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노후 생활을 위한 노인아파트 입주<2>
부모와 자녀들이 모두 부담 없는 편안한 방법
핵가족화 사회, 부부 중심의 거주 문화
본지가 올랜도 노인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어르신들과 좌담을 나눈 기사(12월 3자, 666호)를 본 많은 독자들이 전화를 통해 자세한 상황을 문의하여왔다. 어떤 독자는 자식된 입장에서 보면 자신을 키워준 부모를 나몰라라하고 팽개친다는 생각이 들어 선뜻 입주를 입에 담지는 못하지만, 하루 종일 집안에 갇혀 지내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이것이 과연 봉양하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단다. 또 어떤 어르신의 경우 기사에 나간 내용에서 자식들과 떨어져 사는 것이 좋다는 좌담자들의 생각이 ‘정말 그런 것이냐’하고 거듭 확인하면서 반신반의하는 느낌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지난 기사에서 기자가 어르신들에게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이 어떤가’하는 질문을 하였는데, 참석자 대부분은 ‘자식들과 따로 살다보니 가끔 자녀들의 얼굴을 보고싶은 것 외에는 불편한 점이 없다’고 대답하면서 ‘자녀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사니 너무 좋다’며 아파트 생활이 누구의 구애도 받지 않아 생활하기가 너무 편하다고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말했다.
인간의 삶에서 의식주가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주거(住居)는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문화적 의미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가장 필수적이라고 한다. 한 집에서 6촌, 8촌이 같이 자라던 20세기 중반까지의 한국의 거주 문화는 불과 50년 만에 초(超)핵가족 문화로 바뀌게 되었고, 아파트에서 3세대가 같이 사는 경우는 극히 드문 현상이 되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 이민자들 가운데 3세대가 같이 거주하고 있는 가족 문화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드물다고 할 수 있다. 노인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대부분의 미국인 노인들도 자녀들과 함께 살면 피해를 주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생활에 불편을 느껴서 따로 나와 사는 것으로 집계되어 있다. 아마 미국인들의 문화가 부부 중심의 문화로 형성되다보니 자식이 자라 성인이 되면 분가해 사는 것이 생활문화로 보편화 되어 있는 것이다.
집보기, 애보기가 봉양의 대가(代價)는 아니다
한국인들의 경우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이 효도라는 관념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부모를 모시고 살고있다. 하지만 1세대 부모가 경제활동을 하면서 건강하게 지낼 때는 문제가 없지만 자동차 운전을 할 수 없는 경우 집에서 집안 일을 도맡아 해야 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로 ‘봉양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한국에서야 언어도 통하고 대중 교통 수단이 많아 그 만큼 자유롭게 다닐 수 있지만, 미국은 차가 없으면 한발자국도 내딛을 수 없는 곳이니 정말로 답답한 징역살이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2세대 자식들이 편한 것은 아니다. 집안 일을 떠맡겨놓고 부모들 잘 모시지 못한다는 죄책감은 물론이거니와 일을 하러 나간 후 아무도 돌보아드릴 수 없는 낮 시간에는 무슨 변고가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다. 또 주말에는 3세대 자식들의 레크리에이션보다는 1세대 부모의 지루함을 보상해 드려야 하는 의무 때문에 자유롭게 생활할 수도 없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모든 개별적인 가족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문화가 핵가족화 되고 부부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에서 보면 대가족을 유지하는 것은 갈등요소를 항상 간직하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미국의 가족 문화가 부부중심이고 가족들은 어떤 이벤트가 있으면 모였다 흩어지는 것으로 유대감을 유지한다는 것이 다소 삭막함은 있지만 서로간의 삶을 보장한다는 점에서는 합리적인 면도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점점 부모와 자식이 떨어져 사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어 부모와 자식의 집의 거리는 “국이 식지 않는 거리” 만큼이라는 말도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같이 거주하기보다는 서로를 존중하면서 가까운 거리에서 도움을 주는 정도가 세대간의 거리로 여겨진다.
자식의 집보다 편안하다는 노인아파트
미국의 노인아파트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잘 발달돼 있다고 한다. 미국의 사회보장 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인아파트를 알면 된다고 한다.
