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의 재미있는 커피 이야기<3>

김명열의 재미있는 커피 이야기<3>

지난주에 이어서………………

 

우리가 늘상 즐겨 마시는 커피에 대하여 여러 가지 좋고 나쁜, 즉 호(好) 또는 불호(不好)의 이야기와 의견들이 분분한 가운데 최근 한국의 제주대 의대 배종면교수의 연구 분석결과 커피를 즐기면 남성의 전립선암 발생위험이 9%나 감소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서 주목된다.

보충설명을 곁들인다면 커피 속 항산화성분이 DNA메틸화 성분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지난 6월1일 배종면 제주대 의대 예방의학 교실 교수가 지난해 10월까지 국내외에서 수행한 커피 섭취와 전립선암 관련 메타 분석(수년간에 걸쳐 쌓은 연구결과를 모아 통합 분석) 논문 11편을 재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커피섭취는 전립선암 발생 위험을 9%나 낮추는 결과로 나타났다. 커피가 국소 전립선암과 치명적인 전립선암의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은 증명됐지만 진행형 전립선암의 경우 이렇다 할 관련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전립선암은 남성에서 두번째로 잦은 암이다. 남성 암 사망원인 중 5번째 요인이기도 하다. 고령과 유전자, 서구화한 식단, 비만, 신체활동 부족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커피와 전립선암의 상관성에 관한 연구가 시작됐다.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진은 10년전에 남성이 하루 6잔 이상 커피를 마시면 치명적인 전립선암 위험을 60% 이상까지 낮출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는 카페인이 든 일반커피와 디카페인 커피 모두 전립선암 발생 위험을 낮췄다. 동양에서 나온 연구결과도 있다. 중국 퉁지대학병원 연구팀은 5년전인 2016년 하루에 커피를 2잔을 마실때 마다 전립선암 발생위험이 2.5%씩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전세계 남성 55만명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연구결과 13건을 재분석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배교수는 논문에서 ‘커피함유 일부 성분(클로로젠산, 카페인)이 유전자(DNA) 의 메틸화(methylation, 암을 유발하는 원인중 하나를 억제하고 항산화 효과를 나타내며 인슐린 민감성을 높여 전립선암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커피 한잔에는 많은 것들이 녹아있다. 지중해의 바람과 비와 햇빛이 녹아 있고, 그것을 키우고 수확하는 농부들의 땀과 노력이 녹아있다. 그리고 그 커피를 수출하는 바리스타의 노하우와 열정이 녹아있다.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달콤한 한 모금에 사랑을 녹이고, 시큼한 한 모금에 슬픔을 녹이고, 쓰디 쓴 한 모금에 분노를 녹인다.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면 뜨거운 열정이 느껴지고, 한 손으로 조용히 감싸면 따스한 정이 느껴진다.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에는 커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참 많다. 우리는 커피속에 삶의 희노애락을 녹여서 마셔버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커피는 우리가 인생을 바라보는 저마다의 프리즘이다. 모든 이의 삶의 그림자에 따라서 우리는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한 잔의 커피에 창조의 혼을 담은 사람들은 그들의 삶이 예술과 닮아 있고, 한 잔의 커피로 대화를 담아내는 비즈니스 맨의 삶은 더 크고 장대한 미래가 있으며, 한 잔의 커피에 사랑과 낭만을 담고 마실 줄 아는 사람들은 그들의 삶속에 낭만과 사랑이 있을 것이다. 어제와 똑같은 일상이 오늘로 이어진다면 오늘보다 너그러운 내일을 위해 한 잔의 커피에 사랑을 섞어 마셔보자. 기억하기 싫은 일들을 말끔히 커피와 함께 마셔버리고 아름다운 추억만을 잔 속에 채워 내일을 살아가는 지혜로 만들어보자. 그리고 초라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라도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을 위하여 기분 좋은 마음으로 잔을 비우자. 그리하면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은 보다 자유로워지고 모든 근심, 걱정, 스트레스는 잔속으로 녹아들어 향긋한 커피의 속삭임으로 변화될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마실수 있는 커피 한잔에 오늘보다 값진 내일을 타 넣으며 커피 향속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 당신은 아마도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외교관이었던 탈레랑은 커피에 대해 말하기를 “커피의 본능은 유혹이다. 커피의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사탕처럼 달콤하다”고 했고,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은 “내게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것은 진한 커피, 아주 진한 커피이다.

