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재미동포 가수 박재범의 한국비하 발언

<김원동칼럼> 재미동포 가수 박재범의 한국비하 발언

인기보컬그룹 “2PM”의 재미동포 2세인 가수 박재범이 팬카페를 통해 올린 한국비하의 글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거운 주간이다. 까불지 말고 너희나라 미국으로 돌아가라는 혹평이 주를 이룬다.
여론의 파고가 높아지자 박재범 자신의 엉성한 사과문도 나왔지만 그의 소속사인 JYP인터테이먼트도 잽싸게 진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재발(再發) 없을 테니 한번만 봐 달라는 투다.
“나는 한국이 영 싫다 돌아가고 싶다”며 한국인과 한국을 싸잡아 비하한 그의 발언을 자신과 자신의 소속사는 한국을 그리고 한국의 문화를 이해 못한 탓에서 온 본의 아닌 실수라는 내용의 글을 사과랍시고 내자 성난 네티즌들은 년전에 있었던 그의 또 다른 발언도 찾아낸다. “한국인은 정상이 아니다. 내가 하는 저질 랩을 잘한다고 한다. 정말 멍청하다. 나는 한국이 싫다”라며 형편없는 수준의 글을 올렸다는 기사와 함께 지금도 그의 홈페이지 창을 열면 “비지니스 상 한국에 머물고 있다”는 내용이 뜬다며 여러모로 뿌리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듯한 그의 발언을 이참에 문제삼아야 한다며 호되게 비판하고 있다.
정체성의 혼란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 어느 2세의 말처럼 한국에 와 있으면 미국인 같고 미국에 있으면 한국인 같다는 정체성의 혼란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소리 같기도 하다.
재미동포 2세 화가인 강익중씨가 정체성에 관하여 내 놓은 작품 중에 하나다.
큼직한 얼굴을 그려놓고 오른쪽은 한국인 왼편은 바비인형을 그려놓았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될 수 없는 자신의 자화상을 그린 것이다. 그런가하면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도 결국은 한국인일 수밖에 없다는 자기고백 같은 결론도 내렸다. 재미교포라고 뻐기던 시대도 한물 간지 오래다. 아직도 재미한인실업가라면 배우자로 선호하며 짝을 찾아 태평양을 건너가는 한국의 정상급 여 배우들이 있긴 하지만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한 1년 정도를 미국에 머물다 귀국한 어느 철없는 여자가 김포공항에 마중 나온 친구에게 “너희나라 아직도 먼지가 이렇게 많으냐”고 물었던 우스개 소리만 해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인데 유독 미주동포2세들만이 정체성문제에 관한한 문제가 많은 건 뭘까. 모국정부가 지원해주는 그 숱하게 많은 한국어학교가 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한인교회들이 있는데도 말이다.
몇 년 전에 있었던 필자의 경험담이다.
멕시코 유카탄반도를 헤매다가 만난 그 땅에서 태어난 2세로써 90세가 넘은 고흥룡 옹과 만남에서다. 예상을 깨고 그는 한국말을 했으며 물어본즉 100년 전 에니깽 밭의 그 열악한 한국계 농부 이민자들을 찾아와 한글교육으로 민족혼을 일깨워 주셨다는 도산 안창호선생의 덕분이라고 했다. 그에게는 안창호선생이 롤 모델이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중국 땅 하얼빈 공항에서 필자를 영접키 위해 공항에 나왔던 하얼빈한국방송국장과의 첫 만남에서였다. 공항에서 호텔로 가던 그의 차중에서 필자가 조선족 3세인 그에게 고향이 어디시냐고 물었을 때 용정이나 연변쯤으로 생각했던 나의 선입견은 고스란히 무너졌다. 그는 서슴지 않고 경북 문경이라고 했다. 그래서 가 보았느냐고 물었더니 아직 가 보지는 못했다면서 할아버지의 고향이 나의 고향이 아니겠느냐는 정체성에 관한 우문현답(愚問賢答)이었다.
재미동포2세들에게 멕시코의 고흥룡 옹이나 하얼빈의 한국어 방송국장을 정체성에 관한한 자신들의 롤 모델로 삼았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해본 말이다. 정체성의 혼돈(갈등)으로 한참 빗나간 한 재미동포2세의 모국비하발언을 보고 해본 말이다. 제2 제3의 박재범은 얼마든지 더 있기에 그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다. kwd70@hotmail.com <703/200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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