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화가 난것을 참는다는 것

<김명열칼럼> 화가 난것을 참는다는 것

세상을 살다보면 화나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생겨난다. 그런데 그 화가난것을 참기란 정말로 너무나 힘이 든다.

공자의 말씀에 모든 행실의 근본은 참는것이 으뜸이다. (百行之本忍之爲上=백행지본인지위상) 이라고 하였다.

한때의 분을 참으면 백일의 화를 면한다. 공자(孔子)의 제자 자장이 먼 길을 떠나고자 공자께 하직인사를 고하면서 말하기를 “몸을 닦는 가장 아름다운 길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공자가 말하기를 “모든 행실의 근본은 참는 것이 그 으뜸이 되니라” 자장이 말하기를 “어찌하면 참는 것이 되나이까?”. 공자가 말하기를 “천자가 참으면 나라에 해가 없고, 제후가 참으면 큰 나라를 이룩하고, 벼슬아치가 참으면 그 지위가 올라가고, 형제가 참으면 집안이 부귀하게 된다. 또 부부가 참으면 일생을 행복하게 해로 할 수 있다. 그리고 친구끼리 참으면 평생 함께 할 수 있으며, 스스로 참으면 재앙을 면하고 평생을 편안하게 사느니라”고 했다. 공자는 또 “천자가 참지 않으면 나라를 잃게 되고, 제후가 참지 않으면 그 몸을 잃어버리고, 벼슬아치가 참지 않으면 형법에 의해 죽게 되고, 형제가 참지 않으면 각각 헤어져서 남처럼 왕래가 없어지게 되고, 부부가 참지 않으면 남남이 되어 자식을 고아로 만들고, 친구끼리 참지 않으면 정과 뜻이 맞지 않아 원수가 되고, 스스로 참지 않으면 근심이 덜어지지 않고 불행해 지느니라”고 했다.

자장은 “참으로 좋고도 좋으신 말씀이로다. 아 ~ 아~ 참는것은 정말로 어렵도다. 사람이 아니면 참지 못 할 것이요, 참지 못할 것 같으면 사람이 아니로다”라고 말하면서 길을 떠났다. 자장은 스승의 가르침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면서 삶의 지혜중 으뜸인것은 “참는 것”이라는 것을 깨우쳐주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가까운 가족, 친인척, 친구들이나 동료들과의 수많은 갈등이나 불화가 있지만, 잘 이해하고 참는다면 좋은 관계를 평생 이어가 행복한 삶을 살수 있는것이다.

참는다는 뜻의 한자어는 참을 인(忍)이라는 한자이다. 이 한자의 뜻은 ‘참다, 인내하다’라는 의미이다. 뜻을 나타내는 마음 심(心)자와 소리를 나타내는 칼날 인(刃)자가 합쳐진 형성자이다. 다만 刃자가 워낙 인상적이다 보니 마음에 칼을 갈다, 혹은 마음에 칼날이 꽂히는 아픔을 참다와 같은 식의 회의자로 풀이하는 경우도 많다. 이 외에도 일본에서는 ‘숨다’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닌자(忍者)이다. 참을 인(忍)자가 세번이면 살인을 면한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의 말이 생겨난 유래를 설명해드리도록 하겠다.

홍계관은 조선시대 명종때 널리 알려진 점쟁이다. 그의 점술이 너무나 신통방통하여 그의 이름을 팔며 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홍계관은 맹인 점술가의 시조가 되었다. 태어날때부터 맹인이라 걱정을 많이 했으나……….. .점술이 알려지면서 집안에 돈도 많이 들어오게되었다. 신수점(身數占)이 너무나 유명하여, 1년의 길흉화복 판단에서, 짧게는 몇년, 길게는 수십년 뒤의 일까지 궤뚫어 보았다. 한 선비가 찾아와 장차의 운수를 보니, 장차 “천하에 이름을 크게 떨칠 부귀할 상이오, 그런데 자칫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평생을 망칠수 있오” “그렇소? 그럼 피할 방법은 무엇이요?” “한가지 방법이 있으니….. 집에 가거든 보이는 곳마다 참을인(忍)자를 많이 써 붙이시오” 선비는 이후 집에 돌아와서 대문에, 안방에, 마루에, 부엌에, 기둥에 등등 어디든 보이는 곳곳에 써 붙였다.

어느날 술에 취해 집에 돌아와 보니, 마누라가 어느 상투튼 남자와 동침을 하는 것이었다. 피가 머리끝까지 솟구쳐 분에 못 이겨 부엌으로 갔다. 식칼을 집어 들고 나오는데 참을 忍자를 봤다. 그래도 분에 못 이겨 집어 들고 나오는데 마루기둥에 또 참을 忍자를 보고 잠시 망설였으나…… 칼을 들고 안방문을 열려는 순간 또 참을 忍자를 보았다. 그걸 보는 순간,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忍자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본 것이다. 그때에 선비의 아내가 인기척을 듣고서 방문을 열며 “여보 죄송해요 먼저 자서….” 그래도 선비는 씩씩 대며 “옆에 상투튼 놈은 누구요?” “웬 상투라니요?….”하면서 옆에서 잠자는 이를 깨웠다. 눈을 비비며 부시시 일어난 그 사람은 “형부 오셨어요? 죄송해요 이런 모습이라…..” 선비의 처제, 그녀는 머리를 감고 젖은 머리를 뒤로 웅켜맨 채 잠이 들었었다.