커피는 내게 온기를 주고 특이한 힘과 기쁨과 쾌락이 동반된 고통을 불러 일으킨다” 고 했다. 유럽을 평정한 나폴레옹, 수많은 전쟁에서 승리한 원동력중 하나는 커피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앞서 말한 탈레랑은 나폴레옹과 동시대 사람으로 나폴레옹을 정계에 등장시킨 인물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햇볕이 등허리를 포근히 감싸 줄때는 유난히 짙은 커피 향이 그리워진다. 이러한 봄날 마시는 커피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마음 한잔을 마시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푸르른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창가에 앉아 따듯한 커피 잔을 앞에 놓고 글을 쓰는 맛은 너무나도 감미롭다. 아울러 그 조그마한 커피잔 안에는 어느새 커다란 행복이 하나 가득 고여 있다. 한잔의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한 웅큼의 사색이고, 한 잔의 예술이며, 한 평생 누리고 싶은 로맨스다. 한 잔의 커피와 함께 있노라면 그 어떤 시간도 애틋해진다.

예술의 목적은 자연을 모사(模寫)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던 19세기 프랑스의 사실주의 소설가(오노레 드 발자크)는 나폴레옹이 칼로써 이룩하지 못한 것을 나는 펜으로 이룩하겠다는 위대한 염원을 가지고 왕성한 집필활동을 했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잔의 커피를 마셨다고 하며, 그는 무려 18년의 구애 끝에 자신이 연모하던 백작부인과 결혼했지만 지나친 카페인 과다 복용으로 결혼 5개월만에 사망하고 말았다.

이처럼 커피는 수세기를 거쳐 전 세계의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창작과 영감(靈感)의 힘이 되어주었고, 수도사들에게는 기도와 묵상을 위한 약용으로 애용되어 왔다. 독일계 유대인 역사학자 하인리히 에두아르트 야콥(Heinrich Eduard Jacob)은 그의 저서 ‘커피의 역사’에서 이전 시대에는 극소수의 천재들에게나 가능했던 뛰어난 업적을 커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룩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커피는 낭만과 신성이 춤추던 ‘와인 시대’를 끝내고 합리와 과학의 근대를 이끌었다고 묘사했다.

나는 일반 커피숍이나 음식점 또는 카페에서 사 마시는 커피보다 집에서 쉽게 타 마시는 믹스커피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단 맛을 너무나 좋아하는 나는 이 믹스커피에 우유와 설탕을 더 가미시켜 더욱더 달콤하고 구수한 맛으로 커피 맛을 즐기고 있다. 물론 일반 여러 종류의 커피도 나는 좋아하지만 유독 믹스커피를 더 좋아한다. 이 믹스커피는 한국의 대통령 부인인 모 영부인이 즐겨 마셨다 하여 일명 ‘청와대 커피’라고 하고, 가사 도우미들이 고된 일과 후 마셔서 ‘파출부 커피’라고도 한다. 커피와 설탕 그리고 크림 또는 우유 등의 삼박자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다양한 별칭처럼 각계각층의 취향을 만족시켜준다. 믹스커피의 그 감미로운 위로의 맛은 원초적인 휴식을 제공한다. 그 어떤 원두커피도 대체할수 없는 맛이다. 자부심을 갖는 바리스타(이탈리아어 barista / 또는 커피 전문가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중심으로 하는 높은 수준의 커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커피의 종류와 에스프레소 품질, 종류, 로스팅 정도, 장비의 관리, 라떼 아트 등의 커피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숙련된 커피를 만들어 내는 사람)가 볼 때는 한참 촌스러운 취향이라 하겠지만, 기호에 무슨 격이 있겠는가.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에 삶의 보람과 기쁨을 느낄 때가 많이 있다. 그러다가 조금 쉬고 싶을때, 원고를 쓰다가 몇 개의 장이 끝나거나, 글이 술술 풀리지 않을 때, 애연가가 바쁘게 일을 하다 잠시 쉬거나 일이 잘 안풀리 때와 같은, 그러한 환경에 처했을 때 믹스커피의 커버 봉투를 찢는다.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뜻하는 빨간 버튼을 누르고 믹스커피 가루가 담긴 컵에다 뜨거운 물을 채운다. 입이 데일만큼 팔팔 끓는 물에 믹스커피 한 모금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 온몸 전체는 따스함과 감미로움으로 채워진다. 물을 팔팔 끓여도 커피를 마실 때는 섭씨 75도 정도가 최적이라고 하는데, 습관인지 식으면 밍밍한 느낌이 드는데, 아마도 이것은 잠재된 열정 탓인가 보다.

