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명화속에 흐르는 복

<목회자칼럼> 명화속에 흐르는 복

김호진 목사 / 올랜도연합감리교회 담임

미켈란젤로의 작품 ‘아담의 창조’라는 명화를 보면 감동이 있습니다. 바티칸을 여행할 때 빼놓지 않고 가보는 코스가 바로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있는 시스티나 성당입니다. 이 성당은 교황을 선출하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콘클라베’라고 불리는 추기경 선거 단이 모여 새 교황을 선출하는데 비밀투표를 거쳐 교황이 선출되면 하얀 연기가 나고 그렇지 않으면 검은 연기가 성당 굴뚝에서 나옵니다. 16세기 율리우스 2세 교황이 대략 200평 정도 되는 성당의 천장을 장식할 천장화를 생각합니다. 이때 당대 거성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제치고 천재적인 미술가를 발탁하게 되는데 바로 미켈란젤로였습니다.

사실 미켈란젤로는 이 작업을 고사했습니다. 우선 미켈란젤로 자신이 화가라기보다는 조각가였기에 그랬고 더욱이 천장화는 미술가들이 한사코 꺼리는 작업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냥 평지에서 캔버스에 작업하기도 힘든데 높은 천장에 올라가서 고개를 쳐들고 작업하는 게 여간 고된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미켈란젤로 자신도 이 천장화를 완성하기까지 4년 반 동안 대단한 고생을 했습니다. 매일 눈을 치켜뜨고 하느라 안구가 위로 고정되고, 오른쪽 어깨는 비틀리고, 얼굴에 흘러내린 물감 때문에 피부는 엉망이 되고,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에 시각을 거의 잃을 지경까지 갔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이 바로 33개의 작품 속에 위치한 천지창조입니다. 여기에 우리가 한 번쯤은 본 적 있는 ‘아담의 창조’가 중앙에 위치합니다.

이 그림을 보면 첫 번째로 마주치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인생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입니다. 대각선의 구도가 캔버스를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왼쪽에는 창조되는 아담이 있고 오른편에는 창조하시는 하나님이 대비되고 있습니다. 막 흙에서 창조된 아담은 아직 힘이 없어 흙에 기대어 있습니다. 아담의 얼굴에 흐르는 눈빛은 마치 어린 아들이 아버지를 갈망하는 듯 순전하고도 애달픕니다. 반면 하나님의 얼굴은 백발을 휘날리며 시공을 초월하여 달려오십니다. 그분의 얼굴과 눈빛은 단호하면서도 자애롭습니다.

캔버스의 왼쪽에서 우리 인생이 무엇인지를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 안에서 인생은 의미가 있고 행복하고 기쁨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인생은 흙과 같은 존재입니다. 땅 사고 집사고 나라를 세우고 모든 게 내 것인 양 우쭐대지만 결국 “그 호흡이 끊어지면 흙으로 돌아가서 당일에 그 도모가 소멸 ”되는 그런 존재입니다. 먼지처럼 이리저리 날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비참한 존재. 몇백 평 집에 살다가도 죽어서 화장하면 한 줌의 재가되어 작은 항아리 안으로 사라지는 그런 존재. 하나님 없는 인간 존재의 가벼움과 부질없음의 현실입니다.

미켈란젤로는 그러나 희망의 열쇠를 캔버스의 오른편에 그려 넣었습니다. 바람에 펄럭이는 망토 속에 군상을 거느리고 아담에게로 돌격하여 오시는 하나님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담 한사람을 위하여 무한대의 시간과 거리를 단숨에 뛰어넘어 들어오고 계십니다. 얼마나 적극적이고 급하신지 하나님께서 넘어지듯이 아담에게로 몸을 향하시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팔을 쭉 뻗어 손가락 끝을 아담에게로 향하십니다. 가볍고 비참한 먼지와 같은 인간 존재가 천하보다 귀한 존재요 거룩한 영적인 존재로 탈바꿈되는 기쁨과 환희의 가능성입니다.

여러분과 저의 인생이 귀하고 아름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하나님의 손이 우리를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하셨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우리 인생은 하나님의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작품’과 ‘제품’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작품은 딱 하나밖에 없지만, 제품은 많이 있습니다. 작품은 작가의 손길과 숨결이 들어간 핸드메이드(Handmade) 이지만 제품은 기계가 찍어낸 레디메이드(Readymade) 입니다. 작품은 시간이 지나고 오래될수록 가치가 더욱 올라가지만, 제품은 시간이 지나면 버리거나 새 걸로 바꿉니다.

오늘을 사는 당신의 삶은 작품인가요 아니면 제품인가요? 하나님은 당신을 거룩한 손으로 빚으사 아름다운 작품으로 창조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이 세상에 둘도 없이 존귀하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창조하셨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의 삶은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충분히 행복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당신을 제품 취급합니다. 이용하다가 가치가 없으면 가차 없이 버려지는 소모품으로 대합니다. 제품 같은 인생의 허망함과 비참함의 현실입니다.

사순절의 절기 속에서 우리는 이처럼 작품의 위치를 잃어버린 채 비참한 제품의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이 된 예수그리스도를 바라봅니다. 잃어버린 아담의 축복을 다시 주시고자 자신을 내던지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그 옛날 아담을 향하여 있는 힘껏 손을 내미신 하나님의 손길이 다시 보입니다. 영겁의 세월과 공간을 뛰어넘어 당신 하나를 바라보고 달려오시는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그 하나님의 사랑이 당신의 삶을 새롭게 창조하실 것입니다. 당신의 삶을 다시 아름답고 귀한 작품으로 회복하실 것입니다. 그 하나님의 손길을 향하여 마음을 여시기 바랍니다. 힘없는 손가락 들어 올리시기 바랍니다. 먼지 같은 당신의 삶에 하나님의 숨결 흘러와 당신을 일으키실 것입니다. 아담의 창조 때 보이신 그 능력과 같이 오늘 당신의 삶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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