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기행문> 가을 구경, 힐링 여행(6)

<김명열기행문> 가을 구경, 힐링 여행(6)
(지난 호에 이어서….)

해는 어느덧 뉘엿뉘엿 지평선을 향해 숨어들듯이 모습을 감추는데 잠을 잘 곳이 나타나지 않으니 걱정이 생겨난다. 끝없는 지평선에 펼쳐진 목야지, 목장 밭을 한없이 달려가다 보니 길가에 조그만 가게 하나가 나타난다. 주위에는 듬성듬성 낡은 집들이 둘러 서있고, 오래됐을법한 개스펌프가 두대 덩그란히 놓여있는 간이 편의점 겸 주유소가 눈앞에 나타났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니 한국의 시골 편의점을 연상할 정도의 허름하고 엉성한 진열대위에 과자봉지와 캔 종류의 통조림종류, 기타 간단한 생활용품들이 먼지기 묻은 채 올려져 놓여있었다. 매점 카운터에는 늙스구레한 시골 촌노의 모습인 영감 한사람이 의아한 눈으로 나를 주시한다. 동양인이라고는 살지도 않고 볼 수도 없는 이러한 테네시의 깡촌 시골마을에 갑작스레 머리 허연 동양사람이 나타나니 의아하고 이상스럽게 보는 눈빛을 이해할 만도 하다.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했다. 그리고 이곳을 여행하는 길손인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늦어서 숙소(잠잘 수 있는 호텔이나 모텔)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데 근처에 숙소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그제서야 나의 모든 사정을 이해를 하듯이 그의 표정이 밝아지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친절하게 말을 건네며 안내를 해준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7~8마일정도를 가면 Cookeville이라는 도시가 있는데 그곳으로 가면 호텔이나 모텔 등의 숙소들이 있으니 그곳을 찾아가라고 안내를 해준다. 친절하게 안내를 해준 후 곁들여 하는 말, “뭐 필요한건 없느냐? ”고 묻는다. 손님은 한 사람도 없고 혼자서 우두커니 TV만 시청하고 있던 그에게 갑자기 방문하여 장사하는 것을 훼방(?) 놓은 것 같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냥 빈손으로 가게 문을 나오기가 여어엉 내키지 않았고 뒤통수가 가려웠다. 그래서 가게에서 뭐라도 사 주려고 가게 안을 둘러보니 마땅히 살만한 물건이 없다. 할 수 없이 눈에 보이고 가장 앞에 있는 초콜릿과 넛트 종류 서너개를 집어 들고 돈을 지불했다.
밖으로 나오니 마음이 조금은 안정됐다. 그가 일러준 대로 이제 남쪽으로 7~8마일만 가면 도시가 나오고 그곳에 가면 잠을잘 수 있는 숙소가 해결이 될 수 있으니 마음이 조금 안정이 되었다. 그길로 도로를 달리며 가속 페달을 힘주어 밟았다. 속도제한 60마일인데 걸리지 않을 수준인 65~69마일을 유지하며 급히 달렸다. 2마일정도를 달려가다 보니 얼핏 보니 도로변 숲속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는 모텔이보이고 빨간 네온싸인의 모텔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기왕이면, 여행으로 지치고 운전하느라 무디어진 심신을 편히 쉬고 눕기 위해 깨끗하고 편안한 잠을 자기위하여 큰 도시로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날씨는 해가져서 조금은 어두워져 오고 있다. 가속페달을 밟으며 한참, 20여마일을 달려왔는데 허허벌판 농촌의 끝없는 지평선만 보이지 도대체 도시는 나타나지를 않는다.
분명히 그 가게주인의 말로는 7,8마일을 가면 도시가 나오고 숙소인 호텔이나 모텔도 있다고 했는데 도무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나타나지도 않는다. 조바심이 다시 생겨나며 그 늙은이가 원망스럽고 사기당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와서 그를 탓하고 원망해보니 무슨 소용이 있으랴…….마음이 무척 우울하고 기분이 상해서 한참을 달려가다 보니 도로변에 어느 사람이 차를 세워놓고 타이어를 점검하고 있다. 그 사람의 차 뒷켠에 나의 차를 세우고 그에게 다가가서 먼저 인사말을 건넸다. 50세정도 돼 보이는 중년의 백인남자다.
