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계절의 변화, 24절기의 이야기

<김명열칼럼> 계절의 변화, 24절기의 이야기

미국에서 발행된 달력들을 보면 대개 많은 달력들이 음력으로 표기되는 24절기의 날자가 기재되지 않은 달력이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24절기의 흐름과 계절이 변화되는 춘하추동의 환절기 변동 모습을 모르고 지나갈때가 많다.

최근 절기를 살펴보면 지난 8월7일(수)이 입추였다. 내가 갖고있는 교회 달력에는 그러한 24절기 내용들이 들어있지 않아서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날 평소 나의 글을 즐겨 읽고 독후감도 자주 보내주시는 어느 애독자께서 보내준 “가을의 시작 입추”라는 제하의 안부인사 말씀,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 어서 속히 무더위가 한풀 꺾였으면 좋겠습니다. 김 작가님 더위 무사히 넘기시고 건강하세요, 매주 좋은 글 감사합니다’ 라는 절기 인사말을 받고서야 입추가 찾아온 줄 알았다.

입추는 가을이 시작된다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찜통 같은 무더위가 우리 곁에 머물며 떠나갈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럭저럭 더위를 견디다보니 8월22일에는 처서가 다가와 있다. 내가 어렸을 적 나의 고향 시골마을의 어르신들께서 말씀하시기를 흔히들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계절의 엄연한 순행을 드러내는 때이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한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기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라고 한다. 이 속담처럼 처서의 서늘함 때문에 파리, 모기의 극성도 사라져 가고 귀뚜라미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다.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의 풍년과 흉년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비록 가을의 기운이 왔다고는 하지만 햇살은 여전히 왕성해야 하고 날씨는 쾌청해야 한다. 처서 무렵이면 벼의 이삭이 패는 때이고, 이때 강한 햇살을 받아야만 벼가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한꺼번에 성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처서에 장벼 = 벼이삭이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처서 무렵의 벼가 얼마나 성장 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속담이다.

오늘은 어쩌다가 계절의 흐름을 이야기 하다 보니 우리들 미국 생활과는 거리가 좀 있음직한 얘기를 했는데, 그러나 옛날의 우리 선조 및 부모님들께서는 이 음력의 24절기들을 매우 중요시하게 여겼고, 이 절기의 흐름에 따라 농사를 짓기도 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어찌 생각해 보면 필요 없고 거리가 먼 얘기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이러한 24절기의 필요성을 이미 많이 체험했고 그에 대한 유익성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참고로 이번에는 그러한 24절기에 대한 이야기를 공부도 할겸, 잊혀져가는 소재들을 꺼내어 설명을 드려보고자 한다.

<생활속 24절기를 알면 삶의 지혜가 보인다>

24절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곡우에 비가 오지 않으면 왜 농사가 안될까? 평소에 궁금하던 때 우리 조상 때부터 지켜온 24절기를 찾아보았다.

태양의 황경에 맞추어 1년을 15일 간격으로 24등분해서 계절을 구분한 것이 24절기다. 1년을 12절기와 12중기로 나누고 이를 보통 24절기라고 하는데, 절기는 한달 중 매월 4~8일 사이에 오고, 중기는 19일~23일 사이에 온다. 천문학적으로는 태양의 황경이 0도인 날을 춘분으로 하여 15도 이동했을 때를 청명 등으로 구분해 15도 간격으로 24절기를 나누었다. 따라서 90도인 날이 하지, 180도인 날이 추분, 270도인 날이 동지이며, 춘분에서 하지 사이를 봄, 하지에서 추분 사이를 여름, 추분에서 동지 사이를 가을, 동지에서 춘분 사이를 겨울이라 하여 4계절의 기본으로 삼는다.

