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빛과 그늘이 조화로운 청춘의 달 7월에………….

<김명열칼럼> 빛과 그늘이 조화로운 청춘의 달 7월에………….

벌써 한 해의 절반이 지났다. 왕성한 생명력이 넘쳐나는 뜨거운 여름 7월이 되었다. 맑고 푸른 바다 향기, 신선하고 향기로운 산의 내음, 이 모두가 7월의 왕성한 생명력을 지닌 자연이 인간들에게 주는 선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녹음방초승화시(錄飮芳草勝花時)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우거진 푸른 잎과 향기로운 풀이 꽃보다 아름다운 때라는 것이다. 봄을 맞아 각종 꽃들이 앞 다투어 피어나고 그 피어난 꽃은 보기가 참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그러한 피어난 꽃들이 지고난후 뜨거운 태양아래 우거진 나무그늘과 싱그러운 풀이 꽃보다 낫다는 뜻이다. 녹음은 연초록으로 시작하여 진초록으로 깊어진다. 푸르러진 신록은 새색시 같은 청순함과 어머니 품 같은 포근함과 아버지 뚝심 같은 믿음을 준다. 이것은 그리움의 색깔이기도 하다. 또한 가까이 할수록 편안하고 차분해 산림욕을 통한 건강증진은 물론 찌들고 상처받은 마음의 치유에도 도움을 준다.

한 여름의 짙푸른 신록은 깨달음을 느끼게 하고, 대자연의 신비로움에 도취되게 하며, 하늘을 더욱 맑게 해 준다.

생명이 고동치고 약동하는 청년의 계절 7월이다. 이세상이 급속도로 빨라지면서 인간의 삶도 정신없이 분주해졌다. 20세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은 말이었다. 그런데 문명이 발달되어 자동차, 비행기, 로켓 등이 나타나면서 세상은 너무나 급속히 빠르게 돌아갔다. 이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등장하여 전 세계를 동시에 휘젓고 다닌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인간의 삶에 편리함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반면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야기하기도 한다. 세상은 지금 온통 무서운 속도의 경쟁속에 휘말려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 사람들만 무엇이든지 더 ‘빨리 빨리’를 외치고 있다. 건널목 교차로에서도 빨간색 신호등에 서 있다가 초록색 불(건너시오)로 바뀌자마자 단거리 선수들처럼 서로 밀치며 뛰어 건너간다. 외국 여행 때도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하자마자 미리 안전벨트를 풀어 제치고 일어나서 짐을 잽싸게 챙겨들고 통로로 나가 줄을 선다. 이런걸 보고 국제적으로 창피한 생각이 든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한국에 와서 짧게나마 생활을 해본 외국인들이 제일먼저 배우고 숙지하는 말이 ‘빨리 빨리’라고 한다. 한국인 하면 ‘빨리 빨리’를 연결시키는 그들의 기억속에는 활기차면서도 성질 급한 모습이 머리속에 각인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도 이제는 어느 정도의 의식주 문제가 해결된 선진국대열에 끼어 살아가고 있으니 좀더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삶의 여유는 어디에서 올까?……..

혹자는 “자리가 불편한 것이 아니고 나의 마음이 불편한 것이며, 재산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만족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다”라고 했다. 전라남도 담양에 가면 그림자를 쉬게 한다는 정자 식영정(息影亭)이 있다. 식영정은 명종15년에 김승원의 스승이자 장인인 임억령을 위해 지어준 것이라고 한다. 식영정에 담긴 뜻은 장자 잡편의 강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가 공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공자, 당신은 왜 그렇게 쓸데없이 바쁘게 사는가? 책임 있는 직책에 있는 것도 아닌데 세상에 인(仁)을 실현하겠다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꼴이 참 안됐다. 그렇게 뛴다고 될 일 같으냐? 자신을 따라다니는 그림자(影)와 발자국(跡)은 열심히 뛸수록 더 따라 붙는다. 그늘에 들어가야 그림자가 쉬고, 고요한데 머물러야만 발자국이 쉰다”고 어부가 공자에게 충고하는 대목으로, 휴영(休影)과 식적(息迹)의 줄임말이 식영(息影)이 됐다고 한다. 그만 바쁘게 살아라! 이제 좀 쉬면서 자기 내면을 들여다봐라. 이게 식영정의 참 뜻이다. 사람의 몸은 마음을 따르는 그림자에 불과 하다.

