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기행문> 동유럽 4개국 및 발칸 2개국 12일(플리트비체 & 포스토이나)간의 여행(8)

<김명열기행문> 동유럽 4개국 및 발칸 2개국 12일(플리트비체 & 포스토이나)간의 여행(8)

유럽 여행 중 독일 이야기

 

<지난주에 이어서>

라인강은 독일 수로(水路)의 대명사이다. 수로 물동량의 80%를 소화하는 경제부흥의 축이 되고있다는 점에서, 라인강은 독일의 ‘아버지 강’으로 불리기도 한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은 전체 가옥의 40%가 파괴되어 약 1천만명의 난민이 발생했고, 국민의60%가 영양실조에 시달렸다.

한국전쟁당시의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다. 경제성장을 이룬 과정도 한국과 비슷한 측면도 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구축된 중공업 기반에서 숙련된 노동력으로 양질의 공산품들을 값싸게 생산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들을 라인강 물길을 따라 북해와 대서양으로 유통시켰다. 이와 함께 독일정부는 인플레이션 해결을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하고, 히틀러시대의 통제 경제를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등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독일은 뼈아픈 역사적 경험을 교훈삼아 ‘모두가 풍요롭게 사는 사회 만들기’를 국가목표로 내세웠다. 자유와 경쟁을 최고의 가치로 존중하면서도 연대와 협력을 실천하는 사회경제시스템을 정립하고자 했다. 지금은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인, 학자들 사이에서 ‘독일경제 예찬론’이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경제가 예외 없이 흔들리는 와중에서도 독일은 여전히 약진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과 독일 모두가 전쟁으로 인한 폐허를 극복한 놀라운 생명력을 가진 나라로 전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한강과 라인강이 있으며, 어려운 중에서도 근검절약으로 끈기 있게 위기상황을 탈출한 독일 국민들의 근면성도 높이 평가할만한 가치가 있다.

물은 사람과 뗄래야 뗄수가 없다. 국가의 발전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도움을 주며, 우리의 생명을 이어주는 젖줄이 되는 것이다.

다음은 오늘날 독일의 부흥과 발전을 이룩한 독일 사람들의 근검절약 생활에 대하여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다.

10여년동안 내가 매주 신문에 써 올리는 칼럼을 애독하고 계시는 독일에 사시는 독자 한분이 계신다. 남편되시는 분은 파독 광부로서 서독에 왔고, 부인되시는 분은 간호사로 서독에 왔다. 그분들은 이곳에 와서 일하고 근무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만나서 서로 알게 되었고, 고용계약기간이 끝난 후에도 계속 그곳에 눌러앉아 결혼을 하고 독일 생활을 시작했다. 몇십년전 가난한 나라 한국에서 외화벌이를 위해 이역만리 독일까지 왔던 청년과 아가씨는 결혼을 하여 평생을 같이하여 왔고, 이제는 나이가 들어 70대 후반이 되어 하얀 머리속의 노년 인생이 되었다. 누구나 그러하듯, 또한 어느 나라이건 다른 나라에 가서 이민초창기의 이국생활은 고생과 가난이 함께 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여건과 환경속에서도 이들 부부는 근검과 절약을 생활목표로 삼고 열심히 일하며 돈을 모으고 저축을 했다. 먹는 것, 입는 것, 잠자는 것, 즉 의식주를 위한 최소한의 지출을 하면서 돈은 들어오는 대로 은행에 저축하며 아끼고 절약하고 하고 싶은 것 모두를 참고 견디며 살았다. 그렇게 열심히 땀과 정성, 노력을 기울인 결과 지금은 평범한 독일 사람들보다 생활수준이 높은 중산층대열에 이른 부유롭고 넉넉한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들 부부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우리 부부가 쓰고 싶은 것 다 쓰고, 먹고 싶은 것 다 먹으며, 하고 싶은 것 내 마음대로 다 했다면 오늘날의 이 같은 풍족한 생활은 있을 수 없을 것” 이라고 과거를 회상하며 이민 생활 속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전해주었다. 그들 부부는 한국인 고유의 아끼고 절약하는 습성이 알게 모르게 몸속에 배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주위의 상황이나 환경적인 현실에 동화되어 독일인들의 천성적인 근검절약도 많은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또한 내가 보고 느낀 독일은 한마디로 근검절약의 표본이 되는 훌륭하고 본받을만한 나라이다.

