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전태일 분신 40주기, 변한 것이 없다.

<김원동칼럼> 전태일 분신 40주기, 변한 것이 없다.

▲근로 기준법의 준수를 외치며 22살의 꽃다운 나이에 분신한 노동자 전태일.

▲근로 기준법의 준수를 외치며 22살의 꽃다운 나이에 분신한 노동자 전태일.

근로기준법 책을 가슴에 품고 인간해방을 외치며 자신을 스스로 불태운 전태일, 분신 40주기를 맞는 그 뜻 깊은 행사가 지난 13일 청계천 등지에서 열렸다.
한국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온몸에 불을 지른 전태일 열사가 불길 속에 마지막으로 쓰러진 그 자리에는 불꽃형상의 기념동판도 세웠으며 청계 6가의 버들다리를 “전태일 다리”로 하는 명명식 후 다시 모란공원으로 옮겨 추도행사를 하면서 전태일기념관 건립과 그의 숭고한 정신을 후세에게 기리기 위해 교과서에 수록하도록 하는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추도식에서는 “전태일 40주기에도 한국의 노동환경은 가공할 정도로 열악하다”며 “이명박 정권과 독점자본이 만들어 낸 어둠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전태일정신의 부활이 그 어느 때 보다 시급하다”면서 전태일이 괴로워했던 그 시대의 불의(不義)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어느 정당대표의 인사의 말이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노동기본법은 있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지켜지지 않는 있으나마나한 법, 그래서 전태일은 대통령에게 진정서를 띄우면서 최소한의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했지만 무위로 끝난 채 분신자살이라는 극단적 죽음을 택했다.
그 시대와는 다르다고 그 때의 노동환경과는 다르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서울찬가를 외치는 서울사람들을 종종대한다.
그들은 정규직과 언제 어느 때 해고라는 날벼락을 맞을지 모르는 불안한 일상의 비정규직의 비율이 반반이라는 통계도 모른다. 임금이 올랐다고도 한다. 그때 그 시점과는 비교가 안 된다며 제법 아는 척을 하면서도 물가상승에 못 미치는 인상된 월급이라는 것도 모른다.
쥐뿔도 모르는 막무가내의 서울전도사들인 바로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뉴스 한토막이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한국정부의 외상장부 말이다.
이번 G20회의에 대표단체로 초청 받고 온 국제노동계 대표자들이 국제회의 첫날이었던 11일 프란체스카 회관에서 가졌던 기자회견장에서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은 국제사회 최악의 노동탄압국”이라며 “국제적 노동기준을 준수하라”고 외쳤다.
국제노총과 국제경제협력개발기구 지도자들인 이들은 “한국정부는 세계를 상대로 했던 약속을 지키고 한국노동자들의 권리를 존중하라”고 지적했다.
G20회의가 열리고 있는 지금도 한국은 ILO(국제노동연맹)의 핵심협약인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에 대한 협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95년 OECD 가입시 이행약속사항인데도 아직 실천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폭로해 한국정부를 톡톡히 망신시켰다.
수 천 명의 외신기자들을 불러놓고 자랑도 할만하다. 외관(外觀)에 치중하는 국민성답게 외형적으로나마 서울은 그만큼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어디 서울뿐인가, 적잖은 조기유학생들이 그리고 기러기엄마들이 북미 한인사회 거리를 활보한다.
그러나 그것이 대한민국 인구 전체가 아니다. 아직도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은 전태일의 분신시점이나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밀린 임금을 달라고 투쟁하다가 회사 기물을 파손한 노조단체원들에게 법원이 일괄적으로 손해 배상판결을 내린 모양이다. 당장 먹고 살 돈도 없는데 무슨 수로 벌금을 내는가 그냥 앉은 채로 당하는 수밖에 없지만 한가지 큰 걱정이란다.
치매 걸린 시어머니의 유일한 낙인 TV에도 어느 순간 빨간딱지가 붙을 날을 걱정하는 며느리의 넋두리가 화면을 적신다.
한국노동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대목이다. 기업사랑 밖에 모르는 정부나 법원이 한 통속이 되어 다시는 노동자들이 데모 같은 것 못하게 본 떼를 보여주는 길들이기 식 판결, 없는 놈들은 좀 죽어도 된다는 모진 판결문이다.
전태일 분신40주기에 보는 변함없는 대한민국 노동현장의 현주소다. (kwd70@hotmail.com) <760/201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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