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가슴을 녹이는 마음이 따듯한 사람들

<김명열칼럼> 가슴을 녹이는 마음이 따듯한 사람들

다음은 서울의 한 독자분께서 내게 보내준 글의 내용이다. 따듯한 봄날씨 같은 가슴이 찡하고 훈훈하며 아름다운 이야기이기에 지면 위로 옮겨본다.

‘봄을 가지고 온 착하고 선한 아이’의 이야기다.

아직 날씨가 쌀쌀한 이른 봄날, 아동복가게에 허름한 옷차림의 아주머니가 여자아이와 함께 들어왔다. “우리 딸이예요. 예쁜 티셔츠하나 주세요” 나는 아이에게 마음에 드는것을 하나 고르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아무거나 괜찮아요 엄마가 골라주시면 다 좋아요” 하는 것이었다. 옷을 고르면서 하는 두 모녀의 대화에서 사랑과 애정이 넘쳐난다. 두 모녀는 만원짜리 티셔츠를 하나 사갖고 나갔다. 그런데 얼마 뒤, 그 아이가 옷을 들고 와서 “저 죄송한데요 이거 돈으로 돌려주시면 안될까요?” “왜 엄마가 사주신건데 무르려고 하니? 엄마한테 혼나면 어쩌려구” 나는 약간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말했다. 아이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하는 말이 “사실은 우리 아빠는 아파서 누워있고, 엄마가 저 아래 시장 좌판에서 야채장사를 하셔요. 하루 종일 벌어도 하루에 만원도 못 버실 때가 있어요. 울 엄마한테 미안해서 이 옷을 못 입겠어요” 순간 내 코끝이 찡해 왔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 큰 사랑을 가지고 온 아이가 예뻐서 “그래 참으로 예쁜 생각을 하는구나. 이 돈은 다시 엄마를 갖다드리고 이 옷은 아줌마가 네 고운 마음씨가 예뻐서 네게 선물로 주는거야” 하면서 작은 청바지와 함께 예쁘게 싸서 아이에게 들려 주면서 “그래 마음씨도 고우니 공부도 잘하겠지만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날은, 봄을 가지고 온 아이 때문인지 종일 손님도 많이 오셨고, 내 기분도 상쾌한 봄 날씨 그대로였다. 다음날 아주머니가 싱싱한 봄나물을 한 봉지 가지고 오셔서 “얘가 무얼 사주면 늘 그런다오” 하시면서 미안하다고 몇번이나 허리를 굽히며 말씀하셨다. “착한 딸을 두셔서 좋으시겠어요. 아주머니가 부러워요” “예 고생하는 보람이 있다오. 이 집도 복 많이 받으시라고 기도하겠어요” 봄의 따듯한 햇살이 두 사람의 얼굴을 밝고 환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어떤 나라가 아름다운 나라일까? 그것은 ‘맑고 밝고 훈훈한 도덕의 바람이 부는 나라’가 아닐까 생각된다. 도덕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와 바람직한 행동규범을 도덕이라고 하는 것이다. 맑고 밝고 훈훈하다는 것은 ‘도덕성을 기르고 정서를 순환시킴으로써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건전한 인격을 가르치는 덕목’ 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국민 서로 서로가 약자를 보호하고 배려를 하는 아름다운 사회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은 아름다운 미담 이야기들을 알고 들은 대로 소개하여 드리도록 하겠다. 따듯한 봄바람(훈풍)에 얼었던 땅이 녹고, 우리의 마음도 따듯해질 수 있는 감동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다.

이야기 하나,

오래전에 있었던 이야기다. 가난한 고학생 하나가 조그마한 도시에 있는 작은 대학에 입학을 하게되 었다. 그는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일자리를 찾아 나섰고, 동네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대형 비닐하우스 농장의 현장감독이 그 학생의 딱한 사정을 우연히 전해 듣고 그 학생을 데려다 일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농장의 인부들은 점심시간이 되면 농장 한편에 있는 커다란 나무 밑에 둘러앉아서 점심을 먹었지만, 형편이 어려워서 점심을 싸오지 못한 그 학생은 조금 떨어진 다른 나무 그늘 밑에서 그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그때 현장감독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젠장 이놈의 마누라가 나를 코끼리로 아나? 이렇게 많은걸 어떻게 다 먹으라고 싸준거야? 이봐, 누구 이 김밥 좀 같이 먹어줄 사람 없어?” 그래서 학생은 현장감독이 내미는 김밥으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현장 감독의 불평 섞인 하소연은 매일같이 이어졌고, 그 덕분에 청년(학생)은 점심때마다 식사를 거르지 않고 할 수 있었다. 봉급날이 되었다. 학생은 급료를 받기위해 사무실로 들어갔다. 급료를 받고 나오면서 농장의 경리 여직원에게 “현장감독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해 주십시요. 그리고 감독님 부인의 점심도 정말로 맛있게 잘 먹었다고 전해주십시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경리직원은 놀란 눈으로 이렇게 되물었다. ‘부인이라니요? 감독님의 부인은 5년전에 이미 돌아가셨는데요, 감독님은 혼자 살고계십니다, 부인을 그리워하시면서요” “네? 어??? 혼자 사신다고요?……….” 진정한 배려……… 바로 이런 것이다. 그것은 내가 하는 일을 자랑하거나 나타내지 않기에 상대방을 불쾌하거나 부담스럽게 만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감동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것이다.

