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김명열칼럼>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나는 30여년전부터 내가 나중에 나이 들고 늙어서 일을 할 수 없을 때, 현직의 생업을 그만두고 은퇴 후 노후생활을 어디서 보낼까?. 구상하고 계획을 세우며 미국의 이곳저곳을 여행을 하며 현지답사를 해왔다. 산도 좋아하고 물도 좋아하는 나 개인적인 양면성의 기호때문에 산악지방인 콜로라도의 덴버나 공기 좋고 기를 받을 수 있다는 애리조나 주의 세도나,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고 서울과 같다는 캘리포니아의 L.A 및 샌프란시스코, 바다에서 미역이나 다시마를 채취해 해산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시애틀……….. 그 외에 텍사스, 뉴멕시코, 뉴욕, 보스톤, 앨라스카, 애틀랜타, 뉴올리언스, 볼티모어, 버지니아 등등을 포함하여 미중서부 일대의 모든 주와 미국내의 여러 주를 골고루 선택하여 여행을 다니며 둘러보았다. 가는 곳 가는 지역마다 좋은 것과 나쁜 것들을 함께 갖고 있었으며 장단점이 모두가 다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그중에는 사시사철 꽃이 피고 얼음이 얼지 않는 플로리다도 포함되어 있었다.

내가 플로리다에 첫 발을 디디고 여행을 왔던 경험은 벌써 30여년이 넘었다. 다녀본 중에, 바다와 낚시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중에서도 플로리다가 가장 관심을 끌었고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나는 여가와 시간이 나는 대로 플로리다의 이곳저곳 여러 지역들을 여행하면서 현지답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15~6년전 어느해 겨울, 나는 나의 가족과 함께 추위를 피해 휴가를 탬파에서 보내기로 하고 바닷가 호텔을 일주일간 예약했다. 그리고 아울러서 렌트카도 일주일간 빌렸다. 눈이 잔뜩 쌓이고 손발이 시려워서 호호 불정도로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북쪽 지방에서 이곳에 내려와 보니 그야말로 이곳은 온화한 날씨속의 지상낙원이었다. (물론 여름에는 찜질방같은 무더위가 여러달 계속되지만…) 무척 즐겁고 재미있게 1주일간의 겨울 휴가를 잘 보내고 빌려 탔던 렌트카도 아무런 이상이나 사고 없이 개스를 잔뜩 채워 넣어서 완전하게 반납했다. 이상 없이 리턴했다는 싸인도 주고받으며 건네주는 영수증을 주머니속에 집어넣었다. 시간을 보니 시카고로 떠나는 비행기 출발시간이 너무나 촉박했다. 서둘러서 렌트카사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 허둥지둥 짐 가방을 들고 탑승수속을 하는 카운터쪽으로 달려갔다. 허겁지겁 서두른 끝에 비행기는 무사히 탑승할 수 있었다. 집에도 무사히 도착하여 이튿날부터는 경영하는 업소에 나가 열심히 일에 매달렸다.

그렇게 바쁘게 한달 정도가 지났는데, 웬 등기우편 한통이 나에게 전달됐다. 개봉을 하여보니 얼마전 탬파에서 빌려 타고 다녔던 렌트카 회사에서 날아온 편지였다. 내용을 보니 자동차 사고 수리비를 내라는 통보 겸 청구서가 들어있었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헛소리냐?”며 자세히 읽어보니 내가 빌려 탔던 차량의 앞부분이 차랑 사고로 파손되어서 그 수리비로 $3500. 00을 내라는 경고장 겸 청구서였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더니 이런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다. 급히 불야불야 자동차 렌트카 반납 영수증을 찾았다. 그러나 아무리 찾고 뒤져보아도 그 영수증은 보이지 않고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머릿속에 번개불처럼 스쳐 지나가는 기억이 떠 올랐다. 셔틀버스로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는 나의 가족이 모두 내린 후 마지막으로 급히 내리면서 주머니속에 넣어둔 비행기표를 꺼낼 때, 뭔가 끌려나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그때는 비행기표만 생각이 나서 다른 것들은 별로 관심도 없었고 오로지 비행기 출발시간에만 빨리 다가가는 일념으로 뭔가 떨어진 것 같은데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탑승카운터로 달려가 티켓팅을 마쳤다.

