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멋있는 사람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세상을 살다보면 정말로 멋있고 호감이가는 사람이 많이 있다. 얄밉고 정이가지 않는 꼴보 기 싫은 사람도 많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멋있는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에 즐겁고 살만한 세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세상을 가장 멋있게 사는 것일까?
나 자신의 생각으로는 멋있는 길이 오직 한줄기로만 뻗어있는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개인의 소질과 취향, 그리고 형편에 따라서 각각 다른 길이 모두 뜻과 보람으로 아름다울 수도 있음직하다.
내가 이곳 미국에 이민 오기 전 청년시절,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조카의 병문안을 오랫동안 다니면서 병원에 근무하는 백의(白衣)의 천사인 간호사를 보면서 참으로 멋있는 사람(아가씨)이구나. 하고 느낀 적이 있었다. 백옥같이 흰 가운을 입고 고깔 같기도 하고 모자 같기도 한 것을 뒷머리 위에 얹은 그 청순한 외모도 멋이 있지만, 아픈 환자를 위하여 정성껏 밤낮으로 돌봐주는 그 고마움의 마음씨가 더욱 아름답고 멋이 있었다.
모든 간호사들이 누구나 다 그렇게 친절한 것은 아니다. 대개들보면 ‘특히 미국의 간호사들’ 사무적으로 환자를 대하는 가운데 어쩌다 특별히 착한 간호사가 있어서 더욱 돋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간호사들이 친절하다 하더라도 그 진가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예술가의 생활은 언제나 어느 모로 보아도 멋과 보람으로 가득 차 있다.
참된 예술가는 아름다움을 창조하여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예술에서 오는 즐거움은 관능의 만족에서 오는 즐거움보다 깊이 가슴속으로 파고들어 긴 여운을 남긴다. 관능의 쾌락은 뒷맛이 개운치 않으나 예술의 즐거움은 뒤가 맑아서 좋다. 그래서 우리는 예술가에서 감사와 멋을 느낀다. 예술이 한갓 상품으로 전락할 때 예술가의 값도 천박하게 떨어진다. 가난은 예술가의경우에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술은 예술을 위해서 있어야하며, 돈을 목적으로 삼는 순간 그것은 생명을 잃는다.
언론에 종사하는 기자나 학문을 연구하고 신념과 지조를 갖춘 사상가로서의 면모가 뚜렷한 학자는 그 나름대로의 멋을 자아낸다. 이들의 모습이 가장 돋보이는 것은 돈이나 권력의 유혹이나 압력을 뿌리치고 꼿꼿이 자기 자신에게 충실할경우이다. 권력의 시녀가 되지 않고 여러 사람들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소신대로 사실을 전하고 올바른 정의의 편에 서서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도 감동을 자아낸다. 또한 내 한 몸을 돌보지 않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소방대원, 경찰관, 의사선생님, 환경미화원 등등 이들 모두가 정말로 멋있는 사람들이다. 지난옛날, 한국에서 보면 가난한 집안의 딸로 돈벌이를 위해 애띠고 연약한 몸으로 만원버스에 시달리면서도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고 손님들을 위해 성심성의껏 일을 하는 버스안내양의 진실하고 착한마음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인간의 멋을 느낄 때가 많았었다.
연세 드신 노인들이나 할머니를 도와서 부축을 해 드리기도 하고 엄마대신 어린아이를 번쩍 들어서 차 밖으로 내려놓는 그녀의 모습은 비싼 외제코트를 입고 고급화장품을 얼굴에 바른 명동의 아가씨보다 몇 배 더 아름답고 멋이 있다.
남을 위해서 봉사를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노력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특별한 결심보다는 천성이 착해서 남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사람도 있다. 내 욕심을 눌러가며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존경의 감정을 느끼고, 천성이 착한사람에게는 친근감을 느낀다. 남을 위해서, 또는 공동체를 위해서 헌신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감탄을 느끼는 것은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내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남이 하는 것을 보았을 때 우리는 그에 대하여 감탄과 존경을 느낀다. 직업이나 지위와는 관계없이 여기저기의 사회 구석구석을 보면 멋있는 사람들이 우리들 주위에 살고 있다.
같은 직업에 종사하고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도 멋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문제는 각자 개인의 가치관의 차이에 있다고 보겠다.
보통 같으면 비굴하기 쉽고 때로는 아첨도 되는 불우한 자리에 있으면서도 항상 자존심을 간직하고 당당한 마음적인 자세로 맡은바 임무에 충실하는 사람은 더욱 멋이 있다.
소아마비의 불행을 겪고 절름거리면서도 늘 명랑하고 자기의 맡은바 일이나 현실에 충실하며 명랑한미소를 잃지 않는 친구도 멋있는 사람이다. 세상의 인구는 날로날로 늘어가지만 멋있는 사람은 점점 줄어가는 듯 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가끔씩은 우리사회에서 그러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 준다.
모양만 고운 꽃에는 벌과 나비가 오지 않는다. 사람도 빛깔만 좋은 외모보다는 향기롭고 따스한 마음을 가져야 멋있는 사람이다. 외모가 준수하고 아름다운 것은 큰 재산이지만, 겉만 예쁘고 속이 비었다면 차라리 평범한 게 낫다.
중국의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에 도이불언(桃李不言), 하자성혜(下自成蹊)란 말이 있다.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는 아무 말을 안 해도 그 밑에는 저절로 오솔길이 생긴다는 말로, 꿀만 있으면 벌과 나비는 오지말래도 제 발로 찾아온다는 뜻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모든 고뇌와 역경에서 벗어나려면 조그만 변화나 성취에도 만족할 줄 알아야한다. 넉넉함을 아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을 부유하고 즐거우며 평온함을 느끼게 해 준다. 세상에서 만족을 모르는 사람이 가장 가난하고 불행한사람이다. 만족을 모르는 사람은 항상 오욕에 이끌려 만족함을 누리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여긴다. 지식과 권세와 재물이 아무리 많아도 가진 것과 누리는 것만으로 행복하거나 멋있게 살수는 없는 것이다.
현실에 만족하며 올바른 인문정신에 의해 자기존재의 의미를 느끼고, 살아있음에 대해 감사하며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며 미소를 잃지 않고 겸양의 미덕을 갖춘 사람이 정말로 멋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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