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화병과 영성은 한 끗 차이다

<목회자칼럼> 화병과 영성은 한 끗 차이다
[2016-10-05, 07:51:19] 한겨레저널
사람을 만나다 보면 여러 가지 경험들을 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뼈아프고 용서가 잘 안 되는 경험은 배은망덕입니다. 나는 한다고 했습니다. 꼭 보답을 바란 것도 아닙니다. 그저 선한마음에 좋은 의도를 가지고 은혜를 베풀었습니다. 그 사람도 은혜를 받을 때 고마워했습니다. 그런데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듯 은혜를 은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받은 은혜를 잊어버리는 것으로 부족해서 은혜를 원수로 갚습니다. 배은망덕한 인간입니다.배은망덕의 경험을 당하면 마음에 상처가 생깁니다. 그 상처가 분노로 출혈합니다. 가까스로 다듬어 이젠 아물었나 싶었는데 그 사람 얼굴이 생각나면서 가슴 한구석에서 뭔가가 쑥 올라옵니다. 화병이 난 것입니다. 이 화병은 한국문화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병입니다. 그래서 과거 서양 정신과의 잣대에서는 화병이 파악이 안 되었습니다. 단순히 스트레스나 우울증 혹은 분노 절제 (Anger management) 이상 정도로 밖에는 진단이 되질 않습니다. 한국의 문화에서 나온 독특한 병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의 화병이 전 세계 정신과에 ‘Hwabyung’ 으로 표기되어 잘 알려진 단계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가장 화병에 걸리기 쉬운 대상은 누구일까요? 먼저 3위가 목회자이고 2위는 사모님입니다. 그리고 영애의 1위는 그 집 강아지입니다.

목회하시는 선배 목사님들의 무용담을 들어보면 화병 걸리기에 딱 좋습니다. 처음 이민 온 사람들 이것저것 뒤치다꺼리 해주느라 여기저기 따라다닙니다. 어느덧 정착을 시켜놓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말합니다. “목사님, 이 교회는 저랑 수준이 안 맞네요.” 뒤도 안돌아보고 수준 있는(?) 교회로 옮깁니다. DUI(음주운전) 걸렸다고 해서 법정까지 따라가 주고 도와줄 것 다 도와주고 사회봉사 시간 채우는 것도 교회봉사로 대치해 줍니다. 그때뿐입니다. 사랑으로 감싸고 안아주고 매일같이 그 가정을 위하여 기도하고 축복했지만, 오히려 오히려 목사를 비방하고 대적하고 심지어 쫓아내는데 앞장섭니다. 이외에도 배은망덕의 꺼리들이 수두룩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듣는 제가 화병이 날 지경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분들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김 목사, 이런 일을 곱씹으면 화병 걸려. 대신 꿀~꺽 하면 영성이 되는 거야!” 곱씹으면 독이나와 죽지만 꿀~꺽 하면 덕이나와 오히려 산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시는 선배 목사님들에게서 예수님 얼굴이 비칩니다. 화병에 걸려도 백번은 더 걸려야 하실 분들인데 평안합니다. 심지어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하는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숙어집니다. 배은망덕의 쓰라린 경험이 그분들 가슴에 화병의 불을 지르는 땔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되려 깊은 영성의 조각 목이 되었습니다. 마치 옻나무 자체는 독이되어 몸을 상하게 하지만 잘 끓인 옻닭은 몸에 보신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화병 대신 깊은 영성으로 우리 자신을 이끌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시편 35편을 읽으면서 그 대답을 찾습니다. 이 시편을 지을 때 다윗은 억울하고 기가 막히고 배은망덕한 일들을 당했습니다. 그때에 그의 믿음의 모습은 세 가지 입니다.

첫 번째는 하나님께 자신의 처지를 호소했습니다. ‘여호와여 나와 다투는 자와 다투시고 나와 싸우는 자와 싸우소서.’ (1절) 오로지 하나님께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하나님께서 나서주시기를 바랐습니다. 방패와 손 방패를 잡으시고 자기를 도와주시라고 하나님께 호소했습니다. 거울을 보고 자기 최면을 건 것도 아니고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 넋두리하지 않습니다. 그저 하나님께 모든 것 아뢰고 호소했습니다. 첫 단추를 잘 끼운 것입니다.

두 번째로 악한 일을 당할 때 선한 믿음을 지켰습니다. 불의한 증인들이 일어나서 다윗을 대적합니다. 그 사람들은 다윗의 은혜를 받았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아플 때 다윗이 굵은 베 옷을 입고 금식하며 기도해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다윗의 선을 악으로 갚는 배은망덕을 합니다. 이때 다윗은 똑같은 악으로 자기 믿음을 깨버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선한 믿음을 지키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바라봅니다. 하나님이 도와주고 싶게 하는 선한 믿음입니다.

세 번째로 찬양을 멈추지 않습니다. 기가 막히고 억울하고 배은망덕의 일을 당했지만, 다윗은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하나님께 자신의 억울함을 말할 때도 찬송하고, 선한 믿음을 가지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할 때도 찬양하고, 이 모든 기도의 끝에서도 “나의 혀가 주의 의를 말하며 종일토록 주를 찬송하리이다”(28절) 라고 찬송으로 마칩니다. 이처럼 다윗은 자기 인생의 상황과 환경이 찬양에 영향을 주게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의 찬양이 인생의 상황과 환경에 영향을 주게했습니다. 지배당한 것이 아니라 찬양으로 인생의 상황과 환경을 지배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기 기분따라 흥얼대거나 훌쩍거리는 유행가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일이 잘되면 하고 안 그러면 입 다무는 한낱 유행가 같은 가짜 찬양 따위와는 격이 다른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입니다. 진짜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남에게 배은망덕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혹 그랬다면 빨리 그 사람에게 사과하기를 바랍니다.동시에 저는 여러분들이 하나님의 은혜로 기가 막히고 억울한 일 그리고 배은망덕의 일들을 겪지 않기를 축복합니다. 혹 이러한 일들을 당했거나 당하고 있다면 시편 35편을 생각합시다. 오직 하나님께 처지를 호소합시다. 선한 믿음을 지킵시다. 찬양을 멈추지 맙시다. 곱씹어 독을 품지 말고 꿀~꺽하여 덕이 되게 합시다. 화병이냐 영성이냐는 한 끗 차이입니다. <1041>

김호진 목사(올랜도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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