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아름다운 인생의 열매

<김명열칼럼> 아름다운 인생의 열매

우리집 정원에는 오래전부터 가꾸어온 핑크빛 색깔의 Desert Rose가 여러 그루 있다. 매년 겨울이 되면 화분에 들어있는 묵은 흙을 파내고, 홈 디포에서 사온 새 흙을 넣어 갈아 준다. 데저로즈는 해마다 시도 때도 없이 잘도 피어나지만, 가장 왕성하고 아름답게 꽃을 피워내는 시기는 요즘 같은 4월달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정원에 아름답게 피어난 꽃을 보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내 생활 속 행복의 싹을 틔우고, 성장의 꽃을 피우며, 아름다운 인생의 열매를 맺기를 다짐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요즘 보면 ‘반려식물’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재배, 공기정화, 인테리어를 목적으로 식물을 가꿨지만 최근에는 심리적 안정을 목적으로 집안 곳곳에 화분을 두고, 베란다와 옥상 등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꽃을 심고 정원과 텃밭을 가꾼다.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려는 사람들이 반려식물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게 아닐까? 우리가 버려두었던 자연을 다시 붙드는 이유요, 우리의 삶으로 자연을 사들이는 이유다. 그래서 그런가? ……..! 아니다.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나는 여러 그루의 데저로즈와 난초, 다유기, 장미 등등 각종 꽃나무와 화초들을 정원에 심어놓고 틈 날 때마다 바라보며 힐링에 빠지는데, 그중에서 나는 특히 Desert Rose(사막의 장미)를 좋아한다.

Desert Rose는, 아프리카와 아라비아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꽃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곳 우리들이 살고 있는 플로리다에서는 어느 집이나 한,두개정도는 정원에 심어놓고 사시사철 피어나는 그 아름다운 꽃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식물은 줄기에 물을 저장하는데, 해가 갈수록 두꺼워진다. 때문에 이 식물은 오랜 기간의 가뭄을 견딜 수 있는 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줄기는 즙이 많다. 잎은 짙은 녹색이며 중앙 정맥이 매우 뚜렷하며 꽃의 모양은 나팔모양으로 지름이 약 5Cm 정도에 이르며 6개의 큰 꽃잎이 있다. 분홍색 또는 빨간색의 두 종류가 있다.

나의집 정원에 울긋불긋 다양한 색깔과 각종 모습을 띄고 피어난, 저렇게 화사하고 아름답게 피어난 꽃들만 봐도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뇌파와 관련이 있다. 아름다운 꽃, 녹색 식물을 보면 뇌에서 마음을 안정시키는 알파파(뇌파의 일종)가 활성화돼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불안감이 줄어든다. 또 씨앗을 뿌려 꽃이 필때까지 보살피며 식물과 교감하는 과정에서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한다. 한국의 어느 연구기관에서 40대 주부 30명을 대상으로 12주간(3개월) 식물을 가꾸고 꽃다발을 만드는 등의 활동을 시켰더니 우울감이 줄고 자존감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생명이 움트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자신이 직접 만든 결과물을 보면 ‘해냈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감이 생긴다.

건강한 성인은 집의 정원이나, 정원이 없을 경우 아파트의 베란다에서 꽃만 키워도 우울증 완화, 스트레스 해소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원예치료 중 꽃만을 이용한 것을 플라워테라피 라고 한다. 프라워테라피용 꽃을 선택할 때는 계절, 촉감, 색깔 등을 고려하는 게 좋다. 요즘 같은 봄철에는 봄꽃인 히야신스 나 개나리꽃 한송이만 거실에 둬도 봄이 온 느낌을 받을수 있다. 꽃에서 얻은 생동감은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가령 아프리칸 바이올렛 같이 잎사귀에 털이 있어 촉감이 특이한 꽃을 만지면 그 촉감이 두뇌를 활성화 시켜 기억력 증진, 집중력 향상 등의 효과도 볼 수 있다. 다양한 색깔의 꽃을 가까이 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장미나 튤립처럼 빨간 계통의 꽃은 활력을 주고, 개나리, 수선화 등의 노란꽃은 유쾌함을, 백합, 히아신스 같은 흰꽃은 차분함을 느끼게 해준다.

나는 아름답게 피어난 꽃을 만질 수가 있지만, 내 마음을 만질 수는 없다. 하지만 꽃은 나의 마음을 만질 수 있다. 꽃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색색가지 예쁘게 물드는 것은 꽃이 색색가지 예쁜 꽃으로 내 마음을 만지작거리기 때문이다.

