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아름다운 5월을 맞아……….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사랑은 어디서나 존재한다. 기록된 역사는 물론이고, 문명이 발달되기 이전까지에도 인간은 사랑했고, 사랑으로 고통 받았다. 단순히 종족을 보존하기위한 본능이라고 하기엔, 인간의 사랑은 너무나 거대한 명제다. 게다가 사랑 안에는 사랑만큼의 고통이 항상 그림자처럼 떨어질 줄 모르고 따라다닌다.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한 사람에게도 분명히 그걸 알고 있는 사람에게도, 사랑은 공평하게 잔인하다. 그래서 사랑이 크면 그만큼 고통도 큰걸까?. 역사에 기록될 만큼 극적인 사랑을 한 사람들은 역시 그만큼의 고통을 지난 후에야 결말에 도착한다. 사랑은 과연 그럴 가치가 있는 것일까?. 사랑이 단지 본능에 불과하다면 이러한 예들은 도무지 이해를 하기가 어렵다. 만약 당신에게도 그런 커다란 질량의 사랑이 다가온다면?……. 길고 긴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한사람을 사랑할 만한 용기와 끈기, 인내, 고통을 감내해 낼 수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5월은 흔히들 말하기를 사랑의 달이라고 말들을 한다. 하이리히 하이네의 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5월에’의 시가 생각나는 5월의 햇살이 화사하고 아름답게 내려 비추는, 모든 것이 멈춰있는 듯 적막하고 조용한 오후이다. 그러나 어느 사람에겐 이 5월이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5월의 아픈 사연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여하튼 하인리히 하이네의 아름다운 5월에의 시 한편이 생각나서 이곳에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다. ‘아름다운 5월에, 꽃봉오리 벌어질 때,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는 그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했네’
헨리 8세의 왕비였던 앤 여왕이 부정의 누명을 쓰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기전에 마지막으로 한 말은 “5월이군요”였다. 햇볕이 너무 밝아서 바람이 너무 향기로워서, 나뭇잎이 너무 싱그럽고 푸르러서, 꽃이 너무 흐드러져서, 그래서 세상 살기가 너무 벅차고 감격스러워 버겁게 느껴지는 이 아름다운 5월, 새삼 내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며, 본능으로 사는 벌레가 아닌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변신을 꿈꾸어본다.
북 유럽은 우리보다 늦게 봄을 맞이한다. 그래서 T.S 엘리엇의 ‘잔인한 4월’이 지나야 위에 소개한 하인리히 하이네의 ‘아름다운5월’이 다가오는 것이다. 시인은 5월을 맞아 세상의 모든 꽃봉오리가 터질 때 가슴속에 사랑의 싹을 느낀다. 그래서 그에게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5월인 것이고, 새들이 찬란한 봄을 노래할 때 누군가를 향해 사랑을 고백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이 우리들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중에도 그 혜택을 풍성하고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여름이고, 그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나타내는 것은 봄, 봄 가운데서도 모든 산천에 녹엽(綠葉)이 짙어가는 이때일 것이다. 눈을 들어 맑디맑은 하늘을 우러러보니 천진한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가는 이산, 저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산천의 초목들,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우리가 비록 넉넉하게 가진 것이 없다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바, 기대하는바가 없다고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오는 훈풍은 다음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작년에 지녔던 묵은 찌꺼기와 과거를 과감히 털어내고 새롭게 지순한 모습으로 돋아난 저 초록에 한하여 그것에는 탁(濁)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가장 연한 것에서 가장 짙은 것에 이르기까지 나는 모든 초록을 사랑한다. 요즘의 초록이 비록 소박하고 겸허한 빛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때의 초록은 그의 아름다움에 있어 어떤 색채에서도 뒤서지 아니할 것이다. 그래서 이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사람들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는지도 모른다. 산과 들 모든 자연 속에 채색된 청신한 자색(姿色), 그의 보드라운 감촉, 그리고 그의 그윽한 향훈(香薰), 참으로 놀랄만한 자연의 극치의 하나가 아니며, 또 우리가 충심으로 찬미하고 감사를 드릴만한 하나님께서 내려주신 자연의 아름다운 혜택의 하나가 아닌가?……..
계절의 여왕, 신록이 시작되는 5월의 아침, 나의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께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가득하시길 빌고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시기를 기도드린다.
이렇게 축복과 안부의 인사와 더불어 초여름을 부르고 있는 5월은 그렇게 우리의 곁에 찾아와서 있나보다. 5월은 사랑과 감사함이 가득한 아름다움을 함께하는 달이다. 수풀은 녹음으로 짙어져가고 사람들의 마음은 사랑으로 넘친다. 모질고 긴 겨울을 견뎌난 대지는 생명의 찬란함을 함성으로 노래한다. 5월은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 날로 연이은다. 바쁜 삶중에도 잠시나마 존경과 사랑으로 가슴을 적시며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가족과 이웃의 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적어도 5월 한 달만큼은 행복을 가정에서 찾는 ‘가정의 달’이 되어야한다. 그런데도 어버이날은 1년에 단 하루, 나머지 364일은 자식의 날이다. 당신, 부모님의 가슴에는 1년에 한번 꽃이 달려도 자식을 위해서는 1년 내내 피와 땀을 쏟으며 사랑과 정성을 다해 꽃밭을 가꾸지 않으셨던가. 세상의 모든 부모님, 특히 우리 어머니는 소설이요 영화며 시다. 아니 세상의 모든 어머니야말로 스스로의 꽃이 아니었던가. 사랑은 오래 참아야하지만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고 한다. 이 아름다운 5월을 맞아 나의 마음 문을 활짝 열고 자연과 사람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자. 아름다움은 모두가 당신의 것이고 모두가 나의 것이며 모두가 우리의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정은 꽃밭이다. 그리고 우리와 끈끈한 혈연 속에 맺혀진 가족들은 더욱 소중한꽃이다. 지금 이 순간 어느 누구는 괴로움의 고통 속에 헤매며 술로, 누군가는 약으로, 순간적인 어려움을 피하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흐르는 시간과 세월을 통해 삶의 정답을 찾으려고 노력을 기울여보자.
우리가 살아가면서 시간에 대해 가장 뿌듯한 때는 사랑하는 사람이 성공한 시간일 것이고, 가장 달콤할 때는 땀을 흘린 뒤 갖는 휴식시간이며, 가장 즐거운 때는 흥겹게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고,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사랑하는 때일 것이다. 시간이 없다. 얼마 남지 않았다. 걱정하며 낭비하지말자. 삶을 새로운 시작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끝마무리로 볼 것인지는 나 자신의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이 찬란하고 아름다운5월에 꽃을 보듯이 세상을 반기며 보듬어보자. 그윽한 향기, 소중한 인연, 언제나 변함없이 5월의 세상을 향해 마음껏 나의 삶을 구가해보자. 그러다보면 행복의 꽃들이 살그머니 나의 곁으로 찾아와 삶의 꽃내음을 피워줄 것이다.
myongyul@gmail.com  <1022 / 0503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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