언니집에 놀러온 처제였다. 선비는 상투로 착각한 것이었다. 정말로 큰일날뻔 했다. 식은땀이 등줄기에 흘러내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참을 忍자 덕분에 큰 화를 면한 것이다. 선비는 홍계관의 예지력에 감탄했다. 훗날 정승이 된 선비는 자손에게 그 얘기를 전해주며, “어떤 경우라도 화내기 전에 참으며 먼저 상황을 파악 하라”고 훈계했다. 이에 연유하여 참을 忍자 세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속담이 생겨났다.

한국에서 길거리에 다니다보면 서로가 삿대질을 하고 욕지거리 하며 싸우는 장면을 가끔씩 보게된다. 이런 경우,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두사람이 난리를 치는데, 옆에서 누군가 다독이며 말린다. “야, 네가 참아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댓잖아 무시해” 그래서 한사람은 씩씩거리며 “에이 더러워” 하며 돌아서는데 귓등에 이런말이 들려온다. “원 별 거지새끼 같은게 지랄하네…” “뭐 거지새끼? 너 말다했냐?” “야 야 그만해, 그쪽도 그만하고 가세요” “으이구, 내가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 “뭐 똥? 이 새끼봐라, 너 지금 나더러 똥이랬냐? 결국 둘은 다시 붙어 멱살잡이 하고 치고받다가 둘다 피투성이가 되어 신고받고 달려온 경찰에 의해 근처 파출소로 끌려간다.

참는 건 안팎의 압력, 두가지로 나뉜다. 웃음을 참고, 방귀를 참고, 욕구를 참고, 화도 참는 것을 참을 인(忍)이라 하고, 손 시린것을 참고, 더위를 참고, 고통을 참고, 모욕도 참는 것을 견딜 내(耐)라고 한다. 이 둘이 합쳐지면 인내라고 한다. 견디는 건 내성(耐性)이 생겨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속을 참는 건 그리 쉽지가 않다. 서로가 또는 스스로가 자극해서 한도 끝도 없이 커져 탱천(撑天)까지 하는 게 분기(憤氣)고 노기(怒氣)이다. 이쯤되면 머리 뚜껑이 열리고 눈이 돌아간다. 눈동자가 왕방울만 해져서 튀어나올 즈음이면 앞에는 뵈는게 없다. 그때가 바로 ‘욱’이다. 욱 하는 격분이 솟구쳐 오르는 것이다.

참을 忍자는 마음 心위에 칼날 刃자로 이루어져 있다. 자기의 분심(憤心)을 참지 못하고 가슴을 벌렁거리다간 스스로 베이고 다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못 참고 다시 또 못참으면 끝끝내 누군가를 찌르고야 말 것이다. 어느 인디언 부족은 화가 풀릴때까지 한 방향으로 성큼성큼 내리 힘 뻗치며 걸으면서 화를 삭힌다고 한다. 그러다 화가 풀린 지점에 막대기를 하나꽂고 온다고 한다. 그런 다음에는 저번에 막대기를 꽂은 기준으로, 제3자의 눈으로 이번엔 얼마나 화가 났나? 가늠해 보고…….. 무작정 참기만 하면 홧병이 나기 쉽다. 화를 달리 풀 의식(儀式) 하나쯤 마련해놓으면 좋을 것 같다. 욱! 대신 Oops! 더 화가 난다면 Ooops! 못 견뎌 못 참는 화는 내가 키운다. 이 점을 각별히 명심해야 한다.

미국의 대통령을 지낸 토머스 제퍼슨의 서재에는 “화가 나면 열까지 세고, 상대를 죽이고 싶으면 백까지 세라” 는 글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내용들은 만약 정말로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은 사람이 있을 때 마음을 다스려서 세번만 참아도 자신이 살인을 면하는 것을 피할 수 있고, 꼭 살인에 국한을 두지 않더라도 참는 것으로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들은 ‘분노’의 절제가 서툴다. 사소한 일로 상대방과 말다툼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일까지 벌이는 것은 물론, 격한 감정을 참지못해 살인으로 이어지는 일도 종종 있다. 이같은 일을 저지르고 나서는 대부분 때늦은 후회를 한다. 왜 조금만 더 참지 못했을까? 하는…………

얼마전 한국의 모 일간지에 실린 기사내용이다. 전남 목포에서 고향 선,후배사이로 알고 지내던 이들이 술집에서 만났다가 선배인 K씨가 후배에게 듣기 싫은 몇마디를 던졌고, 이에 격분한 L씨 등 2명은 새벽에 흉기를 들고 K씨집을 찾아가 창문을 깨고 침입해 아내와 아들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데도 술에 취해 자고 있는 K씨를 무차별 폭행하고 칼로 살해한 후 도망한 사건이 있었다. 1명은 20일만에, 다른 1명은 25일만에 붙잡혀서 살인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두명은 무기징역형을 받아 평생을 감옥에서 살게 되었다. 이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 순간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격분해 자신들의 인생을 망치는 좋은 사례로 보인다.

현대사회는 참을 忍이 셋이면 살인을 면한다라는 오랜 가르침을 반박하기도 한다. 화를 오래 참으면 홧병이 생기고 만만한 사람으로 무시당하기 쉽다고 생각하며, 무엇보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기다림과 인내는 손해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도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어쨋거나 ‘내 인생은 나의 것’이란 유행어가 제목처럼 자신의 인생은 자기가 사는 것이지만 순간의 감정이나 화(격분)를 참지 못하여 평생을 가슴치고 후회하는 그런 일이 없도록, 참는 미덕도 우리들 인생살이에 꼭 필요한 덕목이라는 걸 잊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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