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김삿갓의 해학적인 시와 세상 풍자

<김명열칼럼> 김삿갓의 해학적인 시와 세상 풍자

엊그제 캘리포니아 L.A에 살고있는 지인에게서 카톡이 왔다. 보내온 내용은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행동의 제약을 받다보니 마음대로 어디든 가고 싶은 곳을 갈수도 없고, 여행도 겁이나서 못 간다고 했다. 여행을 하다보면 저녁에는 호텔에 묵어 하루밤을 지내야 하는데 그 호텔방에 전날밤 어떠한 사람, ‘즉 코로나 확진자’가 잠을 자고 갔을 줄도 모르는데 함부로 들어가 잠을 자다보면 나도 모르게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여행도 자유롭게 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여행지(관광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을 테고, 섣불리 그 사람들과 가까이서 접촉했을 때 보이지 않게 전염균이 옮겨와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요즘은 아예 집안에 콕 쳐박혀서 꼼짝 않고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럴때는 옛날 조선시대때 행동에 제약 없이 자유롭게 주유천하 유람을 다녔던 김삿갓이 너무나 부럽다고 했다. 또한 곁들여서 옛날 자기가 어렸을 때 즐겨 불렀던 ‘방랑시인 김삿갓’ 노래를 녹음해 보내니, 이러한 시절에 듣기 좋은 노래라면서 위로를 받으라고 했다.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술한잔에 시 한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방랑시인 김삿갓(본명 김병연 金炳淵 / 1807~1863), 그는 1807년 3월13일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났다. 김삿갓은 조선후기 시대의 풍자 방랑 시인이다. 본관은 안동김씨로 이름은 김병연이고, 자는 성심(性深), 호는 난고(蘭皐)이다. 선대의 조상을 살펴보면 조부는 병자호란 때 척화대신으로 유명한 청음 김상헌의 사촌형인 형조참판을 지낸 김상준이며, 5대 조부는 황해도 병마절도사 김시태, 고조부는 전의현감 김관행, 증조부는 경원부사 김이환이다. 한자로 표기할때는 삿갓 립(笠)자를 써서 김립(金笠)이라고도 한다.

그의 조부 김익순이 홍경래의 난 때 선천부사로 있다가 항복한 것을 두고 비난하는 시로 장원급제 한 것을 수치로 여겨, 일생을 삿갓으로 얼굴을 가리고 단장을 벗을 삼아 각지로 방랑을 했다. 도처에서 독특한 풍자와 해학 등으로 퇴폐하여 가는 세상을 개탄했다.

그의 수많은 한문시가 오늘날까지 구전(口傳)되고 있다.

1950년대 후반, 명국환의 노래 ‘방랑시인 김삿갓’이 있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동무들과 어울려 이 노래를 자주 불렀다. “술 한잔에 시 한 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가락이 멋이 있어 맨 끝 김삿갓의 갓을 떠나가는 김삿갓처럼 사라지듯 멋을 부려 불렀다. 6.25전쟁 이후 먹고사는 일이 어려웠던 시절, 근심 걱정 다 버리고 떠도는 김삿갓이 부러웠던 그 시절에 그저 별 뜻 없이 불렀던 김삿갓 노래,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고 심심하면 언덕에 올라 친구들과 어울려 이 노래를 목청껏 소리내어 불렀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이러한 유행가가 나온지도 어언 60여년이 넘었다. 이처럼 김삿갓이 숱한 전설과 일화를 남기며 방랑하던 풍류시인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삿갓으로 하늘을 가리고 죽장 짚고 미투리 신고 한평생을 떠돌아다닌 천재시인 김삿갓, 풍자와 해학과 기지로 어우러진 파격적 시풍(詩風), 보통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행(奇行)으로 가는 곳마다 전설을 남기고 사라진 방랑시인 김삿갓, 그는 바람처럼 구름처럼 물결처럼 이 땅의 산수와 저자 간을 마음대로 넘나든 영원한 자유인이요 풍류 가객이었다. 위의 노래는 조선 철종때 방랑시인 김삿갓의 삶을 유행가 가사에 담아 현재까지도 국민들에게 가슴 한켠에 애잔하게 사랑을 받고 있는 노래다.

천재 시인이며 제도권에서 벗어난 일탈자이며 방랑자로 일생을 살았던 김삿갓, 당시 서민들은 그의 시에 울고 웃었다. 그의 시는 해학과 서정, 관조적 허무와 격물정신으로 규정된다. 부정과 불의에 부딪치면 해학은 풍자와 조소의 칼이 되고, 절경과 가인을 만나면 서정은 술이 되고 노래가 되었다. 또한 인생을 살필 때는 눈물이 되고 한숨이 되지만, 사물들을 앞에 두었을 때는 햇살이 되고 바람이 된다.