미국의 노인들은 정부가 주는 혜택을 최대한 누린다는 생각으로 노인아파트에 입주하고 있는데, 단독주택에서 살면서 집을 관리하는 것이 단순한 일이 아닐 뿐 아니라 공동주택에서 노인 아파트의 편의시설을 마음껏 이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노인아파트는 쉽게 입주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사설 노인아파트에 입주하고자 할 때에는 돈만 있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카운티나 시, 혹은 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노인아파트에 들어가려면 보통 신청 후 3년에서 5년 정도 기다려야 입주 가능 통보를 받을 수 있고 대기자가 많으면 10년도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대기자가 많은 이유는 우선적으로 싼 임대료 때문이다. 구세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올랜도시의 노인아파트의 경우 한달 임대료가 630달러 정도이지만 실제로 거주자들은 임대료의 30%인 190달러 정도(유틸리티 포함)만 부담하고 나머지 70%는 정부에서 구세군 측에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또 하나 좋은 점은 노인들의 건강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노인들에게 상존하고 있는 응급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인아파트에는 24시간 보안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각 가정의 화장실과 침실에 비상벨이 있어 비상시에 누르면 오피스에서 비상 조치를 하여 앰뷸런스가 즉각 출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놨다. 올랜도 노인아파트에는 취침 전에 빨강 줄을 문밖에 걸어놓고 기상 후에는 즉각 걷어들이게 되어 있어 노인들이 수면 중에 생길 수 있는 불상사에 대비하고 있다.
어떤 노인아파트의 경우에는 매달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면 식당에서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는가 하면 식사비가 없는 아파트도 있다고 한다. 제공되는 음식이 노인들의 건강에 맞게 영양가를 분석하여 조리된 것이기 때문에 음식으로 건강을 챙길 수도 있고, 간호사가 상주하여 노인들의 건강을 보살피는 곳도 있다고 한다.
만약에 한국 노인들이 한 노인아파트에 집중적으로 신청하여 한 단지 내에 같이 거주할 수 있게 된다면 아파트에 있는 휴게실 등을 빌려 공동 예배를 보거나, 같은 취미 생활을 할 수 있어서 노인들이 여생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국인들이 이렇게 좋은 노인아파트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부모를 공양해야 한다는 자녀들의 한국식 효도의 고정관념과, 노인 즉 부모들이 힘이 있을 때까지 그래도 자녀들을 위해 손주들을 돌보아야 된다는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동안 자녀들을 키우며 고생만 하신 부모님에게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시설 좋은 노인아파트를 찾아 입주할 수 있도록 도와 드려야 한다. 또한 노인들은 자식들이 자신을 돌보지 않고 노인아파트에 거주하게 입주시키는 것은 일생동안 자식들을 키워온 것에 대한 배은망덕(背恩忘德)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현재 노인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대부분의 노인들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행복하고 만족하며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노인아파트 입주, 사회보장제도로 정당한 노인들의 권리
사실 노인아파트는 미국 정부가 휴머니즘을 가지고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사회보장제도이고 모든 시민들이 젊었을 때 내놓은 엄청난, 정말로 엄청난 세금의 일부분을 되돌려 받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되돌려 받지 못하고 일찍 사망한 사람들의 세금, 한국인들처럼 노인아파트에 사는 것이 가난함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부끄러움 때문에 찾지 않는 세금 등으로 풍족한 여생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노인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노인아파트 입주는 65세부터 할 수 있지만 장애인의 경우에는 조기에도 입주가 가능하다. 노인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각 아파트에서 정한 저소득층 기준에 맞아야 하며 반드시 고정 수입이 있어야 한다. 고정수입에는 웰페어(SSI)나 소셜 시큐리티, 자녀들이 주는 고정 용돈 등이 포함된다. 또한 입주 후에도 매년 정기적으로 세금보고 서류를 제출해 아파트에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자격 여부를 입증해야 하며, 연수입 한도액을 넘을 경우 입주 권리를 박탈당한다.
신청시 준비 서류에는 ▶입주자의 소셜 시큐리티 번호 ▶운전면허증이나 ID ▶월페어 증명서 ▶은행 예금 잔고 증명서 등이 필요하며 아파트에 따라 요구하는 서류가 추가된다. 또한 노인아파트는 복수로 신청이 가능한데, 반드시 거주 지역일 필요는 없다. 자신이 거주하고 싶은 지역에 미리 신청할 수도 있다. 자녀가 장차 비즈니스를 위해 이주할 예정이라면 이주예정지 노인아파트에 미리 신청할 수도 있고, 다른 주의 아파트도 가능하다. 단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나서 적어도 6개월에 한번씩 아파트에 확인 전화를 걸어 이름이 명단에 아직 올라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이사를 가거나 주소를 옮길 경우도 신청 해놓은 아파트에 알려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대기자 명단에서 빠지는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본보는 다음호에 힐스브로 카운티 아시안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키미 스프링스틴씨가 보내온 탬파베이 인근의 노인아파트 거주환경, 위치, 편의시설, 교통편, 편리성을 중점적으로 분석하여 한인동포 노인들이 입주해 편안한 삶을 살수 있도록 송학노인회 김중현 회장과 함께 최선을 다해 도울 생각이다.>
<669호/2008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