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사모님

<김명열칼럼> 사모님

사모님이란 호칭을 사전에서 보면, 스승의 부인이나 윗사람의 부인을 부를 때의 높임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전적 의미와는 상관없이 이 사모님이란 말은 시대 상황에 따라서 가장 편리하며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온 호칭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서울에 살고 있는 어느 지인의 아들 이야기다. 요즘 한국은 젊은이들이 직업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무척이나 힘들고 어렵다고 한다. 군대를 제대하고 빈둥빈둥 직업을 못잡고 놀던 그의 아들이 우선 임시방편으로 어느 회사의 서적외판원으로 취직을 했다고 한다. 그 지인의 아들 말에 의하면, 세일즈 교육시간에 사장과 영업부장의 하는 말인즉 기혼의 나이들은 남자들에게는 아저씨라는 존칭대신 무조건 선생님이나 사장님으로 부르고, 여자들에게는 할머니, 또는 아주머니라고 부르지 말고 무조건 사모님이라고 부르라는 세일즈 매너를 익히는 대화법을 배우고 익혔다고 한다.

이 젊은 친구는 외판영업도 처음이지만 성격도 내성적이라 쉽게 입 밖으로 사모님 소리가 나오지 않고 적응이 안되다 보니 그냥 아주머니라는 말을 많이 썼다고 한다. 이러한 호칭문제가 장애가 되어 결과는 영업활동에 큰 차이를 보여줬다. 자연스럽게 사모님이라고 표현을 하는 사람들은 처음대하는 고객들과의 대화를 의외로 쉽게 풀어나갔다. 상대방을 나보다 한수 높은 사람의 위치로 대하다보니 고객입장에서는 우월감을 가지고 비교적 쉽게 영업사원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었다.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영업사원들은 고객접근이 자연스럽지 못해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고객을, 나와 동등한 입장에 두고 상품설명을 하면 건성으로 듣는 경우가 많았었다고 한다. 건성으로 듣는 사람을 상대로 계약을 체결하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당연히 영업실적이 차이가 났으며, 영업실적의 차이는 돈으로 환산되어 나타났다. 여기서 재미난 얘기로는 사모님이라고 불리어지는 여성들중에 어느 누구도 듣기를 쑥스러워 하거나 “무슨 사모님? 그냥 아줌마라고 불러주세요” 라고 부탁을 하는 류의 겸손함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모든 여성들의 표정이 밝아보였다고 한다.

사모님이란 사전의 뜻을 제외하면 점잖은 좌석에 합석한 기혼의 여자들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추는 차원에서 쓰이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제비족은 여자를 꼬시는 한 방법으로 활용했고, 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매상을 올리기 위한 방편의 상술로써 부르게 되어 오늘날은 사모님의 호칭이 대중화되어 기혼의 여자들은 모두가 사모님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이것을 좋게 말한다면 호칭의 평준화이고 나쁘게 말한다면 호칭의 인플레현상이다. 결혼한 남의 집 여자를 보고 부를 수 있는 아주머니나 여사라는 괜찮은 호칭이 엄연히 있는데도 범접하기조차 어려운 사모님이 더 대중화된 호칭이 되어버린 세상이 되었다.

스승의 그림자를 예사로 밟고 다니는 세상이 되어서일까?. 그리고 또한 품격높이기 좋아하는 국민성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사모님이 일반적인 호칭으로 대중화되어 쓰이고는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다분히 위계질서를 의식한 호칭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중화된 호칭에 너무 근본적인 의미에 얽매이는 것도 자연스럽지 못해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 50~60대 이상 되는 어른측의 사람들이 나이가 많이 떨어지는 젊은 여자를 보고 무조건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람직하거나 보기가 좋은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사나 또는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것이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무난하고 정감이 있어 보이지 않는가…………

사모(師母)는 사부(師父=스승)의 부인이다. 왕조(王朝)시대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고 하여 임금, 스승, 아버지가 동격(同格)으로 섬겨야하는 존재였다. 거기서‘아버지 같은 스승’이라는 의미로 사부라는 호칭이 생겨났다. 스승이 별세하면 직접 상복은 입지 않지만 심상(心喪)을 치르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였다. 특히 집을 떠나 스승의 집에서 숙식을 하며 학문이나 기술, 무술 등을 배울 경우 스승의 부인은 제자에겐 어머니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호칭도 당연히 사모(師母)였다. 친 어머니가 아닌 ‘어머님’이다. 그런데 오늘날 이 사모님이 잘못 쓰이고 있다. 직장의 상사 부인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의 부인을 대개들 사모님이라고 부른다. 사장의 부인을 사모님이라고 하는 것은 혹시 사모(社母)님으로 잘못알고 쓰는 것은 아닐까. 심지어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사모님이라고 호칭하여 대화를 나눈다. 어머니가 친 어머니가 아닌 사람에게는 결코 써서는 안되는 말이듯, 사모님은 스승의 부인 외에는 절대로 써서는 안 되는 호칭이자 지칭이다.