나는 이제껏의 사정을 설명하고 숙소를 찾고 있는 중이며, Cookeville 동네는 얼마나 가야하느냐고 물었다. 나의 자초지종 설명을 다 듣고 난 그는 웃음띈 미소의 얼굴로 친절하게 말을 건넨다. 쿠키빌의 도시는 아직도 이곳에서 20여마일을 더 내려가야 하며, 내가 내일은 켄터키쪽의 북쪽으로 여행을 할 계획이라고 하니, 차라리 지금 내려온 방향을 되돌아 올라가다보면 왼쪽편에 조그마한 모텔이 있으니 그곳으로 가라고 권한다. 자기는 이곳에서 50여년 동안 살아온 토박이인데 이곳의 지리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그곳의 모텔을 권한다. 그곳의 모텔은 겉으로 보기에는 오래된 건물이고 칙칙해 보이지만 실내는 무척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있는 괜찮은 곳이라고 말해준다. 무엇보다 주인이 직접 관리하고 손님을 맞는데 퍽이나 친절하다고 전해준다. 나는 친절하고 자상하게 안내해주는 그 사람이 무척이나 고맙고 반가웠다. “대단히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을 남기고 나는 왔던 길을 다시 거슬러서 북쪽으로 방향을 돌려 올라갔다. 얼마 후 그 모텔에 도착했다. 온통 커다란 나무들과 숲으로 둘러싸인 그 모텔은 보기보다 고풍스럽고 아담하며 깨끗해보였다. 카운터에 들어가니 중년의 백인남성이 나를 맞는다. 빈 방이 있느냐? 고 물으니 안쪽을 보며 자기의 부인을 부른다. 잠시 후 중년의 부인이 나와서 나를 반갑게 맞는다. 잠을 잘 방이 필요하다고 하니 잠시 숙박부를 살피고 점검하더니 지금 빈 방이 오직 하나가 남았는데 예약손님이 오후 6시까지 온다고 했는데 아직 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언제 올지 모르니 그 방을 나에게 대여해 줄 수 없다고 한다. 나는 나의 사정을 설명하고 꼭 방이 필요하다고 얘기를 했다. 나의 사정을 듣고난 후 두 부부는 잠시 서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며 의견을 교환한다. 그러고는 이틀 전에 자기의 친정어머니가 이곳에 와서 머물며 지냈던 방이 있는데, 지금 그 방은 다시 모든 것을 깨끗이 교환하고 정리해두어서 다음에 자기 어머니를 위해 준비해놓은 방이라고 하며, 나의 사정이 너무나 안됐으니 특별히 그 방을 나에게 제공해주겠다고 했다. 이를테면 VIP룸이다. 각별히 인정을 베풀어 나에게 편의를 제공해주는 그들 부부가 너무나 고마웠다. 그녀가 안내해 주는 대로 그의 어머니가 머물렀던 방의 키를 받아들고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실내에 들어서니 향긋한 솔내음이 실내에 가득하다. 캐빈처럼 통나무의 소나무(전나무) 목재로 지은 벽과 지붕에서 그윽하고 은은한 소나무의 향기가 솔솔 우러나왔다. 깨끗이 정돈된 침구류와 가구들은 아주 고풍(古風)스럽고 깨끗하며 청결스러웠다. 특별히 자기의 어머니를 위하여 준비해놓은 이 방을 처음 보고 방문한 동양인 부부에게 선뜻 인정을 베풀며 도와주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이 솟아났다. 모텔 값도 비싸지 않았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이라 그런지, 50달러밖에 차지를 하지 않았다. 웬만한 장사꾼 같으면 나의 급박한 사정을 꿰뚫어 보고 비싼 값을 청구할텐데 여기서도 시골의 순박한 인심을 엿볼 수 있었다. 청정수인 샤워 물도 기분을 좋게해 주었다. 지치고 힘든 먼지 묻은 몸을 씻고 나니 한결 개운하며 기분이 좋아졌다.
하나님께 오늘도 보살펴주시고 안전한곳으로 인도해주셨음을 감사드리는 기도를 올렸다. 조용하고 깊은 밤, 밖에서는 수풀 속에서 귀뚜라미와 이름 모를 풀벌레들이 번갈아 화음으로 교향곡을 연주하며 멀리서 온 여행객의 객고를 풀어주듯이 밤늦도록 연주회를 끝이지 않고 있었다. 참고로 내가 이렇게 장황하게 숙소를 못 찾아 헤맨 일정을 소개해드리는 이유는 혹시라도 여러분들께서 먼 곳, 외진 농촌이나 시골의 숙소가 없는 곳을 여행 시에는 사전에 미리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여행을 하면 나와 같은 고생(?)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염려와 노파심에서 이러한 일기문을 길게 써 올렸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런 것도 하나의 좋은 경험이고 추억이 될 수 있는, 여행에서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배움이라고 생각도 든다.
나는 이번 기행문을 쓰면서 글의 첫머리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번의 여행은 정해진 곳이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유유자적 주유천하, 팔도강산 유람하듯이 시간과 날자, 환경이나 장소의 제약이나 구속을 받지 않고 글자 그대로 편안하고 자유로운 입장에서, 일상의 틀에서 벗어난 얽매이고 바쁜 현실의 일상에서 탈피한,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가는 듯한 가볍고 자유로운 분위기와 기분 속에서 나를 되돌아보고, 그 속에서 나의 삶을 반추해보는 되새김과, 새로운 것을 얻고 받아들여 나의 생활 속에 접목시켜보는 충전과 도전, 그리고 비전을 잉태하며 결실로 이어지는 계기를 마련하는 보람되고 알찬 시간과 만족의 고행을 함께 맛보는 그러한 여행에 목적의 촛점을 맞추었다.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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