여기에 24절기는, (1)입춘(立春) 양력 2월4일 경으로 봄이 시작되는 날이다. (2)우수(雨水) 양력 2월19일 경으로 눈이 비로 변하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 (3) 경칩(驚蟄) 양력 3월6일 경으로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4) 춘분(春分)양력 3월21일 경으로 낮과 밤의 시간이 같아지며 농촌지역에서는 흙을 일구고 씨 뿌릴 준비를 한다. 그러나 2월 바람에 김치독 깨진다는 속담이 있듯이 바람이 강해 흔히 꽃샘추위가 찾아온다. (5) 청명(凊明) 양력 4월6일 경으로 봄이되어 삼라만상이 맑고 밝으며 화창해 심기에 적당한 시기다. (6)곡우 (穀雨) 양력 4월20일 경으로 봄비가 내려 여러가지 작물에 싹이 트고 농사가 시작된다. (7) 입하(立夏)~양력 5월5일 경으로 여름이 시작되며 농작물이 자라기 시작한다. (8) 소만(小滿) 양력 5월21일 경으로 햇볕이 충만하고 만물이 자라서 가득차게 되며 초여름 모내기가 시작된다. (9) 망종(芒種) 양력 6월6일 경으로 논보리나 벼 등 까끄라기가 있는 곡식이 씨를 뿌리는 시기이다. (10) 하지(夏至)~양력 6월21일 경으로 12시에 태양이 가장 높게 있어 북반구에서는 낮 시간이 1년중 가장 길고 일사량과 일사기간도 가장 많다. (11) 소서(小暑) 양력 7월7일 경으로 차츰 더워진다. (12) 대서(大暑) 양력 7월23일 경으로더위가 극도에 달한다. 대부분 중복이 겹치며 장마전선으로 비가 자주 온다. (13) 입추(立秋) 양력 8월7일 경으로 가을이 시작되어 서늘한 바람이 분다. (14) 처서(處暑) 양력 8월23일 경으로 더위가 멈춘다는 뜻으로 쓸쓸해지기 시작하고 논벼가 익는다. (15)백로(白露) 양력 9월8일경으로 가을 기분이 들기 시작하는데, 이슬 맺힌 것이 하얗게 보인다. (16) 추분(秋分) 양력 9월23일 경으로 춘분으로부터 꼭 반년째 되는 날로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아지며,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므로 계절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17) 한로(寒露) 양력 10월8일 경으로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며 농촌에서는 추수로 바쁜 시기다. (18) 상강(霜降) 양력 10월23일 경으로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나 밤 기온은 서리가 내릴 정도로 매우 낮아져서 춥다. (19) 입동(立冬) 양력 11월7일 경으로 겨울이 시작되는 날로 김장을 한다. (20) 소설(小雪) 양력 11월22일 경으로 땅이 얼기 시작하고 살 얼음이 얼며 차차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21) 대설(大雪) 양력 12월7일 경으로 눈이 많이 내리는 계절이다. (22) 동지(冬至) 양력 12월22일 경으로 북반구에서는 1년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추위도 점차 심해지기 시작한다. 이날 팥죽을 쑤어 이웃과 나눠 먹고 집안 곳곳에 놓아 악귀를 쫓았다. (23) 소한(小寒) 양력 1월5일 경으로 본격적으로 추워진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왔다가 얼어죽었다는 옛 말이 있듯이 한국에서는 1년 중 가장 춥다. (24) 대한(大寒) 양력 1월 20일 경으로 겨울을 매듭을 짓는 절후로 추위의 절정기이나, 소한에 얼었던 얼음이 대한에 녹을 정도로 따뜻한 해도 있다.

태양력을 사용하는 오늘날에도 농촌에서는 관습적으로 계절이 변화를 확인하는데 널리 쓰이고 있다. 그밖에도 한식(寒食), 단오(端午), 삼복(三伏), 추석(秋夕) 등은 한국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해오던 절기이다. 3월21일 춘분으로 농촌에서는 흙을 일구고 씨뿌릴 준비를 하는 시기로 농부들은 바쁘고 도시민들은 꽃샘추위로 감기에 걸리기 쉽다. 24절기의 유래와 다양한 세시풍습을 익혀두면 삶의 지혜가 듬뿍 쏟아지고 우리의 삶에 많은 도움을 줄것 같다. 24절기는 고대 중국 주나라때 만들어졌다. 당시 동아시아권에서는 태음력을 사용했지만 음력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일어나는 기후의 변화를 반영할 수 없어 농사를 짓는데 매우 불편했다. 하여 중국에서는 천문학에 기초해 황하유역을 기준으로 태양의 공전주기를 15도씩 24등분한 24절기를 만들어 농사를 짓는데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충렬왕 시기에 도입돼 이후부터 농사를 짓는데 널리 사용됐고, 24절기는 일본, 베트남에서도 쓰이고 있다. 그러나 24절기가 중국. 그것도 베이징과 화북지방의 기후에 맞춘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의 실정과는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다. 막상 입춘이라 하여도 봄을 실감하기에는 어려운 것 처럼…………..

인간이 역을 만드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계절의 변화를 알기 위해서다.

특히 농경 사회에서는 계절의 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었다. 즉 농사를 위하여 씨를 뿌리고 추수하기에 가장 좋은 날씨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음력은 달의 운동에 근거하여 만들어지기 때문에 달의 변화는 잘 나타내 주지만, 태양의 움직임은 잘 나타내주지 않는다. 계절의 변화는 태양의 운동에 의해 결정되므로 음력 날짜와 계절의 변화는 잘 일치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음력에서는 계절의 변화, 즉 태양의 운동을 표시하여 주는 24절기를 도입하여 같이 사용한다. 따라서 음력은 태양의 움직임을 24절기로 표시하여 주기 때문에 태음태양력(우리가 흔히 음력이라 말하는 것은 원래 태음태양력의 준 말이다. 여기서 음陰은 달을 뜻하고, 양陽은 태양을 뜻한다) 이라고 한다. 즉 달(태음)과 태양의 운동을 모두 고려하여 주는 역법 이란 뜻이다.

*하늘에서 태양이 1년을 통하여 지나가는 경로를 황도(the Ecliptic) 라고 부른다. 이것은 지구의 공전운동으로 인해 태양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하루에 1도씩 천구상에서 이동하여 생기는 궤도이다. 따라서 실제로는 지구가 공간 상에서 움직이는 길이 황도 이다. <문학 작가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419/20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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