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차 한잔의 여유와 사색

 

<김명열칼럼> 차 한잔의 여유와 사색

 

이른 아침 살랑살랑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에 얼굴을 맡기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한점 없어 보이는 청명하고 아름다운 파아란 하늘이다. 하늘이 비구름으로 덮여 우중충하고 우울함을 안겨주는 날도 있었지만, 오늘은 날아갈듯이 산뜻하며 상쾌감과 신선함이 엔돌핀을 머리와 가슴속에 가득히 채워주는 기분 좋은 아침이다.

파아란 청색 치마로 채양을 쳐놓은 듯 끝없이 펼쳐진 파란색 하늘의 끝자락에는 방금 떠오른 태양이 미소를 지으며 밤이슬에 흠뻑 적셔진 물방울을 닦아내고 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를 마치고 생 얼굴로 거울앞에 다가선 청조한 여인의 모습이 아마도 저와도 같은 모습이리라.

내가 지금 올려다 바라보고 있는 저 하늘은 왜 저렇게도 파랄까?. 궁금증이 생겨난다.

낮에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는 빛의 산란현상 때문이다. 우리들의 눈은 태양빛 중에서 가시광선의 영역만을 볼 수 있다.

가시광선은 대기를 통과하면서 대기중의 질소, 산소분자 등에 의해 산란이 된다. “산란”이란 대기중의 작은 알갱이들이 빛을 흡수하여 사방으로 다시 방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대기의 산란정도는 빛의 파장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진다. 여기서 파장이란 파동의 마루와 마루 사이의 거리를 말하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붉은색 빛의 파장이 가장 길고, 주황색, 노랑색, 파란색, 남색, 보라색순으로 갈수록 짧아진다.

파장이 짧을수록 산란이 강하게 일어남으로 낮에 파장이 짧은 청색빛이 산란이 일어나 대기는 청색 산란광이 지표에 가장 많이 도달하는 두께를 갖고 있는 셈인데, 대기의 광학적 두께가 깊어지는 아침과 저녁에는 파장이 짧은 영역의 청색 빛은 대부분 산란되어버리고 장파장 영역의 빛이 지표에 많이 도달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아침노을이다.

태양빛과 파란하늘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찬란한 아침, 따근한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사색에 잠겨본다. 사시사철 상록의 그린색으로 채색된 플로리다의 2월, 초록색깔의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질펀한 초원의 대지위에 산들바람이 불어와 장난기어린 꼬맹이가 머리칼을 손길로 스쳐가듯 바람은 어느새 내 머리와 귓전을 흔들어놓고 저만치로 달아난다. 뒷마당 정원속 우거진 팜추리와 대나무 숲속의 그늘에 앉아 무심히 귀 귀울이고 있다 보면 바람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은 멈추어 있지 않고 지나간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인식하게 된다. 세상사 모든 일들이 좋은 일이건 궂은일이건 우리가 겪는 것은 모두가 한때뿐이며 그냥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세월도 그렇고 인심도 그렇고 인간사의 모든 희노애락이 모두가 다 흘러가며 변한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고난이나 역경, 경제적 어려움도 한때로, 사실로 따지고 본다면 지나가는 과정의 현상이라고 보고싶다. 세상에는 영구불변, 고정불변 한채 영원토록 지속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란게, 내 자신이 지금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는 견디기 어렵고 고통스러워도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른후에는 그당시 그때 그러한 일과 힘들었던 일들이 그 나름대로의 이유와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야 느끼게 된다.

지금의 현실속 나자신이나 우리가 겪고있는 모든 역경과 고난들, 이 힘들고 어려운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의지적인 노력은 또 다른 한편의 인내의 이력으로, 다음에는 그것이 밑거름과 경험이되어 거듭나고 새로운 열매로 좋은 결과를 얻어낼것이다. 소중한 오늘의 내 생활과 삶이 내일로 이어질때 나의 인생은 빛날것이며, 그리고 개개인마다 그 누구보다도 결실있고 아름다운 삶을 이어갈 것이다. 차 한잔을 마시며 그날 하루의 계획이나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며 모든 일들에 대한 것 들을 다시 생각해보듯, 자기를 반성하고 성찰하며 잠시 동안 만이라도 사색에 잠겨보는 것도 좋으리란 생각이 든다. 우리들에게는 누구나 사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색하는 시간이 없이, 아무런 생각 없이 현실의 구속을 받으며 노예처럼 살다보면 시간이 지난 후에는 후회라는 족쇄가 채워져 우리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든다. 호젓이 앉아 사색에 잠기다보면 그 사색은 내 마음의 창고에 생각의 씨앗을 가득히 담아놓는다.

만약에 사색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없다면 성격이 급해지고 참을성을 잃으며 실수가 많아질 수도 있다. 이러다보면 자기 중심적으로 되어서 불평과 불만이 늘어난다.

사색이란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관조하는 것이다. 그것은 몸과 마음이 평온하도록 고요함을 즐기는 것이다. 홀로 일때 진정한 사색을 할 수 있다. 혼자서 오롯이 사색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환경이나 현실속에 자신도 모르게 꽉 닫혀진 마음의 뚜껑을 열고 들어가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여기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나의 마음이 밝아지고 생기가 돋아나며 머리와 눈이 맑아지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사색하며 마음이 긍정적으로 변하면 내 삶의 모습도 달라진다. 그러나 사색에만 몰두하면 좋지 않다. 지나친 사색은 행동을 못하도록 나 자신을 나약하게 만든다. 사색과 행동이 동반되어야 좋은 삶의 결과를 나타낸다. 우리는 사색함으로써 본심을 잊는 일 없이 현실의 주어진 일과 생활에 열심을 기할 수 있다. 의지의 의식적인 노력으로서 우리는 행위와 그 결과에서 초연히 중심을 잃지 않고 오뚝이처럼 서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세상살이의 격류속에 선이든 악이든 모든 일들이 바람처럼 우리의 옆을 지나가버린다. 사색을 하면 생각이 행동으로 나갈 길을 잘 열어준다.

나의 삶을 명랑하고 즐겁게 살고 싶다면 가급적으로 마음을 긍정적으로 돌리고 여유를 갖자. 현실에 만족하며 바쁠수록 쉬어가도록 하자. 그리고 지칠 줄 모르고 일어나는 욕심이나 질투심, 반목과 시기와 미움에 시달리는 마음과 뜨거운 유혹의 불길을 식혀야 한다.

삶이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아무런 소망도 없이 번잡한 일에 파묻혀 살던 것 들을 잠시 놓아두고 마음 편히 걸어가도록 하자. 삶이 평안하기를 원한다면, 아침에 일어나서 잠시 하던 일손을 멈추고 차 한잔을 앞에 놓고 사색이나 명상에 잠겨보는 것도 좋다. 우리가 인생궤도의 과정속에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이라는 선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가 엄청나게 다른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오늘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성실하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좌절과 실의에 빠지기도 하지만,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은 결코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실패를 통해서 희망을 배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돈이 부족할 순 있어도 내 마음의 풍요는 부족하지 않다. 이래서 세상을 사는 것이 긍정이나 부정, 만족인가 불만족인가. 행복인가 불행인가 등등이 자기의 마음먹기에 달렸으며, 이 세상에는 결론적으로, 부족하다는 관념만 있을 뿐 실제적으로 부족한 것은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 행복과 불행은 언제나 나의 곁에서 대기하고 있는것이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 뿐 이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