독일의 국내 총생산은 약 3조7000억달러로 한국보다 3배 이상 많다. 1인당 국민소득도 약 4만5천달러로 한국보다 거의 배가 넘는다. 그럼에도 독일 사람들이 부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여자들의 수수한 옷차림, 단촐한 음식문화, 조용한 밤 문화, 철저한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 등을 보노라면 한국이나 미국과는 사뭇 다르다. 유럽 특히 독일에 와서는 전기와 물을 아껴 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한국이나 미국보다 비싸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절약정신이 투철한 것이다.

독일 사람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독일역사를 보노라면 이런 성향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땅에서 발발한 여러 차례의 전쟁을 겪으면서 집단주의가 개인주의로 바뀐 듯하다. 이들이 질서와 규율을 잘 지키는 것을 보면, 필요하면 언제든지 조직화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사람들이 다양한모양의 자갈돌이라면 독일 사람들은 규격화된 벽돌이라는 느낌이다. 국가적인 요구가 있으면 언제든지 모여서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있는 사람들이다. ‘독일인들은 절약정신이 강하여 매사 근검절약을 생활화 한다’는 말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 척박한 기후 및 환경조건 때문에 더욱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고 또 힘들여 벌어들인 것이라 무엇이든 아껴서 쓰던 습관이 그들의 선조들로부터 마치 대물림이 되어온 것이리라.

여기에 두번이나 겪은 큰 전쟁과 패망이 가져다준 혹독한 가난의 쓴맛은 그들을 절약정신이 투철한 민족으로 무장시켜주었다. 이들은 화장실에서 손을 씻을 때도 수도꼭지부터 먼저 트는 일이 거의 없다. 액체타입의 비누를 먼저 손에 묻힌 다음에야 수도꼭지에 손이 가며, 일을 마친 후 ‘공중’화장실을 나갈 때도 사람이 없는걸 알면 누구나 전기 스위치를 끈다. 뿐만 아니라 음식을 남겨 버리는 일도 드물다.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앉아 관찰해보면 자기 몫으로 나온 음식을 남겨, 버리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고 물과 음료수도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시니 감탄사가 절로 나올 지경이다. 음식뿐만 아니다. 옷도 마찬가지다. 거리에 나가보면 가장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독일인들의 거의 비슷한 옷차림인데, 수수하고 어두운 색상의 상의와 오랫동안 입어 낡아빠진 청바지가 독일인들의 대표적인 의상인 것처럼 보인다. 당연히 모델처럼 근사한 차림의 멋쟁이들도 종종 눈에 띄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멋에는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실용적인 모습들이다. 매일 매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나서 옷장이 미어져라 의상을 구입해대는 한국 사람들(특히 여자들)과는 너무나 판이한 차이점을 느낀다.

이러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 보면 호소력 강한 누군가의 영향력 있는 캠페인문구를 곳곳에서 읽고 실천하고 있는 것처럼, 독일인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듯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로부터 노인들까지 국민 모두가 생활속에 근검절약을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점들은 부럽고 감탄스러움에 그치기보다는 우리도 그러한 좋은 점은 하루빨리 배우고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하지만 몇년전에 읽었던 ‘제발 절약 좀 하지맙시다’라는 제목의 검소한 독일인에 관한 기사는 독일인들의 절약정신에 관한 다른 시각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너무나 근검절약을 하다 보니 소비시장이 위축되고 경제가 침체될까봐 소비성향을 활성화하여 생산활동을 장려하기 위하여 한편으로는 소비운동을 부추기기 위한 계몽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하기도 하다.

경제학적 측면에서 고찰해보면 고대 게르만인은 그리 현명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들은 성공적인 약탈행위를 거두고서 양손 가득히 얻게 된 전리품들을 그 가치는 전혀 고려해보지도 않고 값어치 없는 아무런 물건과 교환하기를 즐겼다. 가령 예를 들자면, 당장 배를 채울 수 있는 것으로 살찐 돼지 몇마리를 제시하면 장래 큰 이익을 가져다줄지도 모르는 황금 잔과도 서슴없이 바꿔주는 멍청한 행위를 하곤 했다. 즉 게르만 선조들은 ‘경제’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으며, 그것의 흐름에는 문외한으로 전혀 관심조차 갖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러나 이런 점은 요즘을 살고 있는 그들의 후손에게서도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라서 문제화된다고 전했다. 평생을 절약만 하며 살아온 독일의 노인들은 일을 그만 두고난 뒤, 일생동안 저축한 돈을 전부 써보지도 못하고 안타깝게 죽는다. 그들의 유품에 끼어있는 통장에서 자손들은 평균 15만유로 정도를 발견한다. 한 경제전문가는 현재의 독일인들은 대략 2천년전의 그들의 선조들과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음 주에 계속 이어짐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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