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재산세 폐지 법안 하원 통과… “역사적 개혁” vs “지역사회 붕괴”
플로리다 하원이 지난 19일 학교 재정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재산세를 없애는 파격적인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플로리다 전역이 뜨거운 논쟁에 휩싸였다. 이번 법안은 미국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재산세 개혁이 될 전망이며, 통과될 경우 플로리다 주민들의 세금 부담과 지역사회 재정 구조에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명확하다. 지역 학교 재정을 위한 재산세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재산세를 즉각 폐지한다는 것이다.
Danny Perez 하원의장은 표결 직후 “이는 미국 역사상 입법부가 통과시킨 재산세 법안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법안일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공화당이 약 1년간 준비해온 이 법안은 통과 즉시 효력이 발생하도록 설계되었다. Toby Overdorf 하원의원은 “오늘 우리가 통과시킨 방식대로라면, 수도꼭지가 바로 잠기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며 즉각적인 재정 변화를 예고했다.
법안을 밀어붙인 가장 큰 배경은 플로리다의 심각한 주택 가격 급등과 주거비 부담 문제다.
미국 최대 금융기관 중 하나인 JPMorgan Chase의 분석에 따르면, 플로리다는 현재 미국 내에서도 주거 부담이 가장 심각한 주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약 240만 저소득 가구가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연방 정부가 정한 ‘주거비 과부담’ 기준을 훨씬 넘어서는 수치다.
공화당 소속 Ryan Chamberlin 하원의원은 “첫 주택 구입 비용은 한 세대 전체에게 거의 닿을 수 없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해답은 단순합니다. 재산세를 줄이는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법안 지지자들은 재산세 폐지가 주택 구입 문턱을 낮추고, 기존 주택 소유자들의 부담을 덜어주어 주거 안정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은퇴 후 고정 소득으로 생활하는 시니어층이나, 주택 가격 상승으로 재산세 부담이 급증한 중산층 가구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민주당 측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법안이 지역사회의 필수 서비스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Rita Harris 하원의원은 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경찰 예산을 없애고 있습니다. 소방 예산도 없애고 있습니다. 쓰레기 수거도, 학교도, 재난 시 나무를 정리하는 인력도 없애고 있습니다. 결국 플로리다주 자체를 약화시키는 것입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 정부 경제 분석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연간 130억 달러(약 17조 원) 이상의 지방정부 세수가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이는 플로리다 카운티와 시 정부들이 경찰, 소방, 도로 유지보수, 공원 관리, 쓰레기 수거 등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재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Fentrice Driskell 하원 소수당 대표는 “재산세를 없애면, 결국 다른 방식으로 그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산세가 사라지면 판매세(sales tax)나 다른 형태의 세금이 인상되거나, 아니면 공공 서비스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인 Yvonne Hinson은 “이 사안은 너무 중대합니다. 속도를 늦춰야 합니다”라며 충분한 검토 없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까지 재산세 전면 폐지안을 공식적으로 통과시킨 곳은 플로리다 하원뿐이다.
플로리다 상원(Florida Senate)은 아직 유사한 법안을 발의하지 않았으며, 재산세 폐지를 처음 제안했던 Ron DeSantis 주지사 역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만약 플로리다 의회 전체(하원과 상원 모두)가 최종 승인할 경우, 이 법안은 오는 11월 주민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플로리다 헌법을 개정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의회 통과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유권자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결국 최종 결정권은 플로리다 유권자들에게 넘어가게 된다. 11월 투표에서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이 법안이 실제로 시행될 수 있다.
이번 법안은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한인 가정의 경우, 재산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거나 없어지면서 가계 경제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주택 가격 상승으로 재산세가 급증해 어려움을 겪던 가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한인들이 많이 운영하는 소규모 비즈니스들은 지역 공공 서비스 축소로 인한 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경찰 순찰 감소, 도로 상태 악화, 쓰레기 수거 서비스 저하 등이 발생하면 비즈니스 환경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한인 학부모들의 경우, 학교 재정이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도 주목해야 한다. 비록 이번 법안이 학교 재산세는 유지한다고 하지만, 지역 정부 전체의 재정 악화가 간접적으로 교육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의 장단점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찬성 측 경제학자들은 재산세 폐지가 플로리다의 경제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소득세가 없는 플로리다에서 재산세까지 없어지면, 더 많은 사람들과 기업들이 플로리다로 이주할 것이고, 이는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반대 측 전문가들은 재정 부족으로 인한 공공 서비스 질 저하가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플로리다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인프라 유지보수 예산이 부족해지면서 도로, 상하수도, 공원 등의 상태가 악화될 수 있고, 이는 결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다.
플로리다의 이번 시도는 다른 주들도 주목하고 있다. 만약 플로리다에서 성공적으로 시행된다면, 텍사스, 네바다 등 다른 공화당 주도 주들도 유사한 정책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실패한다면, 재산세 폐지에 대한 논의 자체가 전국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이번 플로리다 재산세 폐지안은 단순한 세금 감면을 넘어, 지방정부 재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대형 정책 변화다.
주택 부담 완화라는 명확한 목표와, 지역 서비스 축소라는 뚜렷한 위험 사이에서 플로리다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앞으로 상원의 태도, 주지사의 입장, 그리고 무엇보다 11월 주민투표 결과가 플로리다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플로리다 한인 유권자들도 이번 이슈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얻고, 11월 투표에서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시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