그림자를 쉬게 하려면 몸을 쉬어야 하듯이 몸을 쉬려면 마음을 쉬어야 한다. 그림자가 무서워서 아무리 도망쳐도 그림자를 떼어놓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음을 쉬는 도리를 알지 못한다면 주인공인 마음이 도리어 그림자인 몸에 구속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내 삶이 늘 평탄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 삶에는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은 법이다. 어찌 보면 그리 짧지 않은 삶에는 평탄한 삶의 길 보다는 오히려 험난하고 예기치 못한 곡절들이 너무나 많은게 우리의 삶일 것이다. 그런 삶 속에서 우리는 행복하기를 원하며, 행복을 추구하며 산다. 내가 건너야할 횡단보도 앞의

신호등도 기다리기라도 한듯 파란불로 바뀌어 약속시간에 늦지 않게 도와줄 때도 있다. 그러나 어찌 나의 앞에 파란 불만 켜지겠는가? 파란불도 켜졌다가 빨간불도 켜졌다 하니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신호등 앞에서 기다려야 한다. 빨간 신호등 앞에서 파란불이 들어오길 기다리듯이, 인내와 끈기를 갖고 파랑 신호등이 켜질 날을 기다려야 한다. 그럼에도 삶의 문제만 생기면 여유를 잃고 그 문제 앞에서 당황해 한다.

삶에 있어 마음이 넉넉하여 이해득실에 초연한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부자이다. 가끔은 숲속의 그늘에서 시공을 초월한 자연을 만나 삶을 되돌아보며 지혜를 깨우치고 자연을 벗 삼는다면 바람직한 인생이 아니겠는가? 정신이 감정과 자기 밖의 것에 현혹되어 물질과 명예, 지위와 이득을 추구하는 욕심에 갇히게 되면 영혼은 빈곤해지고, 영혼이 빈곤해지면 마음이 메말라진다. 마음을 비우면 삶의 비용이 줄고, 삶의 비용이 줄면 마음은 여유로워 진다. 삶의 설계를 조금이라도 비움으로 한다면 적은 노력으로도 인생은 풍성하고 넉넉해질 수 있다. 그늘에 들어가 몸도 마음도 쉴 줄 아는 여유로 인해 마중 나온 행복을 기꺼이 맞는 삶을 살아가자.

일년중 신록과 젊음이 가장 왕성하게 축제를 벌이는 청춘의 계절 7월을 맞아 퇴색할 줄을 모르고 언제나 새것처럼의 싱싱함을 자랑하는 신록을 메마른 우리들 마음의 여백에 꽉꽉 채워보면 어떨까. 그렇게 한다면 그간 코로나19로 찌들고 구속받았던 삶이 점차 치유되어 다시 행복을 되찾을 것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욕구와 욕망이 충족되어 만족하거나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이다. 무한경쟁시대, 상대적인 빈곤감과 박탈감으로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방황하고 있다. 내일의 행복을 찾기 위해 모든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는 삶은 지혜로운 삶이 아니다. 진정한 행복은 오늘의 나의 정체성을 찾아 내가 왜 사는지 깨우칠 때 진정한 행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미국의 심리학자 스티븐 헤이즈는 ‘행복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전제, 즉 행복한 것이 정상이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원하지만, 이것은 역설적으로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 때 괴로워한다. 마치 자신이 누려야할 것을 빼앗긴 것처럼 슬퍼한다. 남들은 행복한데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면서 비관에 빠진다. 마치 행복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다. 정말 행복한 것이 정상일까? 스티븐 헤이즈는 심리적 문제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상황을 그대로 수용하라고 말한다. 행복이 정상이라고 가정한다면 행복하지 않은 자신이 비정상이 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행복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자신은 언제나 정상인 것이다. 인생이 뭐 별거 있냐고 생각하면 너무나 슬프고, 아무런 의욕도 없는 것이 아니냐고 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삶에 대해 단순히 절망만 하는 것이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를 후회하며 살고, 또 어떤 사람들은 미래를 걱정하며 산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 살수 없으며, 미래를 앞당겨 살수도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현재뿐이다. 허나 이 현재는 과거를 밑거름으로 싹튼 현재, 미래를 향해 자라나는 현재이어야 한다. 지금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금이 네가지가 있다고 한다. 황금은 영원히 변하지 않고, 소금은 맛을 내며 부패를 방지하고, 현금은 원하는 물질적 욕망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이 제일 귀중한 순간이고, 금중에 가장 소중한 금이 지금이다. 행복하게 사는 법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너무 불행해지지 않는 방법은 너무 행복해지기를 바라지 않는 것” 이라고 했다.

이 아름다운 신록, 아름다운 태양이 작열하는 7월에, 나의 손 아귀 속에 잠자는 행복의 씨앗보다는 초록잎새 하나하나가 정겹게 모여 싱그러운 숲을 이루듯이 우리들도 서로 서로 사랑의 향기를 흩날려 행복을 느끼며 살자.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1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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