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개판청문회와 소장수 아들

<김원동칼럼> 개판청문회와 소장수 아들

지난 한 주간 서울에서 있었던 국회 인사청문회를 본 사람들은 그게 무슨 청문회냐며 정말 개판청문회라고들 한다. 야당의원들 입에서는 “조폭인사” “걸레인사”라는 표현까지 서슴없이 나왔다. 보기에 정말 민망할 정도였다.
교도소나 정신병동에서 하는 청문회라면 딱 어울릴지 모를까 그게 어찌 신성한 국회의사당에서 할 청문회인가. 위장전입, 병역기피,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논문 표절 등 필수과목은 다 거친, 도덕적인 측면에서 최소한의 기준에도 미달하는 잡것들만 골라 장관지명자라면서 청문회장에 앉혀놓은 대통령의 뱃장 놀음도 가관이다.
어떻게 이토록 족집게처럼 함량미달의 후보자만 골라 내세웠느냐에 대통령은 자신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란다. 뭘 그리 대단하냐는 표정이다. 충분히 다 알고 계셨을 것이다.
미국같이 백악관의 임명 전에 FBI에서 철저히 사전 검증을 하고 난 연후 지명하는 그런 완벽한 시스템에 못잖게 인적정보의 총본산인 청와대 정무라인에서 치르는 사전 검열시스템도 만만찮다. 그래서 대통령이 알고 있었다는 말에 의문의 여지는 없다.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죄 없는 놈은 총리나 장관이 될 수 없다”는 대통령의 못 말릴 일편단심 속에 오기로 밀어붙이는 쇼를 보며 같은 미친놈 소리를 듣기 원치 않는 사람들이라면 왈가왈부할 가치도 없을게다.
개 풀 뜯어먹는 소리 같을지언정 무대포식 인사원칙을 임명권자의 고유권한이라며 코드만 맞으면 걸레내각이던 조폭내각이던 상관없다는 역주행 불도저식 인사다.
코드가 맞는데 왜 잔소리냐며 말할 때와는 달리 이리떼 같은 박지원 산하 붉은 병정들과 한나라당의 선상반란까지 겹쳐 국회표결의 승리가 불투명해지던 차 두 명의 장관후보자와 함께 총리가 전격사퇴하자 대통령도 좀 한풀 꺾인 듯하다.
“아까운 사람들인데”라며 혼자 중얼거리며 뒷짐지는 폼 말이다. 내새워 놓고는 방패막이 도 해주지 않았다. 휘하의 졸병들에게 김 총리를 위해 총대를 메라는 지시도 없었던 것으로 들린다. 그냥 박근혜에게 겁 한번 주자는 얄팍한 꼼수에서 나온 쇼 였는지는 모를 일이다.
문제는 40대 기수 김태호 총리후보자의 무기력한 패배다. 그렇게도 뱃장이 없었던가, BBK라는 문제의 뇌관을 안고도 청와대로 입성 김경준을 미국에서 불러와 감옥에 넣어두고 전용기를 타고 즐기고 있는 MB의 두둑한 뱃장을 보면 총리후보자인 소장수 아들은 정말 뱃장이 없었다.
쓰레기 같은 다른 각료후보자들에 비해 그의 도덕성에는 치명적 하자가 없었다. 뚫고 나갈 뱃장이 그렇게도 약했던가. 김정일을 위원장님으로 섬기며 깍듯하게 대우하는 대표적인 친북 좌파정치인인 박지원의 No! 한마디에 그는 꼼짝 못하고 무력한 여당의원들의 방청 속에서 인민재판정을 나오고 말았다.
대단찮은 약점을 들고 총리에게 들이대던 도덕적 잣대를 두고 말한다면 질문하던 의원 누구하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의문이다.
북한에 쌀 지원을 외치는 좌파의원들 앞에서 천안함을 들먹이며, 단호히 반대의사를 밝히는 모습을 보고 이념 있는 총리가 들어선다는데 기대감도 한껏 가져보았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정보로 아니면 말고 식으로 부인의 명예를 훼손하던 야당의원에게는 자신의 아내에게 사과하라는 당당함도 보였던 그가 29일 총리직 포기를 선언, 젊음의 꿈을 펼쳐 보이려던 그의 정치행보에는 일단 쉼표가 찍혔다.
부탁하노니 다시 언젠가 쓰임이 있을 때를 위해 충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젊은 총리를 기대하던 그에게 기자로서 전하고 싶은 위로의 말이다. 소장수 아들 김태호! 오랜만에 보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는데.(kwd70hotmail.com.) <750/201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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