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손녀까지 올라 탄 대통령 전용기

<김원동칼럼> 손녀까지 올라 탄 대통령 전용기

지난 26일 성남 서울공항을 이륙한 대통령전용기에 딸과 외손녀가 동승한 사실이 들통 나서 화제다. 어느 대통령이라고 눈에 넣어 아플 손녀가 있겠는가마는. 그러나 역대 어느 대통령이 국익을 챙기기 위한 국제외교무대를 향해 날아다니는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전용기를 대통령 안방으로 알고 손녀를 태워 다닌 대통령이 MB말고 또 있었던가,
들통이 나자 동행중인 청와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인도정부로부터 비공식 가족초청을 받았기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설령 그런 일이 있었다 쳐도 가족들은 다음에 저희들 돈으로 저희들끼리라며 사양했어야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가족들의 동행에 드는 경비는 그들 스스로가 부담한다는 말도 늘어놓는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통령들도 가족이 비공식수행원으로 동행하는 사례를 들고 있으나 그건 모르는 소리다. 그들은 탑승 전에 이미 비공식수행원 명단에서 가족들의 동승사실을 밝힌다. 들통이 난 후에 변명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딸의 동승을 두고 코디자격이라고 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에 전문코디가 그렇게도 없단 말인가. 청와대 의전실이나 부속실에도 있다. 그리고 코디자격의 수행이라면 왜 별도로 개인이 비용을 지급하는가 엄연히 국고부담이어야지. 앞뒤가 맞지 않은 궤변의 성명문 말미에 폭로한 야당대변인을 보고 이런 자질구래한 일까지도 정쟁(政爭)의 도구로 삼는 야당이 한심하다는 듯 내뱉는다. 어느 쪽이 한심한지 여기서 또 헷 갈린다.
그리고 인도까지는 그렇다 치자 스위스는 왜 데리고 갔는가. 스위스가 어떤 곳인가. 검은돈으로 통하는 소위 비밀자금을 은닉해 두기에는 스위스 은행만한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이 어디 또 있는가.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의 정치지도자들이나 그 가족들이 외화 밀반출용으로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 어디인가. 배낭여행자도 아닌 알몸촬영이라는 수치스런 입국검열의 절차도 없다. 착륙 직후 경호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리무진에 동승하는 그들의 가방속 귀중품(?)은 철저히 보호된다. 전용기에서 내리는 VIP 페밀리들에게 그곳 만한 비밀자금 은닉처는 없다. 동행한 딸이나 손녀가 그랬다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자면 검은돈 가지고 나가 안전하게 묻어둘 수 있는 곳으로 세계에서 스위스만한 곳은 없다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 고위 신분소유자들이 출입국하기에 가장 의심받을만한 국가가 스위스라는 말이다.
그들은 인도에서야 양국간의 로열 페밀리로써 국익에 도움 될 만한 친교나 우의를 다지는 일이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스위스는 다르다. 다보스라는 국제 경제포럼에 딸이나 외손녀의 도움이 있을리 만무다. 그들이 얼씬도 못할 행사장이다.
대한민국 건군(建軍)이래 후배군인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 한신(韓 信)장군이다. 그가 사단장 시절에 있었던 일화다. 모시는 장군의 사모님이 무거운 장바구니를 끼고 걷는 것을 본 장군의 운전병은 그녀를 사단장 전용 짚차에 태워 관사로 모셨다. 이 사실을 알게된 한신 장군은 운전병에게 불호령을 내리면서 그 날로 영창에 집어넣은 일 말이다. 이번의 경우처럼 공(公)과 사(私)를 전혀 분간 못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귀에 꼭 좀 들어갔으면 싶고 각성제가 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일화이기에 더욱 그렇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 허지만 공과 사는 구분되어야 한다. 하늘을 나는 궁전속에 손녀가 부릴 재롱 때문에 별도의 방을 꾸미시느라 국고가 낭비되었을 것입니다. 그 돈이 무슨 돈입니까. 혹독한 추위 속에 피눈물 흘리며 고생해서 번 돈으로 바친 국민 혈세입니다. 손녀를 위한 그 공간을 설계하는 비용 말입니다.(kwd70@hotmail.com) <722/201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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