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존경하는 수녀님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가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자기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는,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들 중의 한사람으로써 수녀님들을 참으로 많이 존경하고 있다고 말을 한다. 존경하는 사람들 중에는 물론 성직자(聖職者)들도 포함(위선자인 목사나 사이비 종교의 목사는 제외)되지만 나는 특히 가톨릭의 수녀님들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나는 가톨릭 신자도 아니고 천주교의 예배미사에도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몇 번 참석치 않았으나, 어쩌다 길거리에서 수녀복을 입은 수녀님을 만나면 목례를 보내며 경의를 표한다. 그녀들은 평생을 오직 한분, 하나님과 예수님만을 위하여 일생을 바친 분들이다. 가톨릭의 신부님들은 힘들고 어려울 때 우선 하나님을 의지하지만, 세상적인 면에 의지할 때는 술이나 담배, 기타의 것들로 위로를 받고 힘든 것을 모면할 때가 많다.
그리고 목사님들은 마찬가지로 제일먼저 하나님을 의지하고 다음으로 가족들에게 많은 위로와 의지를 한다. 그러나 수녀님들만은 술도 안마시고 더군다나 담배역시 피우지 않는다. 힘들고 어려울 때 세상적인 것에서 위로를 받고 의지하기보다는 오직 성부와 성자 성령에게만 의지하여 모든 역경과 고난, 힘든 것들을 물리치고 이겨낸다. 유독 그들은 친, 인척도 외면한 채 결혼도하지 않고 개인의 사유재산도 없이 세상을 벗어나 주안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있는 천사의 삶, 그 자체를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 수녀님들을 좋아하고 믿음 안에서 사랑하며 인간적으로 가장 존경한다. 그리고 참으로 고마운 분들로 생각한다.
10여 년 전, 한센병 환자들을 격리수용하고 치료하며 돌보는 한국의 소록도에서 43년간 헌신적으로 봉사하다 편지 한 장 달랑 남기고 홀연히 자기의 고국으로 떠나간 외국인수녀 2명의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소록도에서 평생을 환자와 함께 살아온 마리안(71), 마가렛(71)수녀가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떠난 것은 2007년 10월 21일이었다. 마리안 수녀는 1959년에, 마가렛 수녀는 1962년에 자원하여 한국을 찾았다. 그녀들은 환자들이 말리는데도 약을 꼼꼼히 발라야한다며 장갑도 끼지 않은 채 한센병 환자의 피, 고름을 짜내고 상처를 만지며 몸과 마음을 다해 그들을 돌봤다. 꽃다운 20대에 와서 수천명의 환자들의 손과 발로 살아가며 헌신과 사랑과 희생을 몸소 실천하다가 일흔이 넘은 할머니가 되어 그렇게 40여년을 숨은 봉사로 일관하다가 빈손으로 자기의 고국으로 돌아갔다. 외로운 섬, 사회에서도 외면 받고 냉대 받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반세기 가깝게 헌신한 두 수녀님의 사랑의 향기는 민들레씨앗처럼 바람에 날려 어두운 곳을 밝히고 추운세상을 덥혀주었다고 믿는다.
귀국하여 돌아가 사는 고향 오스트리아는 도리어 낯선 땅이 되었지만, 3평 남짓한 방한 칸에 둘이 살면서 방을 온통 한국의 장식품으로 꾸며놓고 오늘도 그 수녀님들은 소록도의 꿈을 꾼다고 했다.
사람들은 흔히 수녀님하면 조용하고 차분함, 그리고 단아함 등의 천사 같은 이미지를 떠올린다. 어느 성당의 수녀님 말씀에 의하면 “수녀는 수녀의 외적인 이미지보다는 수도생활이라고 하는 내적인 의미가 수녀에게는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며 신앙의 대상인 하나님께 전
존재를 드리고 싶어 결혼도 하지 않고 개인소유도 없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라고 말했다. 수녀는 가톨릭에서 수녀생활을 하는 여성을 말한다.
이들은 3대 서원, 즉 정결, 청빈, 순명이라는 이 세 가지를 삶의 원칙으로 살아간다. 정결은 결혼을 하지 않고 신께 대한 사랑 하나로 정결하게 독신으로 사는 것을 뜻하며, 청빈은 개인의 소유 없이 공동으로 소유하며 정신적 물질적인 면에 가난하게 살아가는 것이며 순명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일생을 살기로 하고 개인의 자유를 봉헌하는 삶을 말한다. 수녀가 되려면 가장먼저 세례(영세)를 받아야한다. 그 후 3년이 지나야 수녀가 될 수 있는 자격이 갖춰진다. 수녀가 되는 과정은 지원기, 청원기, 수련기를 합한 4년이 초기 양성단계이다.
그리고 마지막단계인 서원기(종신서원)가있다. 거기에 대한 세부적인 수녀의 과정을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다.
1) 지원기 – 이제 갓 들어온 견습생으로서 신앙과 수도생활에 대해 배워가는 과정이다. 기초 교리와 성서 신학을 배우고 노동한다. 1년의 과정을 거친다.
2) 청원기 – 지원기의 업그레이드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신앙적인 면에서 깊이 들어간다. 과정은 1년이다.
3) 수련기 – 이때부터 수도복을 입는다. 수도생활과 신앙에 대해 본격적으로 진지한 공부를 하는 시기이다. 수도생활의 꽃이라 불리며 열심히 노동과 기도를 한다. 과정은 2년이다.
4)서원기 – 서원하면 이제 정식으로 수녀가 되는 것이다. 매년 서원을 갱신하고 6년차에 대 피정 및 제3수련 등을 거쳐 종신서원을 한다. 보통 본당의 수녀님들은 종신서원을 하신분과 서원기 수녀님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하여 총 10년을 보내야 정식으로 수녀가 된다. 남자의 신부님 서원기가 보통은 4년이다. 그리고 종신서원을 해야 부제품, 사제품을 받을 수 있다.
수녀님하면 우리는 가장먼저 테레사라는 이름을 떠올린다. 그녀의 이름은 선한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대명사다. 테레사수녀(Mother Teresa 1910~1997)가 세상을 떠난지 벌써18년이 지났지만 사람들은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돌보았던 그녀의 삶을 여전히 기억한다. 그녀는 그러한 그들과 살았다는 점에서 존경을 받는다. 이에 대한 테레사수녀의 의지는 확고했다. “가난한사람들처럼 살지 않으면서 어떻게 그들을 참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가지는 것이 많을수록 줄 수 있는 것은 적습니다. 고통 없이 일한다면 우리의 활동은 사회사업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날 가장 큰병은 결핵이나 암, 또는 한센병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 받지 못하고 남이 필요로 하지도 않으며 보살핌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육체의병은 약이나 수술로도 고칠 수 있지만, 고독, 절망, 무기력 등 정신적인 병은 사랑으로 고쳐야한다. 밥을 못 먹어 굶어서 한쪽의 빵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도 이 세상에는 수없이 많지만, 사랑받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은 더 많다.
중국의 작가 노신(1881~1936)은 희망이 지상의 길과 같다고 했다. “희망이란 원래부터 있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없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도 같다.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다.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절망을 고치는 것은 단순한 사랑이아니라 희망을 만들어 내려는 여러 사람의 수많은 발걸음일 것이다. 수녀님들이야말로 그것을 몸소 실천하고 하느님을 닮아가는 삶을 살아가는 거룩한 천사님들이다.
모든 수녀님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myongyul@gmail.com <990/0902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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