두번째 아름다운 이야기

남편이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며 어렵게 살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어느날 그녀는 꼭 움켜쥔 돈 10000원을 들고서 동네 모퉁이에 있는 구멍가게로 분유를 사러갔다. 분유 한통을 계산대로 가져가니 가게 주인은 16000원이라고 한다. 힘없이 돌아서는 아이엄마 뒤에서 가게주인은 분유통을 제자리로 가져다 올려놓는다. 그러다가 슬며시 분유통을 땅바닥으로 떨어뜨린다. 그리고는 아이엄마를 불러 세우고 “찌그러진 분유는 반값” 이라고 알려준다. 아이엄마가 내놓은 10000원을 받고서 분유통과 함께 거스름돈 2000원을 건네준다. 아이 엄마는 감사한 마음으로 분유를 살 수 있었고, 가게 주인은 8000원에 행복을 얻었다. 그 엄마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는 주인의 마음에서 작은 천국을 본다. 천국은 저 멀리 따로 동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 진정한 부자는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약자를 배려하면서 스스로의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라고 하겠다.

아름다운 이야기 셋.

이 이야기는 코로나19가 한창 극성을 부리던, 폭염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 작년 8월3일날 한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어떤 요양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은채 고령의 할머니와 화투를 치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그 트위터는 ‘격리된 요양병원에서 화투를 치는 의료진, 외로운 할머니를 위한 의료진의 작은 노력과 배려’ 라는 설명과 함께 사진이 올라와 큰 감동을 몰고 왔다. 사진에는 환자복을 입은 할머니와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마주앉아 화투를 치고 있다.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려 면회가 제한되자 의료진이 할머니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 무더운 날씨에도 방호복을 입고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있는 것 같다.

한 누리꾼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바람이 전혀 통하지 않는 방호복을 입는 순간 땀이 줄줄 흐른다. 이 무더운 날씨에 그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할머니의 무료함을 덜어드리기 위해 함께 화투를 치며 시간을 보내준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하신 분이다” 라고 감탄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들인가? 이런 따듯하고 아름다운 배려와 마음이 있는 한, 우리 사회는 살만한 세상이다. 봄처럼 따듯한 사람은 따듯한 마음을 소유한 사람이다. 마음이 따듯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은 따듯하게 해준다. 모든 만물은 따듯한 기운 아래 소생한다. 물이 지나치게 맑으면 고기가 살지 않는다. 세상을 살면서 남들에게 지나치게 비판적인 사람은 주위에 사람이 없다. 그 이유는 비판적인 사람은 그 마음이 차갑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판을 삼가야 하지만 분별력은 가지고 살아야 한다. 우리들의 삶 중에서 분별력은 참으로 중요하다. 지혜는 분별력이다. 무엇을 선택하거나 결단을 할 때 중요한 것은 분별력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냉철한 머리로 분별을 할줄 알아야 한다.

마음은 따듯해야 하지만 머리는 차가워야 한다. 머리가 뜨거우면 분별력을 상실하게 된다. 분별은 차가운 머리로 해야 하지만, 사람을 품는 것은 따듯한 마음과 가슴으로 해야 한다. 마음이 따듯한 사람은 세상의 모든 것을 따듯한 마음으로 본다. 세상과 자신을 하나의 공동체로 보기 때문에 특권의식을 갖지 않고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그러한 사람은 자신을 위해 탐욕하지 않으며 재산을 축적하지도 않는다.

탐욕하고 재산을 쌓는 것은 약하고 힘없는 사람의 몫을 덜어내기 때문이다. 아울러 마음이 따듯한 사람은 물질이나 돈, 일 등의 사람 이외의 가치 때문에 분노하지 않으며 악을 미워하고 멀리 하며,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고 자기 내면의 악한 마음을 털어내며, 힘이없는 약자들의 불행을 만드는 특권의식과 차별하는 생각, 독식하려는 마음을 갖지않고 무엇보다도 남을 미워하거나 시기 질투를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따듯한 마음과 사랑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여유 있고 풍성한 마음이며, 그러므로 축복받은 행복한 마음이다.

심성이 따듯한 사람은 자연으로부터 축복받은 사람이고,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따듯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복을 번 사람이다. 따듯함 마음을 가진 사람은 고독과 우울함을 제거하고 분노를 삭이며 적을 무장해제 시킨다. 따듯한 마음속에는 지혜가 스며있어 인심을 모으고 인정이 흐르는 사회를 만든다. 마음이 따듯한 사람은 외롭지 않다. 언제나 삶의 우군이 있어 든든히 지켜주기 때문이다. 삭막하고 살벌하기 까지 한 이세상에, 가끔씩은 따듯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 그리워진다. 그래도 세상을 다보면, 조용히 흘러가는 저 강물처럼 바라만 보아도 편하게 느껴지는, 그저 마음으로 미소지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삶은 참 아름다워 보인다. 때로는 마음의 휴식도 없이 바쁘디 바쁜 인생의 여정이 이어질지라도 평화로운 마음으로 삶을 받아들일 줄도 알고 사랑을 가득히 담을 줄도 아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다. 바쁘게만 살아가는 인생속 삶이지만 그래도 세상속에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에, 희망과 기쁨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래도 아직은 이 세상이 참으로 아름다운 세상인 것 같다.

행복이란 댓가를 바라지 않고 남에게 베푸는 이타적인 행동과 마음이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받을 권리와 받을 필요가 있고, 반면에 주고 베풀 수 있는 선심이나 배려 또한 개인의 자유이고 권리이다. 주고받는 행위는 따듯한 마음을 북돋으며 서로간에 호혜관계의 기반을 세워주는 초석이다. 우리들 삶의 보람이란, 자기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자기를 던질 때 주어지는 신의 선물이다. <문학 작가 김명열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302/202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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