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 |
달력을 보니 5월21일은 부부의 날이다. 5월은 가정의달이고, 그 안에 부부의 날이 들어있다. 부부의 날을 정하는데 둘(2)이 하나(1)가된 몸이라고 하여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했다고 하는데 참으로 기발한 착상이다. 부부가 상대를 부를 때 대개 여보, 당신이라 부르는데, 여보와 당신이란 말의 뜻과 의미에 대해서 여러분들께서는 생각을 해보신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여보(如寶)는 같을 여(如)자와 보배 보(寶)이며 보배와 같이 소중하고 귀중한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것은 남자가 여자를 부를때 하는 말이며, 여자가 남자를 부를 때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당신(當身)이라는 말은 마땅할 당(當)자와 몸 신(身)자다. 글자의 풀이로 본다면 따로 떨어져있는 것 같지만 바로 내 몸과 같다는 의미가 당신이란 의미이며 여자가 남자를 부를 때 하는 말이다. 이제는 많은 세월이 흐르고 시대도 변화되다보니 여보, 당신이 뒤죽박죽이 되었고, 남편을 보배와 같이 생각하지도 않으며 부인을 내 몸처럼 생각치도 않는다. 평상시 부부간에 부르는 호칭인 여보와 당신을 높이려고 하는 소린지, 아니면 낮추려고 하는 소리인지 분별이 안 되고 헷갈릴 때가 많다. 그래서 신혼부부나 젊은 부부들에게는 오빠나 자기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옛날 우리의 조상들은 자기의 반려자를 쉽게 부르지 않았다. 이것은 우리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 중에 하나인데, 남존여비라 하여 옛날에 우리나라는 남, 녀의 차별이 심했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보통 여보라는 말은 남자가 여자를 부를 때도 사용하지만 여자가 남자를 부를 때도 사용한다. 여보라는 말은 원래 ‘여기좀 보시오, 여기좀 보오’라는 말의 여보가 바로 지금의 여보와 일맥상통한다. 과거의 문헌이나 역사를 살펴보면 옛날사람들은 서로 이름을 잘 부르지 않은 것 같다. 남자가 여자를 부를 때 보통 ‘부인’이라는 말을 많이 썼다. 사대부나 권위 있는 집에서는 ‘부인’ 혹은 ‘안사람’이라고 했다. 중인이하 평민들은 ‘임자’ 혹은 ‘마누라’라고 썼다. 지금 세상에는 마누라라는 말이 자기의 부인을 낮추어 부를때 부르는 말이지만 ‘마누라’라는 말도 사실은 남자가 부인을 정겹고 터울 없이 부르는 말이다. ‘여편네’라고 하는 말은 자기부인을 좀 낮추어서 부르는 말이다. 여자가 남자(남편)을 부를 때 쓰는 당신은 1인층의 극 존칭어이다. 당신이라는 말이 요즘에는 싸움할 때 자주 나오기도 하는데, 당신은 원래가 내가 함부로 부를 수 없는 사람을 칭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물론 당신 또한 남자가 여자를 부를 때도 사용하지만 여자가 남자를 부를 때 같이 사용한다. 옛날에는 여자가 남자를 부를 때 지체 높은 사람들은 대감, 혹은 영감이라고 불렀다. 대감은 보통 벼슬을 한 남자를 부를 때 사용하였고 영감이라는 말은 지금 나이든 사람을 부를 때 사용하지만, 한때는 군수이상의 지휘에 있는 사람들을 영감이라고 칭하기도 하였다. 지금도 검사 및 판사들을 영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인이하의 평민들은 보통 남편을 부를때 ‘여보’라고 불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족, 사회, 국가를 이루는 구성원의 가장 기본적이며 중심이 되는 세포단위가 바로 이 여보, 당신의 부부이다. 모든 여건과 특징을 막론하고 인류의 역사는 부부관계에서 시작이 되었고 부부관계에 의해서 발전적으로 연결되어온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진리이며 불멸의 전통이다. 그런데 그렇게 절대적이며 원초적인 부부사이에 어떻게 된 영문인지 예나 지금이나 그치질 않는 다툼이 있고 틈만 나면 오해와 의심과 지적이 끼어들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부부싸움을 꼭 나쁘다거나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옛말에 잘 싸우는 부부가 잘 산다는 말이 있다. 