어떤 스승이 꽃이 가득담긴 바구니를 들고서 제자들에게 물었다. ‘이것이 무슨 바구니인가?‘ 제자들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꽃바구니입니다‘ 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스승은 바구니에 꽃을 들어내고 생선을 가득 담고서 물었다. ’이것은 무슨 바구니 인가?‘ 이번에도 제자들은 망설임 없이 ’생선 바구니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곧 이어 스승은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준다. ’맞다. 똑같은 바구니이지만 꽃을 담으면 꽃바구니 이고, 생선을 담으면 생선 바구니 이니라‘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거기에 가르침이 있다. 우리의 마음이 그와 같다는 것이다. 마음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부르는 말이 달라진다. 마음의 바구니에 욕심으로 가득 채우면 그 사람은 욕심쟁이가 된다. 마음의 바구니에 미움으로 가득 채우면 그 사람은 결국 남을 미워하고 질투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이 되고 만다.

반대로 마음의 바구니에 사랑으로 가득 채우면 그 사람은 사랑의 천사가 되고, 마음의 바구니에 행복으로 가득 채우면 그 사람은 세상의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이 된다. 우리는 우리 마음의 정원에 죄악의 잡초가 자라지 않도록 언제나 뽑아내고 잘 가꾸어야 한다. 우리의 마음속에 자라는 잡초들은 음란,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독, 속임, 질투, 비방, 교만, 우매함, 사기, 거짖, 모함 등등이 있다. 그런 잡초들은 모두 우리 마음에 잡초의 씨앗들이 뿌려져서 자라는 것들인데, 우리 마음의 정원에 그런 잡초들이 자라도록 뿌려진 씨앗들이 바로 정욕,탐욕,물욕,자만심,미움,이기심,어리석음,무지와 같은 것들이었다.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우리 마음의 더럽고 추한 먼지와 찌꺼기, 잡초등을 제거하고 털어내고 닦아내어 마음을 정화시키고 깨끗이 하여야 한다.

오래전 한국에서는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어 사람들의 관심과 화제를 모은 적이 있었다. 보고 듣기에는 그렇게 건전한 드라마가 아니면서도 미디어 특유의 흥행성 광고술로 ‘꽃보다……’라는 신드롬을 일으켜 주었다. 이런 세태의 영향으로 이후에는 꽃미남들이 떳었고, 사람들은 분별없이 꽃의 미학에 빠져들었다. 세상에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듯이……….. 더욱 매섭고 추운 겨울을 이기고 찾아온 따뜻한 봄의 계절이 던지는 꽃의 유혹은 강렬하기만 하다. 추운 겨울을 겪으며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꽃의 환상은 성공과 쾌락, 기쁨, 즐거움, 인기와 권력, 명예 등의 아련한 향수를 자극해 주기도 한다.

그런데 성경에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꽃의 이미지가 그렇게 긍정적이기만 한것은 아니다. 성경에서 꽃은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허영의 가치를 대표하는 것으로 인간 실존의 허무를 상징하고 있다.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벧전1:24’라고 증언하고 있다.

우리나라 말에도 예로부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꽃의 아름다움은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꽃은 참으로 아름답고 꽃은 하나님의 창조물 가운데서도 걸작중의 걸작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가 이 아름다운 꽃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에서는 한번도 우리에게 꽃이 되라거나 인생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라고 말한적이 없다는 것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꽃은 식물의 성장 과정에 따라 피어나지만 식물이 존재하는 최종 목적은 아니다. 꽃은 아름답지만 그 자체로 생명력은 없다. 꽃은 또한 재 생산하지 않는다. 모든 꽃들은 열매를 위해 그릇을 준비할 뿐 그 자체로 목적은 아니다. 우리는 꽃을 피우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열매를 위해 살고 있다. 자기의 인생에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고 해도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 말고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삶에는 어느새 열매보다는 꽃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긴것 같다. 열매보다는 꽃이 보기에도 예쁘고 화려해 우리네 시선을 잡아끈다.

꽃이 떨어진 후에야 열매가 자라는데 사람들은 열매를 기다릴 여유가 없어진 것일까? 아니면 꽃이 주는 화려함과 자유로움에 빠져 열매를 잊어버린 것일까? 우리시대 열매가 가장 아쉬운 곳이 가정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인류 개인의 자유와 권리 못지않게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소중히 가꾸어 왔다. 어떤 이데올로기나 신념을 뛰어넘어 가족은 여전히 우리 삶의 버팀목이자 사회의 기초로 자리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인생이 아름답고 보람된 열매를 맺고 저 세상으로 떠나가기를 바라고 원한다. 여러분들께서는 지금 어떤 열매를 맺고 있는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우리는 외식을 벗어야 한다. 과거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이다. 그런데 우리의 마지막은 언제인지 아무도 모른다. 갑자기 자다가 죽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날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 위해 힘쓰며 사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면 그사람의 마지막은 아름답게 장식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열매를 보고 우리를 판단하신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좋은 씨 많이 심고, 좋은 나무와 꽃이 되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아름다운 열매를 많이 맺으면서 여러분들 모두가 남은 생애 복되게 살기를 바라겠다. <문학 작가 김명열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354/202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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