한국인들이 다니는 교회 내에서 사모는 목사부인, 강도사부인, 전담 전도사부인은 물론 교육전도사 부인 등 교회 일을 맡아 수고하는 모든 교역자의 부인을 지칭하는 고유명사처럼 통용되고 있다. 교회 안에서 목회자부인을 존경하는 뜻으로 사모라고 부르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것은 하나님께서 목회자를 자기교회의 목사와 지도자로 세웠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의 직책과 역할을 존경하는데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회자 아내, 혹은 사모라고 부르는 칭호는 단순히 한 남성의 아내라는 의미만 가지지 않고 목회자의 아내에게 부여되는 특별한 위치나 역할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교회의 많은 성도들은 과연 현대교회에서 사모의 호칭이 위와 같은 원래의 뜻과 의미대로 통용되고 있는지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어느 교회의 경우 목회자의 부인인 사모가 보기 싫어서 그 교회를 떠나가는 교인들을 많이 보기도하였다. 성도들이 기도할 때, 담임목사를 위해 기도할 때 아울러 사모님을 위해서도 기도를 해줬으면 좋겠다. 어느 주일날 내가 대표기도를 할 때, 목회자의 부인인 사모님을 위해 기도를 하니 의외로 생각하는 경우도 보았다. 흔히 목회자의 부인을 사모님이라고 부른다. 교회의 전통적인 직분에는 사모가 없다. 하지만 목회자의 아내를 그렇다고 집사님이나 권사님이라고 부르기에는 어색함이 많다. 그렇다고 이름 뒤에 아무개 씨 라고 씨자를 붙여서 부르기에는 너무 불경해보이기도 한다.

목회자의 부인, 즉 사모님들은 행복할까?. 교회 안에 갈등의 폭풍이 불어올 때 사모님들의 겪는 고통은 어떤 것일까?. 그들의 애환을 해소하는 방법은 없을까?. 목회자의 부인, 사모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세계가 있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특수 여성들이다. 사모들은 자신의 독특한 역할에 대하여 대체로 행복해 하지만, 때로는 좌절도 겪는 경우가 많이 있다. 교회 안에서 갈등이 생겨나고 교인들이 떠나거나 남편이 어려움을 당할 때 특히 마음의 상처와 아픔이 목회자 못지않다고 한다. 사모학이란 책에서 보면 ‘사모는 목사의 배필로서 남편이 목회 생활 중에 가지게 되는 모든 스트레스를 해소시킬 수 있는 방파역을 훌륭히 해내야한다’ 라고 했다. 목회자가 사역 중에 받게 되는 모든 스트레스를 사모에게 투시하고, 사모는 남편 목사가 받는 모든 스트레스를 해소시킬 수 있는 방파역을 훌륭히 해내야 한다면, 그럼 목회자 사모의 스트레스와 갈등은 누가 해소해 줄 수 있는 것인지 우리는 생각해야만 한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녀(사모)들은 목회자의 아내이기 전에 평범한 가정주부이자 일반적인 여성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환경과 직분을 탈피하고, 절제와 온유, 헌신과 순종으로 자기를 버리고 남편인 목회자를 뒷받침하는데 성심을 다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남편의 사랑은 언제나 성도들에게 양보해야하고 성도들로부터 성경적 지식, 기도의 능력은 물론, 식사준비, 교회청소, 궂은일, 친교와 교제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할 것을 기대 받으며 쉽지 않은 인고(忍苦)의 삶을 살고 있다.

이글을 쓰면서도 나는 이 시간 내가 적을 두고 있는 교회의 사모님이 내내 나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을 느꼈다. 위에 적은 모든 내용들, 힘든일, 싫은일, 궂은일, 어려운 일들을 도맡아서 교회의 상머슴이 되어,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랑과 헌신, 온정과 베풀음, 봉사의 손길을 펼치고 있는 우리교회의 사모님께 무한한 존경감과 축복, 감사를 드린다.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073/0531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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