가뭄 끝에 단비라고 ,참으로 오랫만에 장마철처럼 창문 유리창에 굵은 빗방울이 사정없이 후려치며 내리 쏟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비를 머금듯 입안에 그윽하게 퍼져나는 향기와 달콤한 맛의 조화를 음미해본다. 이제 몇달이 지나서 단풍지는 가을이 찾아와 낙엽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커피잔에 애수와 고독을 함께 섞어서 마시겠지……….애주가들이 좋아서 한잔, 속상해서 한잔 하고 핑계를 대다가 알코올 중독자가 된다고 하는데, 대동 소이한 나는 카페인 중독자가 되는 것은 아닐지?………..

커피에는 언제나 고단한 일상속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짧은 휴식의 권유가 담겨있다. 커피는 이렇게 과거 당대 문화적 자본을 가진 사람들의 취향과 욕망과 밀접하게 연결된 기호품으로 시작하였지만, 이젠 대부분 사람들의 반복적인 일상속에서 잠시의 여유를 찾아주는 필수품으로 우리들의 삶속에 녹아있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중에 “커피는 다 커피다”라는 감정이 아주 무딘 사람도 있고, 다양한 커피의 종류를 구별하는 섬세한 사람도 있다. 또한 커피를 오로지 ‘후식’으로써 단순히 ‘먹는’ 사람도 있고 커피의 맛, 향, 대화, 음악까지 풍부하게 즐기는 감수성이 풍부한 감정파도 있다. 꽃망울을 틔우기 위해 봄비가 옷깃을 적시며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커피 한잔이 딱 제격이다. 그러나 이럴 때 시골의 농촌에서는 커피한잔 보다는 역시나 막걸리 한잔이 먼저다. 요는 분위기나 장소 및 지역에 따라서 커피도 필요한 사람이 있고, 다른 것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커피 한잔의 향기가 착 가라앉은 기분을 올려주기도 하고 우울함을 거두어줄 때가 있다. 그건 정갈한 동양화 같은 차를 마실때와는 분명 또 다른 정서로 우리의 영혼을 적셔준다.

아프리카 밀림에서 자라나던 수목(樹木)의 한 열매가 이슬람의 낙타에 실려 사막을 건너 유럽의 어느 도시 카페에서 제 맛을 내기까지 커피 한잔에도 문명의 긴 역사가 담겨있다. 자바와 에디오피아 그리고 온두라스는 그러는 순간 나라이름이 아니라 커피의 원산지가 되고, 그 발음은 갑자기 고급 원두커피를 찾는 이의 교양의 증거가 되는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20여년전 어느 추운겨울날 눈보라가 몰아치던 저녁, 우연히 집에 남아있던 위스키에 에스프레소를 섞은 한잔의 향료 같은 몰약(沒藥)은 환상적인 추억속의 음료수였다. 너무나 신기하고 이상스런 맛에 도취되어 커피량을 늘리고 위스키는 약간만 넣고 연거퍼 석잔을 마시고 나니, 마실때는 향과 맛이 기차게 좋았었는데 잠 잘때는 속이 쓰리고 아파서 할 수 없이 제산제를 먹고나서 간신히 잠을 잘수가 있었다. 그 이후로는 두번 다시 그렇게 섞어서 마시질 않았다. 너무 마시면 속에 좋을것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토록 커피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까닭은, 그로써 잠시 취해보는 휴식의 즐거움과 이국적 향기가 선사해 주는 낭만의 사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주에(마지막 회)계속됨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1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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