세상에는 완벽한 아내나 남편은 없다. 살다보면 때로는 바람도 불고 비도오고 하는 궂은 날씨와 다를 바 없는 일에 직면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이 있다. 인생의 굴곡은 원한다고해서 찾아오고 바라지 않으면 찾아오지 않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실은 완벽한 결혼생활도, 완벽한부부도 없다. 또한 상처 없는 영혼이 없듯이 상처 없는 부부 또한 없는 것이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히 굳어지듯이 상처와 갈등을 딛고 일어난 부부가 더욱 행복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언젠가 부부싸움에 관해 대화를 하다가 어느 지인 한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싸움을 너무 안하는 부부도 문제가 있다’라고…… 뭐 그 말을 들으니 그냥 덤덤하기는 해도 싸움자체가 없다면 나름대로 행복하게 사는 듯도 생각이 든다. 그러나 도전과 응전 속에 모든 조화가 이루어지듯이 너무 밋밋하고 싱거운 부부생활보다는 보다 건설적이고 진취적이며 사랑이 담긴 부부싸움을 오늘은 작심하고 한번쯤 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듯하다. 아주 마음이 악하고 나쁜 최악의 남편과 사는 착하고 지혜로운 아내가 있었다. 어느 날 휴일이 되어 남편이 쉬고 있을 때 아내는 남편을 뒤뜰안쪽 커다란 나무 아래로 이끌어갔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했다. ‘당신이 술을 마시고 돌아와 나를 때리고 욕할 때마다, 그리고 외도를 하고 돈을 다 쓰고 힘들 때 나는 이 나무에 못을 하나씩 박았답니다’. 그날 밤 남편은 아내가 깊은 잠에 들었을 때 조용히 일어나 뒤뜰정원의 큰 나무에 크고 작은 못들이 수없이 박힌 그 나무를 끌어안고 한없는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그 이후로 그 남편은 아내에게 슬픔과 실망을 안겨주지 않고 착하고 올바른 남편이자 가장으로 살아가기를 무척이나 애를 쓰며 노력을 기울였다. 많은 세월이 흘러가고, 어느 날 아내가 또 남편을 나무 아래로 이끌었다. ‘여보 보세요, 당신이 고마울 때마다 못을 하나씩 뺏더니 이제는 다 없어졌네요’ 남편이 울면서 말했다. ‘못은 없어졌지만 자국은 그대로 남아있지 않소’ 아내는 그런 남편을 끌어안았고, 두 사람은 하염없이 울었다고 한다. 이렇듯 한 부부가 자식 낳아 기르며 세상의 온갖 풍파를 다 겪고 견뎌내며 오랜 세월을 함께 하기까지에는 누구나 힘들고 어려운 고통과 역경을 겪어내기 마련이다. 몇십년후 서로의 머리가 흰머리로 덮었을 때, 나이가 70이 넘고 80이 되어 황혼녁이 되었을 때 과거를 되돌아본다면 그렇게 그저 세월이 무심하게 흐른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제껏 동고동락을 함께 해온 부부란, 사랑과 미움의 파도를 타고 절망과 희망의 계곡을 넘으며, 또한 가난과 시련,고통, 환희, 보람, 풍요의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을 함께 오르내리고, 심지어는 그 어렵고 힘들다는 권태의 늪을 인내와 사랑으로 건너온 둥지이자 전우라고 할 수 있다. 오늘밤 잠든 남편과 아내의 손을 더듬어 찾아 그대의 심장위에 살며시 얹어보시라. 서로간의 겪어온 삶이 힘겨울 때마다 서로의 마음이 쉬어가는 아름다운 당신들의 이름은 하늘이 맺어준 천생연분의 부부이다. 부부(여보, 당신)는 서로에게 가장 귀한 보배이고 끝까지 함께하는 정인(情人)의 사람이다. 세월이가면 어릴 적 친구도, 이웃들도, 친구나 친척, 지인들도 모두가 다 나의 곁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끝까지 나의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줄 사람, 그 사람은 바로 지금 당신 곁에 함께 있는 아내이고 남편이다. 부족하고 마음에 안 들더라도 사랑으로 감싸주고 이해하며 의지하고 살아가자. 열 명의 효자보다 악한 남편이니, 악한 아내이니 불평하는 당시 곁의 배우자가 몇 배나 더 당신에겐 필요하고 좋은 사람이다. myongyul@gmail.com <1024 / 05182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