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입은 조국 사랑, 행동은 나만 사랑

<발행인칼럼> 입은 조국 사랑, 행동은 나만 사랑

점잖고 차근차근한 글로 설득하는 문체로 글을 쓰다가 지우고 다시 쓸 수밖에 없는 참담함을 많은 한인동포들이 이해해주길 바란다.
지난 일요일 삼일절 기념식에 참가한 기자는 매년 같은 얼굴들, 아니 점점 줄어드는 숫자에 실망감과 함께 우리 동포들의 이중성에 가슴이 아팠다. 기념식을 공동 주최한 한인회와 교회협의회 측은 많은 동포들이 참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평일인 삼일절 행사를 미리 앞당겨 일요일 오후에 기념식을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일부러 총영사의 감사장 전달식과 한인회장의 감사패 증정식도 중간에 넣었을 것이다. 이유는 한 사람이라도 더 나와 선열들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을 새기고, 삼일절 노래도 부르고 만세 삼창을 하면서 동포애를 느끼고 나아가 조국애를 불러일으키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행사 후 마련한 밥이라도 함께 하면서 잊혀져 가는 동족의식을 다시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 의도와 기대에 따라 기념식이 진행되었을까. 한인회 임원은 식을 진행하는 회장과 사무총장, 교회협의회에서는 순서를 맡은 목회자들의 참석이 고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애나 선열들이 흘린 피의 교훈 등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과연 모이면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한인들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2세들의 교육을 떠드는 그 수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에 틀어박혀 또 조국사랑을 떠벌리고 앉아있단 말인가.
1년에 고작 두 번 있는 조국의 국경일 기념 행사이다. 우리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진 기미독립운동을 기념하는 삼일절과 길고 긴 일제의 억압의 굴레를 떨쳐버리고 우리의 조국을 찾은 광복절은 이역만리 이민의 삶을 사는 우리들에게 조국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아주 중요한 기념의 날이다.
이런 중요한 날에는 적어도 한인사회의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단체장들이나 교회의 목회자들은 모두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먹고 마시는 모임이나 각종골프대회, 총영사가 등장하는 행사에는 요란스럽게 떠들면서 달려들던 사람들이 이날만은 유독 집에서 명상의 시간을 갖고 있단 말인가. 그동안 아니 지금까지도 한인사회 지도자라고 대접받는 행사들만 골라 참석한 후 자기이름 석자가 신문지상에 기사화 되지 않을 경우 불만을 토로하는 그 사람들은 다 지금 어디 있단 말인가.
또한 기도마다, 설교마다 이민자들의 삶이 승리하도록 축복해달라고 외치던 목회자들은 한민족의 위기에서 분연히 떨쳐 일어나 기미년 독립선언에 동참한 믿음의 개척자들의 교훈을 무시하고 살아도 된단 말인가. 행동 없는 믿음은 아무것도 구원할 수 없다는 야고보의 말을 잊어서는 안된다. 기념행사를 공동으로 주최한 한인회의 그 많은 임원들과 이사들은 어디에 있으며, 20명에 가까운 목회자와 교회를 대표하는 사람들은 지금 이 시간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이렇게 지금 한인사회는 화합과 단합에서 멀어져가며 불신과 불만속으로 자꾸 빠져 들어가고 있다. 이제 잃어버린 첫 사랑을 다시 찾을 때가 되었다. 아름답고 살맛나는 동포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한인회장이나 단체장들 그리고 봉사를 자처한 임원들은 동포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심부름꾼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할 것이다. 목회자들 또한 천국이 아닌 지옥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믿지 않는 불쌍한 동포들을 위해 전도 대상 1호는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목표를 삼아야 하며, 하나님의 생명의 말씀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동포라는 한 울타리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동고동락해야 한다. 이것이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따르는 것이며 동포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구원 할 의사가 있는 하나님의 교회라고 생각한다.
동포들 앞에서 지도자들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는 항상 긴장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불안한 이민자의 삶을 사는 동포들의 살아가는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이역만리 타국땅에서 외국인과 뒤섞여 살면서도 그래도 아직까지 우리가 뭉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민족의식이며 조국사랑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도자들은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나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나를 위해 기도하며 격려하고 후원해준 한인 동포들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 겸손한 마음으로 그들을 인정하고 섬길 때 한인회와 교회가 아름답게 발전하고 부흥되며 더 나아가서는 타민족들이 부러워하는 한인사회가 될 것이다. <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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