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어머니의 자식 사랑

<김명열칼럼> 어머니의 자식 사랑

 

모원단장(母猿斷腸) 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창자가 끊어진 것 같은 슬픔을 뜻하는 말이다. 그 유래는, 옛날 중국의 진나라 때 환온이 병사들을 이끌고 촉나라를 치려고 배를 타고 양자강을 건너려 할 때 원숭이 한마리가 슬피 울면서 배 위까지 뛰어오르더니 결국 죽고 말았다. 그런데 원숭이의 배가 아무래도 이상한 것 같아 갈라서 보니,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한 병사가 새끼 원숭이 한마리를 잡아 배에 올라탔고 이를 안 어미 원숭이가 자식을 되찾기 위해 애통하게 울며 죽을힘을 다해 쫓아온 것이었다. 자식을 되 찾으려는 어미의 애끓는 모성(母性)의 고통이 얼마나 지극했음은 이렇게 어미 원숭이의 창자까지 끊어져 버렸을까. 한낱 말 못하는 미물도 자식을 향한 어미의 모성애가 목숨을 거는데, 하나님의 피조물인 인간의 어머니는 어떻겠나?…………….

홀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던 한 청년이 교통사고를 당해 두 눈을 다 잃게 되었다. 청년은 어머니의 정성스러운 위로와 간호에도 불구하고 깊은 상실감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쪽 눈을 기증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러나 청년은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두 눈을 다 기증받아 예전과 같아지기를 고대했기 때문이다. “얘야 한쪽이라도 어떠냐? 그래도 수술을 받도록 하자구나” 청년은 어머니의 간청에 못 이겨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붕대를 풀던 날 왈칵 눈물을 쏟아내었다. 어머니의 한쪽 눈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들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얘야 두눈을 다 주고 싶었지만 다음에 앞못보는 어미를 네가 돌보아야 할 걸 생각하니 그럴수가 없었다” 모성(母性)이란 이런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까워하지 않는 것, 이런 것이 모성이 아닌가 생각된다. 화살은 활이 많이 휠수록 멀리 날아간다. 그래서 어머니는 활과 같고 자식은 화살과 같다고 한다. 그러니까 부모의 허리가 휘면 휠수록 자식은 그만큼 멀리 전진하게 되는 것이다. 멀리 날아간 화살일수록 역으로 그 화살을 날려보낸 활은 많이 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활이 많이 휘어질수록 그 고통이 심한 것이다. 그러나 활은 오직 화살을 멀리 날려 보내기 위해 그 고통을 참고 이겨내는 것이다. 누구 한 사람이 성공을 했다면 그 성공 이면에는 대부분 그를 위해 희생한 어머니가 있었다.

나는 때로 삶이 힘들다고 느낄 때는 어머니께서 살아오신 희생적인 삶의 모습을 떠 올리면서 힘과 용기를 얻곤 한다. 어머니의 거친 손, 남루한 옷차림, 밤잠을 자지 않고 일하시는 초인적인 인내력, 자기를 희생하고 늘 남을 위해 봉사하시는 모습, 이러한 것들이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에도 늘 삶의 지표가 되고 힘과 용기가 되었다. 부모님 봉양이라는 용어조차 사라진 이 시대……….

나는 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낱말을 발음해 본다. ‘어머니’ 이 세상에서 이보다 더 깊이 마음을 적시는 말은 없다. 길을 걷다가, 글을 쓰다가, 울컥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가슴이 저미어 올 때가 가끔씩 있다. 그러나 나의 어머니께서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살아 계실 때 어머니를 잘 모셨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더욱 후회막심하고 불효가 하늘을 찌른다.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어머니 사랑보다 더 위대한 사랑은 없다. 어머니의 사랑은 너무 순수하고 희생적이다. 그래서 어머니의 사랑은 성(聖)스러운 사랑이라고 말한다. 어머니의 사랑은 경제학 원리로 설명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어머니의 사랑은 반대급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사랑에는 기회비용(機會費容)이 있을수 없다.

<기회비용=사람들이 어떤 경제행위를 함으로써 포기해야만 하는 이득을 경제학에서는 기회비용 Opportunity Cost)이라고 한다.>

당신의 귀여운 자식들을 사랑하는데 있어서 포기해야 하는 이득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어머니의 사랑은 인간 본능적인 모성애의 가장 깊은 곳에서 분출한 청아하고 순수한 사랑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그 어떤 댓가도 없는 그저 맹목적인 것이다. 요즈음 어머니의 사랑도 다소 변질되는 느낌도 없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도덕성의 붕괴와 함께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인식도 점차 변하고 있다. 잘 키워서 결혼시켜 놓으면 부모를 나 몰라라 하고, 심지어는 부모를 학대하는 자식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인식도 점차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어머니들은 자식들을 끔찍하게 사랑한다. 자기 자식이 아프면 대신 아플 것을 희망하는 것이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다. 병원이 없던 아득한 옛날에는 어린자식이 아프면 왜 아플까? 궁금히 하며 자식의 똥을 먹어보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야말로 어머니의 사랑은 봉사의 차원을 넘어 희생적인 사랑이다.