그의 자유 혼은 시의 소재나 형식에서 규범과 탈 규범을 넘나들기도 한다. 한시의 전통적 방식을 거침없이 해체해서 파격을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한시를 음이 아닌 뜻으로 읽게 한다든지, 한글을 섞어서 쓰는 시들이 그런 경우가 될 것이다. 그는 1863년(철종 13년)의 봄에 57세의 나이로 전라도 동복현(전남 화순군 동복면) 달천변에서 35년여의 긴 방랑시인의 삶을 마감했다. 그가 그곳을 죽음의 자리로 택한 것은 무등산 자락에 있는 달천이 ‘적벽강’이라 부를 정도로 경치가 빼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고로 해학과 풍자 유모어를 함께 한 난고 김삿갓의 해학시 몇편을 이곳에 소개하여 드리도록 하겠다.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돌며 문전걸식을 일삼는 그가 어느날 피곤한 몸을 이끌고, 휴식을 취하고 밥이라도 한술 얻어먹고자 경기도의 시골 서당을 찾아 들어갔다. 서당 안에는 훈장 한사람과 글을 배우는 학동 10명안팎이 열심히 글을 읽고 있었다. 김삿갓이 서당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몰골의 행색이 거지와 다를 바 없는 김삿갓을 보자 훈장이나 학동 모두가 김삿갓을 벌레 쳐다보듯 혐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배가 너무 고프고 피곤하니 밥을 좀 주고, 또한 하룻밤을 이곳 서당에서 유숙하고 내일 떠나겠노라고 정중히 요청을 하니, 그를 얺잖은 눈으로 살펴보고 있던 훈장이 일언지하에 거절을 하며 당장 문밖으로 나갈 것을 소릴 치며 손사례를 친다. 이를 보고 있던 학동녀석들도 훈장의 편을 들어 빨리 나가라고 소리친다. 이렇게 냉소적이고 모욕적인 박대를 당한 김삿갓은 한시로 빗대어 해학적인 작품을 남기고 떠나간다. 즉 어떤 훈장에게 욕을 바가지로 퍼부은 이 한시는 우리말로 발음할 때 욕설이 되는데, 한자의 뜻은 점잖게 서당 훈장을 꼬집는 내용이다.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제 맛이 난다. 제목은 ‘훈장 욕하기’이다.

書堂來早知 서당내조지(서당은 내조지고 ~ 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찾아왔는데), 房中皆尊物 방중개존물(방중은 개존물이라 ~ 방안엔 모두 높은 분들 뿐이고, 잘난체 하는 놈들만 있고), 生徒諸未十 생도제미십(생도는 제미십이고 ~ 학생은 모두 열명도 안되는데), 先生來不謁 선생내불알(선생은 내불알이다 ~ 선생(훈장)은 와보지도 않네, 코빼기도 안보이네).

또 다른 이야기, 김삿갓이 평안도의 어느 서당에서 신세를 지고 있을 때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른 달밤에 밖에 나와 보니 누각에 요염스럽고 아릿따운 여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달빛에 비치는 여인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이고 청순미가 넘쳐흘렀다. 이에 김삿갓이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시 한수를 지어 읊어주자, 여인이 이내 김삿갓의 시구에 답을 보낸다. 樓上相逢視見明 누상상봉시견명 ~누각 위에서 만나보니 눈이 아름답도다. 有情無言似無情 유정무언사무정 ~정이 있어도 말이 없어 정이 없는 것만 같구나. 이에 여인이 화답하여 시 한구를 보낸다. 花無一言多情蜜 화무일언다정밀 ~ 꽃은 말이 없어도 꿀을 많이 간직하는 법, 月不踰樯間寢房 월불유장간침방 ~ 달은 담장을 넘지 않고도 깊은 방을 찾아들 수 있다오.

김삿갓이 전국을 유랑하며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에 따라 지어낸 해학적 시는 수도 없이 많다. 앞서도 몇편을 소개하여 드렸는데, 그중에서 김삿갓이 지은 시(詩), ‘추미애를 그리며’ 의 한시(漢詩)는 언제나 입가에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지금 한국의 언론 매체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법무장관 추미애에 대한 기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우선 먼저 ‘추미애를 그리며’ 시 한수를 읽고 난후 추가적인 이야기를 이어 가도록 하겠다. 김삿갓이 지은 詩다. 秋美哀歌靜晨竝 추미애가 정신병, 雅霧來到美親然 아무래도 미친연, 凱發小發皆雙然 개발소발 개쌍연, 愛悲哀美竹一然 애비애미 죽일연. 이 시의 뜻풀이는 이렇다. 가을날 곱고 슬픈 노래가 새벽에 고요히 퍼지니, 아름다운 안개가 홀연히 와 가까이 드리운다. 기세 좋은 것이나 소박한 것이나 둘 다 그러하여, 사랑은 슬프고 애잔하며 아름다움이 하나인 듯 하네.

이상의 시는 김삿갓 김병연의 詩다. 번역을 빼고 한글만 읽으면 영낙없이 요즘 한국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사사건건 갈등과 마찰을 빚고 있는 법무부장관 추미애를 욕하는 시다. 어쩜, 이렇게 추미애 장관을 욕하는 방법을 표현한 것 같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50여년전에 현재의 상황과 세태를 미리 내다보고 지은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최근 한국의 모 여론조사기관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추미애 장관이 잘 한다는 의견은 40% 이고, 윤석열 총장이 잘한다고 답한 사람은 47%였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세상의 여론 추세를 볼 것 같으면 윤석열 총장을 지지하는 수치는 70% 이상일 것이며, 추미애는 30% 정도 일 것이라고 모 유튜버 방송은 말했다. 어쨋거나 우파 유튜버 방송들은 하나같이, 시중에서는 추미애 법무장관을 욕하고 나쁘다고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현실을 150여년전에 미리 김삿갓은 알았는지 이러한 시를 통하여 추미애를 욕? 하였다.

시대적으로도 참으로 아이러니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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