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행운을 바라는 마음

<김명열칼럼> 행운을 바라는 마음

햇볕이 화사하게 내려쬐는 주말 오후, 커다란 대형 쇼핑몰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젊은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팔짱을 끼고 희희낙락 웃고 떠들며 지나간다. 그들이 가고 있는 앞쪽의 멀지않은 전방에 구리로 만든 조형물을 가운데 세운 분수대가 물을 시원스레 내뿜으며 자리 잡고 있다. 젊은이들은 가던 길을 잠시 멈추더니 각자 주머니와 손가방(핸드백)에서 동전을 찾아 꺼내어 뿜어대는 분수대의 물속에 던져 넣는다. 어느 젊은 커플은 분수대 물을 뒤로 한채 돌아서서 어깨너머로 동전을 던진다. 마치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트레비분수대 앞에서 동전을 던지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보이는듯하다.

희희낙락 웃고 떠들며 던지는 동전 속에서도 저들의 얼굴모습은 진지해 보인다. 자기가 원하고 바라는 염원과 그들의 앞날에 행운을 비는 기도의 모습이 그대로 여실히 얼굴모습에 나타내 보여주고 있다.

행운을 비는 마음, 그것은 누구나 목적은 다를지 모르겠으나 염원하고 바라고 기대하는 그 마음 자체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이리라 생각이 든다. 저만치서 시원하게 뿜어대는 분수를 바라다보니 문득 머릿속으로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명소의 분수대 트레비분수가 떠오른다. 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분수(Fontana di Trevi)는 유럽에서도 소원을 비는 장소로 유명하다.

트레비분수는 1453년 교황 니콜라우스 5세의 명의로 만들어졌으며 로마에 현존하는 가장 큰 규모의 분수이다. 높이가 25.9m 너비는 19.8m이다. 바로코 양식으로 지어진 것으로는 예술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1762년 교황 클레멘스 13세가 설계를 공모하여 니콜라 살비에 의해 바로코 양식으로 재 단장되었다. 폴리궁전 앞에 분수를 설치한 형태인데, 해신 트리톤상을 중심으로 그 아래로는 말과 함께 두개의 트리톤상이 존재하고 왼쪽으로는 격동의 바다를, 오른쪽은 잔잔한 바다를 상징한다. 트레비분수는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지친 로마의 병사들에게 물을 제공해준 처녀의 설화가 담겨있는 처녀의 샘을 수원(水源)으로 하고 있다. 트레비분수위 트리톤상 위에 서있는 4명의 여인은 4계절을 상징하며 트리톤상 옆에 있는 2명의 여인은 각각 건강과 풍요의 여신을 상징한다. 특히 이 분수대의 물은 고대 로마의 상수도에서 가져온 물로 만든 분수대라고 알려지고 있다.

이 트레비분수에 동전을 던지던 것은 로마시대때 전쟁에 나간 애인의 무사 기원을 빌면서 동전을 던진 것이 기원이 되었다. 트레비분수대에 소원을 비는 방법은 분수대 난간위에 서서 뒤로 돌아선 다음 오른손으로 동전을 쥐고 왼쪽에서 어깨너머로 동전을 던져 넣는 것이다. 로마의 트레비분수에 동전을 한 개 던지면 로마로 다시 돌아오고, 두개를 던지면 사랑이 이루어지며, 세개를 던지면 지금 하고 있는 사랑과 헤어진다고 한다. 또한 이탈리아의 베로나에 있는 줄리엣의 집 역시 행운을 불러오는 곳이라고 소문이나 있다. 바로 줄리엣의 집 정원에 있는 줄리엣의 동상이다. 줄리엣의 동상을 자세히 보면 이상하게도 특정부위가 반질반질 윤이 나서 빛을 내고 있다. 이 부분이 바로 줄리엣의 젖가슴부분인데 줄리엣의 가슴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민망함을 무릎 쓰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타인들의 눈치를 힐끔힐끔 보며 슬쩍슬쩍 젖가슴부분을 쓰다듬거나 어루만지고 겸연쩍게 웃으며 물러난다. 세기의 사랑이라고 불리는 세익스피어 희극 ‘로미오와 줄리엣’ 속의 두 주인공처럼, 이곳은 사랑하는 연인들이 주로 찾아오는 곳이기 때문에, 아마 서로의 사랑을 생각하며 행운을 빌고 행복을 추구하는 염원이 그 마음의 기도 속에 많이 내포되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오복임문운기왕(五福臨門運氣旺)=오복이 집안에 깃들고 운수 대통하기를, 출입평안사사성(出入平安事事成)=집에 드나드는 분 모두가 평안하시고 하는 일마다 두루두루 다 이루시기를, 복도가평평안안(福到家平平安安)=집안에 복이 깃들고 내내 평안하시길………집안에 복이 깃들고 가족이 모두 건강하고 하는 일마다 잘돼서 부자가 되기를 비는 마음이야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게 되는 인지상정이겠지만, 특히 중국이나 동남아일대 중국의 문화권에 속해있는 나라들은 특별히 각별하게 이런 것을 바라고 원하여 모두 빨간색바탕에 한자로 써서 집에 들어오는 대문이나 가게업소의 문턱마다 써 붙여 놓았다.

행운을 빌고 기대하는 마음은 지위 고하, 빈부 여하를 막론하고 어느 누구나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어렵고 세상이 뒤숭숭한 때에는 행운을 바라고 염원하는 서민들의 간절함이 더욱더 절절할 수밖에 없다. 길을 가다가 토끼풀 군락도 그냥 지나지 못하고 행여 네잎클로버라도 하나 찾으면 마치 행운이라도 얻은냥 무척 기뻐하기도 한다. 그것이 실체가 아니라는걸 알면서도 그 순간만은 마음의 위로를 받으며 잠시 행복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만큼 사람들의 본능은 보장되지 않은 행운이라도 기대고 싶은 간절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가만히 앉아 있다가 행운을 받았다는 사람은 없다. 행운을 잡기위해 항상 준비하고, 구태여 행운이나 요행을 바라지는 않고, 자기 소신껏 하는 일에 성실했다 치더라도 그것은 행운을 위한 준비이며 행운에 협조하는 태도이고 자세이다. 행운이란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오지만 오직 준비된 사람만이 그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시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게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아는 사람에게만 행운은 찾아가는 것이다. 어쩌다가 행운이 노력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찾아간다는 그 말은 게으른 사람들이 하는 자기 최면의 소리일 뿐이다. 행운이란 준비가 기회를 만나는 것임에도 사람들은 저마다 행운이 오기를 기다린다. 늘 맞지도 않는 로또, 복권을 사고, 또 어울리지도 않는 비싼 옷을 사 입고 좋은 집에서 호의호식하며 살기를 원한다. 내가 행운을 갖고 싶다고 해서 그 행운이 모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헛꿈을 꾸다 실망하고 좌절하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말 그대로 행운이란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운명의 반란이라면 노력한 만큼 주어지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진정한 행운이 될 것이다. 우리의 삶은 각자 주어진 만큼의 몫이 있고, 노력 없는 댓가 또한 없다. 행운이란 우연히 오는 게 아니라 그것은 기다리고 준비하는 사람에게 바쳐지는 걸작이다. 칼럼니스트 / myongyul@gmail.com  <1063 / 0315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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