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행운을 바라는 마음
햇볕이 화사하고 아름답게 대지를 포옹하고 있다. 밤새 내린 이슬방울이 클로버 잎 사이로 모습을 감추며 사라지고 있다. 목이 마른 산토끼 한마리가 클로버 잎에 맺혀있는 이슬방울을 핥으며 클로버 잎을 맛있게 뜯어먹다가 가까이 다가가는 나를 보고 깡총깡총 뛰며 저쪽의 나무숲 그늘 밑으로 사라진다. 나의 어렸던 시절, 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토끼풀을 뜯어다 우리속에 갇혀있는 토끼들에게 밥을 먹이는 것이 일과였다. 토끼들의 먹이풀 중에 가장 좋아하고 잘 먹는 것은 클로버 잎이다. 땅위에 그린 카펫을 깔아놓은 듯 넓게 자리 잡고 퍼져서 자생하고 있는 클로버들을 보자 불현 듯 옛날의 토끼풀 생각이 났다. 가까이 가서 쭈그리고 앉아서 클로버들을 살펴보다가 얼핏 나의 눈에 네잎클로버가 시야에 들어왔다. 네잎클로버를 보니 아마도 오늘 나에게는 커다란 기쁨의 행운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가된다.
사람들은 행운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개들 네잎 클로버를 떠 올리곤 한다. 그리고 프랑스 포병장교 나폴레옹이 전쟁터에서 싸움을 지휘하던 중 우연히 잎이 4장 달린 클로버를 발견하고는 그걸 따려고 몸을 수그리다가 날아오는 총알을 피한데서 네잎클로버를 행운의 상징으로 표현하게 됐다고 전한다. 하지만 네잎클로버 행운이 나폴레옹의 목숨을 구해준 일화에서 비롯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 급박한 전쟁터에서 한가로이 클로버를 본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일뿐만 아니라 서있는 상태에서 세잎,네잎을 구분해내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그 일화는 나폴레옹을 하늘의 도움을 받는 신비한 인물로 비춰내기 위한 만들어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네잎클로버는 어째서 행운을 상징할까? 또한 네잎클로버를 가지면 정말로 행운이 찾아올까? 행운이란 대체 무엇일까?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사람들은 언제나 모든 일들이 잘되기를 바라고 원했다. 먹을걸 찾을 때는 맛있는 과일이나 동물의 포획을 원했고, 농사를 지을 때는 풍년을 기원했으며, 운동과 전쟁을 할 때는 승리를, 직업을 구할 때는 조건이 좋은 일터를 꿈꾸었다. 만약에 원하던 대로 일이 이뤄질 경우 그런걸 동양에서는 행운, 서양에서는 Good Luck이라고 말했다.
이 두단어를 살펴보면 묘하게 두 낱말은 다른듯하지만 비슷한 어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운(運)을 살펴보면 ‘돌다’‘회전하다’는 뜻이다. 만물은 끊임없이 돌고 돈다라는 윤회사상에서 나온 개념이며 모든 기회는 누구에게나 찾아간다는 의미이다. 그것을 알고 차지하면 행운이고 놓치면 불운, 즉 운이 없는 것이다. 반면에 운은 나쁜 쪽의 기회로서도 마주칠 가능성이 있는데 이때는 악운, 또는 불운이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는 노력할수록 행운을 차지할 확률이 높아지고, 게으를수록 악운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생각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결정을 기다리라) 이라는 말에도 노력한자에게 좋은 운이 찾아가리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에 비해 영어의 Luck의 본래 뜻은 ‘뜻밖의 습득물’이다. Luck는 운명, 좋은 일 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에 어운을 두고 있으며 ‘구부리다’의 뜻을 가진 고대어 leug에 뿌리를 두고 있다. 즉 고대인들이 길을 가다 떨어진 무언가를 줍기 위해 구부린 몸짓이 곧 행운이라는 개념의 시초인 것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모르고 지나친 사람에게는 아무일도 아니지만 언뜻 본걸 좋은 물건임을 알아보고 주운 사람에게는 도움이 됐음이 분명한 일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오늘날 Luck는 운명, 천명, 요행 등의 의미가 강하다.
여기서 다시 네잎클로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고대 아일랜드에 태양을 숭배하던 드루이 교도는 네잎클로버를 신성시하게 여겼다. 그 이유는 세잎 클로버에 비해 네잎 클로버는 발견하기 힘든 희귀성에 있었다. 이들은 경배장소인 참나무 숲에서 네잎클로버를 발견하면 주문을 외워 마귀의 사악함을 물리치곤 했다. 그러다가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인 이후부터 아일랜드인은 성부, 성자, 성령의 3위 일체를 이룬 세잎 클로버가 악마, 마귀로부터 사람을 보호해준다는 믿음을 가졌다. 삼위일체의 의미가 휘귀한 네잎 대신 조화로운 세잎을 행운의 상징으로 삼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정서가 유럽 대륙에도 전해졌으니, 중세때의 프랑스 전설은 그중 하나이다.
네잎클로버 행운의 진정한 의미는 ‘발견의 소중함’이다. 평범함 속에 묻혀있는 ‘가치를 찾아내는 일’, 다시 말해 화려한 물질의 소유가 아닌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게 곧 행운(예기치 못한 행복) 이라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클로버 꽃말은 ‘평화’, ‘너와 더불어’ 이지만 특히 세잎 클로버는 감사, 네잎 클로버는 행운, 행복의 뜻을 더하고 있다. 로마시인 베르길리우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행운은 용기있는 자를 편든다’.
우리말 속담에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운이 7활이고 재주(노력)가 3활이라는 뜻이다. 곧 모든 일의 성패는 운이 7활을 차지하고 노력이 3활을 차지하는 것이어서 결국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뜻이다. 즉 사람이 살아가면서 세상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의 성패는 운에 달려있는 것이지 노력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나 자신은 이 말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고 그 반대로 노력이 7활이고 운이 3활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노력이 없이는 공짜로
얻어지고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노력보다는 운을 더 따르고 믿고 있는 듯하다. 이제까지 세상사가 얼마나 운에 따라 좌우되는지 살펴보았지만, 그 운에는 매우 다른 두가지 종류의 운이 존재한다.
하나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작용하는 우연적인 현상을 의미한다. 로또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완전한 우연이다. 따라서 복권이 꽝이었을 때, 불공평한 게임이어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애당초에 누구는 당첨확률이 높은 복권을 받고 누구는 당첨확률이 낮은 복권을 받는다면 어떨까? 인생의 성패를 좌우하는 운에는 게임에 재미를 더하는 공평한 우연 외에도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태생에 따라 승률이 달라지는 불공평한 운명의 장난도 존재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저마다 이 불공평한 인생의 게임에서 벗어나려고, 그래서 오늘도 행운을 잡으려고 발버둥 치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만약에 당신이 그 행운을 유도하는 방법을 안다면 그것은 대단한 기술이다. 행운을 가장 적당한 시기에 이용하기 위해서 기다리는 것 자체가 성과를 거두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행운의 여신은 제멋대로 걸음걸이의 속도를 자주 바꾸어서 행운이 자기에게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는지 아무도 측정할 수 없다 해도, 행운은 반드시 찾아올 때가 있는 법이다. 행운이 찾아오면 기회는 여러번 온다. 행운의 여신이 당신에게 미소를 지을 때는 용감하고 과감하게 앞으로 달려가라. 행운은 용감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나 불운이 닥쳤을 때는 뒤로 물러서라. 그러면 자신의 불행을 두배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