그때의 있었던 상황들을 추상해 보건데, 아마 내가 급히 내리느라고 이상 없이 반납한 그 렌트카 영수증을 차안에 떨어뜨렸는데 그 셔틀버스 운전사가 그것을 주워가지고 회사로 돌아가, 이제는 나에게 반납 영수증이 없으니까 자기들 마음대로 사기를 쳐서 가짜 자동차 수리비를 청구 한 것이라고 확신이 섰다. 이렇게 상황이 불리하게 되고 보니 나에게는 모든 것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억울한 상황이 돼버렸다. 렌트카 회사로 전화를 걸어서 그 당시의 이상 없었다는 상황을 설명하고 항의도 했으나 작심하고 계획적으로 사기치는 그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보험회사와 변호사에게도 문의를 했으나, 소송비용이나 변호사 수임료, 탬파까지 몇번을 왔다 갔다 하는 항공료, 거기에 소요되는 제반 경비지출 등등 여러 가지를 생각했을 때 차라리 그 돈을 물어주고 포기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울분을 머금고 억울하게 돈을 변상했다. 지금도 어쩌다 가끔 탬파시내 Cypress 길 도로선상에 있는 그 렌트카 업소를 지날 때는 울분이 솟아올라 화를 참기가 어려울 때가 많이 있다. 세상에는 이렇게 나쁜 악질업소(업주)들이 많이 있다. 한마디로 악한 사람, 그 죄는 하나님께서 결코 좌시하지 않으시고 심판하실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그렇게 꼭 나쁜사람 들만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얼마전 2개월전쯤에 한국에서 나의 글을 애독하시는 어느 독자분께서 이메일로 편지를 보내주셨다. 나에게 글을 보내주시면서 이렇게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 있으니 이런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드려서 같이 기뻐하며 그분들을 축복해 드리자고 하시며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을 보내주셨다. 그분께서 보내주신 내용의 이야기들을 사실대로 적어 소개하여드리겠다.

김 문필가님, 안녕하십니까? 인정이 메마른 세상에 참으로 선하고 착한 사람들의 선행 이야기를 전해드리니 선생님께서 글을 쓰실 때 참고하시고 인용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이하내용 중략~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시장 인근에서 7살 정도 돼 보이는 어린 손자가 할머니의 손수레(리야카)를 끌고 가다가 도로 코너에 세워둔 차량의 앞면을 긁고 지나갔습니다. 긁히고 지나간 자리에는 페인트가 벗겨지고 흉한 상처의 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났습니다. 이것을 바라본 할머니는 손주가 끄는 수레를 멈춰 세우고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을때, 할머니의 놀라고 걱정스런 표정을 바라보던 손주가 그만 으~앙 하고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어린 손주의 수레를 끄는 솜씨의 부족이려니 하고 할머니도 모른 척 그냥 지나가 버릴 수도 있을법한 순간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손주에게 수레를 멈추게 하고 차주인에게 어떻게 해야 이 일을 알릴 수 있을까? 걱정을 하고 있던 차에 주변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 광경을 보고서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웅성거림 속에서 나타나는 요즘 사람들의 심정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손수레 안을 들여다보니 콩나물 한봉지와 손주가 좋아할 바나나 두개가 보였습니다. 이글을 보내 주신분은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콩나물과 바나나를 보는 시간 내내 마음이 편치를 않았다”고 적어놓았습니다. 비록 가난하게 살지만 남의 외제 차량에 손수레로 기다란 상처를 내고 그냥 돌아설 양심이 아니었습니다. 주변에 있던 학생중의 한 사람이 할머니가 전화기가 없어서 차주에게 연락을 못하는 것을 보고 차 앞에 있는 명함 전화번호로 승용차 차주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10여분이 지나 40대로 보이는 차주와 아주머니가 나타났습니다. 선하고 정직한 할머니의 양심이 첫번째 보석이라면, 두번째 보석의 발견은 지금부터입니다. 차주인 그들은 오자마자 대뜸 할머니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님 죄송합니다. 차를 주차장에 두지못하고 이렇게 도로에 주차를 해 통행에 방해가 되게 해드려서 정말로 죄송 합니다”. 옆에 서있던 차주의 부인되시는 분은 울먹이는 할머니의 손주를 포근히 감싸 안아주며 오히려 미안하다며 달래 주었습니다. 돈이 많고, 잘살고, 좋은 것들을 걸치고, 가진 것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그 차주의 인성이 너무나도 부러웠습니다.

이 사건의 글을 나에게 보내주신 그분께서는 집에 오는 내내 “정말 멋진 사람을 만났다. 멋진 사람들이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글을 보내준 그분은 세상속 사회를 향하여 이렇게 말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공부보다는 저런 인성을 보다 많이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나는 이분께서 보내온 글을 보면서 값비싼 보석을 얻은 마음 같아서 너무나 흐뭇한 기분과 마음의 벅차오름을 억제할 수 없었다.

여기에 이어 세번째의 보석은, 뒤늦게 이러한 선행의 사실을 알게 된 아우디 코리아회사는 이 차주를 수소문해 고객센터로 연락을 주면 수리비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해들은 나는 아직도 대한민국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사회로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많은 분들이 이러한 사연처럼 ‘아름다운 네번째 보석’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사회는 복지사회가 되고 행복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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