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없다”는데도 멈춘 일상
가짜 ICE 소문이 이민자 커뮤니티를 마비시키고 있다
최근 조지아주 일대 이민자 커뮤니티가 확인되지 않은 이민단속 소문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실제 단속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ICE가 뜬다”는 메시지 하나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일터를 비우게 하며, 지역 경제까지 위축시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불안 수준을 넘어 집단적 공포 반응에 가깝다. 특히 소셜미디어와 메신저를 통해 퍼지는 단속설은 사실 확인 없이 빠르게 확산되며, 이민자들의 일상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소문 하나에 멈춰선 일터와 거리
며칠 전 조지아주 둘루스 일대에서는 “오늘 한인 상권을 중심으로 이민단속이 진행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결과적으로 해당 지역에서 ICE의 단속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많은 중남미계 근로자들은 출근을 포기했고, 일부 상점은 인력 부족으로 정상 운영이 어려웠다.
이민자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는 식당, 세탁소, 청소업체 등은 하루아침에 업무 공백을 맞았다. 주방 인력의 대부분이 이민자인 식당들은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임시 휴업을 고민해야 했다. “단속이 실제로 있었느냐”는 질문은 이미 의미를 잃은 상태다. 소문 자체가 행동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는 왜 더 빨리 퍼지는가
문제는 단속 여부를 둘러싼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는 구조에 있다. 연방 이민당국은 단속 계획이나 체포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거나, 사후에도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틈을 타, 누군가 올린 사진 한 장, 출처 없는 음성 메시지 하나가 ‘확정 정보’처럼 소비된다.
지난달에는 Georgia State University 캠퍼스에서 이민단속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유학생들이 기숙사 밖 출입을 꺼리는 사태도 있었다.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미 커뮤니티는 큰 불안을 겪은 뒤였다.
공포는 범죄 신고도 막는다
이러한 분위기는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안전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민 신분이 노출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폭력 피해자나 직장 내 학대 피해자들이 경찰 신고를 주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짜 뉴스가 사람들을 숨게 만들고, 그 결과 범죄는 더 어둠 속으로 숨어든다.
지역 사회 지도자들은 “지역 경찰과 이민단속 기관은 역할이 다르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제복을 입은 공권력은 모두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치안 협력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유’가 아니라 ‘확인’이다
이민자 커뮤니티가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다.
모든 단속 소문이 사실은 아니다.
그리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는 서로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단속 관련 정보를 접했을 때
공식 언론 보도인지, 학교·시 정부·단체의 공지인지, 날짜·장소·근거가 명확한지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권고한다.
공포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나 공포가 사실을 대체하도록 내버려두는 순간, 커뮤니티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지금 이민자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소문이 아니라, 더 정확한 정보와 서로를 보호하는 신중함이다.
<박시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