이 세상에서 경제학 원리로 통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것은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인 것이다. 순박하고 때 묻지 않은 시골 어머니의 사랑은 더욱 햇살처럼 따듯한 것이다 우리들의 어린시절 어머니를 상상해보자. 밤에 잠을 자다가 물을 달라고 하면 조금도 싫은 기색을 하지 않고 따듯한 물을 가져다주시던 어머니, 배가 아프면 “내 손이 약손이다” 라면서 배를 곱게 쓰다듬어 주시던 어머니……..

학교에 갔다 오면 얼굴과 손발을 깨끗이 씻겨주시던 어머니, 가끔 이웃집에서 맛있는 음식이 들어오면 먹지 않고 나에게 주시던 어머니, 더운 여름밤에는 잠들 때까지 모기와 더위를 쫓아내느라 부채를 부쳐주시던 어머니, 봄이면 깨끗한 햇쑥을 뜯어 꿀을 타서 쑥물을 내어주시던 어머니, 가을이면 햇쌀을 절구로 찧어 시루떡을 맛있게 만들어주시던 어머니, 겨울이면 춥다고 아침마다 털 귀마개와 목도리를 둘러 목에 싸주며 옷매무새를 다독거려 주시던 어머니, 이렇듯 어머니가 자식에게 베푸는 모든 행동 하나 하나는 아름답고 사랑이 가득 담긴 성스러움을 넘어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어머니의 사랑은 맹목적인 희생을 동반하기 때문에 경제학 원리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기에 어머니의 사랑에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도 작용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사랑을 무조건, 그리고 무한대로 공급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에는 가격도 있을수 없다. 어머니의 성스러운 사랑을 어떻게 경제학 원리로 따져 가격을 정할 수 있겠는가? 만일 가격이 있다면 그 가격은 무한대 일 것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계량화 할 수도 없다. 만일 계량화 한다면 이 역시 무한량 일 것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순서로 매길 수도 없다. 어머니의 사랑은 항상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을 받고있는 자식들은 행복한 사람이다.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에 대하여 조금도 거부감을 나타내면 안 된다. 어머니의 말씀은 무조건 순종하고 또 순종해야 한다. 왜냐하면 어머니의 사랑은 한상 위대하고 정의롭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어머니의 마음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드려야 한다. 가진 것이 없더라도 영혼이나마 편안하게 해드려야 한다, 그것이 자식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인 것이다. 효도란 다른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마음을 편안하게 그리고 즐겁게 만들어드리는 것이다. 어머니에게 분에 넘치는 고급 옷을 사드리는 것 보다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해드리면 그것이 효도인 것이다. 옛말에도 결혼해서 자식이 부모가 되어 자식을 낳아 봐야 부모님의 마음을 안다고 했다. 어머니 사랑은 바다보다 넓고 하늘보다 높다. 그런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젊은이들은 분명 행복한 사람들이다.

다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수증의 이야기이다.

이러한 ‘좋은 글’은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것이 어떨까? 생각된다.

어느날 저녁, 어린 딸아이가 부엌으로 들어와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엄마에게 자기가 쓴 글을 내 밀었다. 이번 주에 내 방 청소한 것 3달러, 가게에 엄마 심부름 다녀온 값 2달러, 엄마가 시장에 간 사이 동생 봐준 것 5달러, 쓰레기 내다 버린 것 2달러, 아빠구두 4켤레 닦아준 값 10달러, 마당 청소하고 빗자루질 한것 5달러, 이상 모두 합쳐서 25달러…….. 엄마는 기대에 부풀어 있는 딸아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잠시 후 엄마는 연필을 가져와 딸아이가 쓴 종이 뒷면에 이렇게 적었다.

너를 뱃속에 열달동안 데리고 다닌 값 무료, 네가 아플 때 밤을 새워가며 간호하고 널 위해 기도한 값 무료, 너를 키우며 지금까지 여러해 동안 힘들어 하고 눈물 흘린 값 무료, 장난감 음식 옷 그리고 너의 똥 오줌 받아내고 닦아준 값 무료, 너에 대한 나의 사랑 전부 그리고 정까지 아울러 많은 시간 너를 위해 일한 것 모두 모두 전부다 무료……….. ! ! ! !

딸아이는 엄마가 쓴 글을 다 읽고 나더니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사랑해요. 하늘 땅땅 만큼……. 그러더니 딸아인 연필을 들어 큰 글씨로 이렇게 썼다. 사랑(하트) 사랑(하트) 사랑(하트) 이상 모든 것 전부다 지불되었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수증이었다.

<문학 작가 김명열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297/2022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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