계절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자신의 미래도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오늘의 내 모습도 세심히 살펴보게 되며,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관심도 더해진다.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보면서 진실을 생각하게 되고, 더 투명해지고 더 선하게 살고 싶어지는 때도 바로 지금같은 가을이다. 가을이 되어 이렇게 생각이 깊어지면 우리는 그 생각의 틈새에서 나도 모르게 선해지고 맑아지며 가슴 깊은 저 밑바닥에서 따뜻한 사랑의 잎이 돋아나는 것을 느낄수 있다.

이렇게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서글프게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외로움을 느낄 때 우리는 누구에겐가 사랑을 받고 싶은 기대와 충동감에 빠지게 된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보고 인간의 연약함을 알게될때 우리는 사랑을 무한정으로 인간에게 쏟아주시는 조물주 하나님에게 의지를 하며 뼈 속 깊이 감사함을 느낀다.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우리 인간들에게 네 이웃을 형제같이 사랑하며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라고 가르치신다. 그래서 맑고 투명한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볼때 우리는 진실의 문을 열고 사랑이라는 귀한 손님을 맞게 된다. 가을은 우리를 외롭고 고독하게 만든다. 왠지 쓸쓸하고 수많은 그리움이 고개를 들며 생명의 유한함에 나 자신이 더욱 작아지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연약한 우리의 모습을 추수려 일으켜 세우는 방법은 단 한가지, 우리는 서로 사랑하며 세상을 살아가자는 이야기다.

이 세상에서 인류 최고의 고전인 성경은 세상 사람들 누구나 읽어야 할 필수의 고전이다.

독서하기 좋은 이 계절에 성경책에 나와있는 복음서 한 구절이라도 읽는다면 그만큼 삶의 보탬이 되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지침서가 될 것이다.

온갖 단풍으로 채색된 가을은 참으로 아름답다. 이러한 가을의 평가는 상반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마다 보고 느끼는 시각 점이나 감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추수와 풍요의 계절이라며 환영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쓸쓸하고 외로운 계절이라며 싫어하기도 한다. 어느 사람은 고독과 허망의 계절이라고 도 한다. 이렇게 가을은 많은 이들에게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족(自足)하는 계절도 없다. 쌓아온 모든 것들을 비우면서도 그 속에 새로운 생명을 내포한다.

낙엽은 떨어지는게 아니라 스스로 떨구는 것이다. 나무는 잎의 희생으로 산다. 낙엽을 붉게 만드는 색소(안토시아닌)도 그렇다. 이는 강렬한 햇볕을 차단해 뿌리에 필요한 영양분이 공급되게 하고, 부동액 역할을 해 나무가 얼어죽지 않게 한다. 낙엽이 이불이 되고 거름이 되어 새로운 싹과 잎들을 피워 낼 것임을 우리는 안다. 나무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 다시 나무를 감싸 안는 후덕함과, 가야 할 때를 아는 이 처럼 떨굴 때를 아는 나무의 현명함이 경이롭고, 끝이 시작으로 이어지는 윤회의 모습이 감탄스럽다. 가을은 가을답게 만드는 단풍은 현란한 듯 해도 유혹적이지는 않다. 온 천지에 자지러지게 피어 젊은 여승마저 환속시키는 봄빛과는 달리, 가을빛은 수줍으면서도 수더분하다. 수줍음은 마치 결혼을 앞둔 신부같기도 하고, 발그레한 어린아이 볼 같기도 한데, 고운색 만큼이나 놀라운 것은 그 속에 이미 지구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있다는 사실이다. 영겁의 세월동안 그래 왔듯 인간의 시간을 넘어 그들의 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인간 또한 낙엽같은 존재임을 깨닫게 되고, 헤아리기 힘든 큰 이치 앞에 겸허해 진다.

자연(自然)의 그러할 연(然) 자는 개(犬) 고기(肉)를 불(火)에 구워먹어야 하는 것처럼 당연(然)한 것을 제 기준에 맞춰 재단해 고치는 것은 인간의 오만함과 어리석음 탓이다.

이황은 자신의 호를 ‘계곡으로 물러나 산다’는 뜻의 퇴계(退溪)로 짓고 실제로 골짜기에 들어가 거주했고,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하여 다투지 않는 물의 성질을 으뜸으로 꼽았다. 그런데 후세 사람들은 자연을 마치 제 것 인양 파헤치고, 물의 흐름을 방해 한다. 비우고 다시 시작하는 지혜, 욕심내지 않고 자족하는 삶, 인위가 아닌 자연의 순리대로 놓아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순환과 상생의 가르침을 인간들은 배우려 들지 않는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면 서도 자연을 망가뜨리는 주역이다. 몸의 일부이면 서도 몸을 죽이는 암적 존재가 바로 우리들이었구나……….! 이 아름다운 가을에 내가 궁상맞게도 가을 앓이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학 작가 김명열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333/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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