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망각(忘却)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인생

<김명열칼럼> 망각(忘却)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인생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망각이라 함은 단적으로 말해 개인의 장기 기억에 저축한 지식을 잃는 것이다. 망각에 빠지면 자발적 또는 서서히 낡은 기억을 생각해낼 수 없게 된다. 또한 어떤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없는 자극을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증상이다. 그러한 증상에 항상 빠져있다면 그것을 망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만일, 인간이 어떠한 주어졌던 사실들을 망각하지 못하고 모든 일들을 기억하고 살아간다면, 그리고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이나 치욕스러운 일 때문에 단 하루도 그로 인하여 그 사람은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없을 것이다. 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망각이 빈번하게 자주 일어난다면 그건 그것대로 대단히 큰일일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이란 무서운 망각증상의 중증 질병이다. 이병에 걸리면 자신이 저지른 수치스러운 모든 일들도 기억나지 않겠지만, 행복했던 순간이나 소중한 추억, 아름다웠던 인연들 등, 그 외에 자신이 이루고자했던 모든 목표조차도 망각하게 만든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가까이하는 가족이나 친척, 지인, 친구들까지도 모두 잊어버리고 망각 속에 함몰시켜 불행한 생활 속에 빠지게 된다.

우리들의 인생은 망각속의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오늘도 수없이 많은 것들을 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는 내가 현재 지니고 있는 휴대폰의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하고 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 누가 나의 전화번호를 물으면 얼른 기억 속에서 꺼내어 답변을 못하고 휴대폰을 꺼내어 확인하고 난후에야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어느 때는 심한 망각 속에 빠져서 조금 전에 자기가 한일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심한 망각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의 생활 속에서 심지어는 내가 아침을 먹었는지? 점심을 먹었는지? 분간을 못해 다시 음식을 먹을 때도 있다.

망각(Oblivion), 망각이란 기억에서 아주 사라진 상태를 말하거나 전에 경험하였거나 배웠던 것의 파악이 일시적으로나 또는 영속적으로 감퇴, 또는 상실되는 일이라는 뜻이지만, 애써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잊는 것도 망각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한편으로 보면 또 다른 망각은 빠르게 살아가는 인생보다는 ‘느림의 미학’이 가득찬 느릿느릿하고 여유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망각은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이기도하다. 그러나 숨 가쁘고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이 망각이라는 것이 어설프고 낯설은 이방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들은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일들을 경험하게 되고 그 경험들을 오감(五感)을 통하여 기억 저장소인 세포에 저장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비슷한 사건을 경험할 때 우리는 깊숙이 숨겨져 있던 비슷한 경험들을 떠올리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떠 올려야 할 기억이나 추억들이 많은 사람들은 행복하고 축복받은 인생이다. 대부분의 삶들이 그렇겠지만 떠올려야할 기억과 추억들이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가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추억이나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고 나면 자연스럽게 머리와 가슴속에서 사라지게 되고 망각 속에 묻히기 때문이다.

망각에도 종류가 있다. 여기에는 우리가 평상시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자연적인 망각과 질병에 이르는 심각한 병적인 망각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면 일상생활에서도 망각은 자주 나타난다. 특히 기억의 대상이 오래전에 일어났던 일이거나 나이가 들어 늙게 되면 더더욱 망각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낸다. 어릴 적에 읽었던 책의 제목이라던가 또는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의 스토리나 그 아름다웠던 장면들이 기억나지 않는 등의 현상들이 바로 우리들의 일상에서 겪게 되는 자연적인 망각에 속한다. 그러나 질병적인 차원에서 관찰하여 설명을 한다면 질병에서의 망각은 그 근본과 차원이 완연히 다르다. 망각이 만악의 근원이라고 불리는 그 이유, 건망증처럼 일상생활에 그다지 큰 문제는 없는 것부터 치매나 알츠하이머병처럼 가족이나 친구등도 못 알아볼 정도로 심한 것까지 심각성의 차이는 크게 나타난다. 건망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잊어버리는 것’이라고만 생각하지만 그것을 정확하게 짚어보면 ‘기억장애’라는 일종의 질병이다. 물론 알츠하이머처럼 증세가 막장을 달리는 병과는 차원이 다르므로 자신에게 건망증이 있다고 너무 걱정하거나 근심에 빠질 필요는 없다.

많은 사람들은 우수한 기억력을 갖고 있다. 이렇게 우수한 기억력의 기능적인 중요성과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그러나 한편으로 본다면 개인적인 기억력의 부작용은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만든다. 기억력은 인간의 정신적 고통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어느 의료기관의 발표에 의하면 90%이상의 정신질환은 과거의 기억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의 기억은 과거의 사건 및 사실이나 그 의미뿐 아니라 그와 연관된 감정과 함께 무수히 반복된 부정확한 재생과정을 통하여 빛바랜 사진들처럼 탈색되고 변형되면서 뇌조직에 남아있고, 이것을 검색할 때마다 멜로드라마를 보는듯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우리들이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처럼 인간의 두뇌도 불필요하고 쓰레기 같은 기억의 삭제나 시스템의 리부팅이 가능하면 좋을 것이다. 우리의 기억은 뇌속에 저장된 신경세포의 연결구조에 지나지 않으며 늘 새로운 보수작업(단백질합성과 수리 및 보수와 유지)을 필요로 하여 유지과정에서 변형된다. 지금의 의학기술이 발달되고 진전되다보니 인위적인 방법으로 약물과 전자적인 방법으로 과거의기 억을 지우는 의술이 곧 개발된다고 한다. 그러나 의술과 관계없이, 과거의 터널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현재를 충실히 사는 것이 현명하다. 세상을 밝게 비춰주는 저 태양은 오늘도 아무런 기억도 없이 또다시 날마다 새롭게 떠오른다. myongyul@gmail.com <1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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