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화장을 하는 여인

<김명열칼럼> 화장을 하는 여인
[2016-12-14, 06:34:34]
성인 여자들은 대개가 많은 사람들이 얼굴에 화장을 한다. 화장을 하는 이유와 목적은 다양하지만, 간단히 말해 화장을 하는 이유는 1, 자기 만족을 위해서 2, 스스로의 결점을 숨기기 위해 3,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서 등등 여러 가지로 설명이 되지만, 그냥 쉽게 한마디로 짧게 표현을 한다면 “예뻐지기 위해서”다.
보통 상식적으로만 생각을 해도 얼굴이 예쁜 여자와 예쁘지 않은 여자가 받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사회적인 대접은 천양지 차이다. 아침에 일어나 집밖을 나서기 전 잠시 시간을 투자하여 하루 종일 자기를 대하는 사람들이 몇 배나 친절하고 정감 있는 대화를 제공해준다면 그만한 투자의 가치가 확실히 보장되는 것이 얼굴의 화장이다. 사실 화장은 일종의 능력치 상승 아이템과 비슷하다. 간단하게는 깔끔하고 단정해 보이는 화장에서, 자신의 장점과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화장, 그리고 최종단계인 전위예술이 있다. 넓은 뜻으로는 무대분장도 아우른다. 피부가 깨끗하고 호감형인 얼굴을 대하면 상대적으로 상냥해지는 건 인간으로써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하다. 좋든 싫든 사람들은 세상을 시각적인 면에서 가장먼저 받아들이며, 따라서 상대를 판가름할 때에도 눈으로 보이는 것 즉 외모, 그중에서도 얼굴형에 따라 상대의 이미지를 판단하는 습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화장을 안한 쌩얼보다 화장을 해서 좋은 대우를 받다보면 화장을 안하고 쌩얼굴로 나가는 것이 두려워지는 순간이 온다.
그런데 진짜 미인은 화장을 하지 않은 쌩얼의 얼굴모습이 진짜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화장품을 발라서 얼굴을 예쁘게 꾸미는 것, 잘하면 10년 이상 젊어지게 만들 수 있는 마법, 정도가 심하면 변신 수준의 흑 마법이 되는 경우도 있다. 없는 콧대를 만들기도 하고, 눈의 크기마저 변화시킨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의 눈두덩이와 입술만 보고서 화장을 하지 않았다고 굳게 믿었다가 신혼여행 다음날 아침, 아내의 쌩얼, 실체를 보고 뒤로 나가자빠졌다는 실화도 있을 정도로, 여자의 화장은 완전한 변신술의 일환으로 남자들에게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인, 수박 겉핥기식으로 번지르르한 외모와 화장한 일상의 얼굴만 봐가지고는 실체를 파악할 재간이 없는 수수께끼 인간들이다. 그래서 화장 자체를 아예 ‘거짓말과 다름없는 행위’라며 저주하는 남자들도 있다. 어쨌거나 여자들에게는 화장이 필수 행위이다. 그러나 너무 요란하고 진한 화장의 얼굴은 오히려 효과를 반감시키며 혐오감을 주기도 한다.
특히 가정주부들의 진하고 요란스런 화장은 남자들에게 선입감이 ‘저 여자 옛날에 화류계출신의 여자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술집에서 술시중을 들어주는 기생의 얼굴 같기도 하며, 또 한편으로는 삼류급 배우의 익숙하지 못한 무대화장을 보는 것처럼 역겹게도 느껴진다.
무릇 여자란, 멀리에서 몸 전체를 바라보아야만 그 진가가 발휘되는 법이지만 그렇다고 가까운 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해서 여자들이 화장을 하는 당위성이 성립되는데 그것이 어떤 느낌으로 타인에게 비춰지느냐가 중요하다. 아이들의 순진하고 순수한 꾸밈없는 웃음처럼, 피어오르는 비누 거품 속에서 금방 몸을 씻고 나온 여인은 모든 남자들을 황홀하게 만든다. 더러운 먼지와 때는 물론, 마음속 구석구석까지의 불순하고 더러운 때까지도 씻겨진듯한 그 청결한 모습, 요컨데 화장을 하기직전의 목욕 후의 깨끗한 여인의 모습은 모든 남자들이 다 좋아한다. 화사한 가을햇볕이나 한겨울 훈훈하게 달아오른 난로 곁에서, 혹은 5월의 싱그러운 벚꽃나무그늘 아래서 방금 감고나온 젖은 머리칼을 털면서 손질하며 말리는 여인의 모습은 상상만해도 신선미를 주며, 여인의 고유 아름다운모습을 그대로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럴때 그 옆을 지나는 남정네들은 코를 벌름거리며 여인의 비누냄새 섞인 그윽하고 향기로운 체취와 검은머리에 가려진 하이얀 여인의 얼굴을 훔쳐보며 황홀감에 도취된다. 이것이 여인들만이 갖고 풍겨주는 고유의 매력이자 아름다움이다. 여인들의 아름다움은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이것역시 여성만의 아름다운 고유의 향기로운 모습이다.
나의 어린 시절, 시골 나의 고향마을 교회에는 어느 날 서울에서 여학교를 갓 졸업하고 고향에 내려와 쉬면서 부모님의 가사일을 돌봐주며 시집갈 준비를 하고 있는 젊고 예쁜 여선생님 한분이 주일학교 선생님으로 오셨다. 이름은 조미희선생님이라고 하는데, 이름만큼이나 외모도 예쁘고 자상하며 주일학교 어린이들에게는 인기 만점이었다. 풍금도 잘치고 노래솜씨도 뛰어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성경말씀은 물론 찬송가나 동요, 민요 등을 가르쳐주고 가끔은 클레멘타인 같은 외국의 명곡도 가르쳐주었다. 여름 성경 학교때는 꼬마들이 모여 가끔씩 선생님의 집에 그녀가 살고 있는 방으로 놀러가곤 했는데, 선생님의 방에서는 항상 장미향과 아카시아 꽃 향기를 배합한 듯한 꽃냄새 향기가 언제나 코끝을 자극했다. 우리들이 보기에 선생님은 도통 화장을 하지 않았다. 남자애들이 보기에는 그랬다. 그러나 너무나 예뻤다. 여자들의 화장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꼬맹이 초등학교 시절이라 여선생님이 화장을 했는지 안했는지도 모르고 지냈는데, 내 나이 또래의 계집애들은 진작부터 관심을 갖고 선생님은 전혀 화장을 안 하신다고 재잘대고 있었다.
그 당시 그 여선생님은 여자 꼬맹이들의 우상이자 미래의 희망상이었다. 선생님이 전혀 화장을 하지 않는 이유는 선생님이 너무 잘 생기고 예뻐서 화장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는가하면, 선생님은 화장을 하면 얼굴에 뾰록지가 나서 화장을 안 하신다고 어른다운 말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선생님의 얼굴을 자세히 관심 있게 살펴보게 되었다. 열한살된 소년의 눈에도 여선생님은 정말로 예쁘고 얼굴에는 티하나 없는 곱고 하얀 피부의 선녀나 천사같이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스무살에 차오른 꽃다운 나이인데, 나이답지 않게 솜털이 보송보송 얼굴에 돋아났고 면도로 밀어내지도 않은 그 순결한 모습은 더욱 우아하고 순수하며 청아해보였다. 나는 이제껏 살면서 보았어도 화장을 안한 여인의 모습으로는 내가 어릴때 보았던 주일학교 여 선생님처럼 예쁘고 청순한 여인은 한번도 보지를 못했다. 서울로 유학을 오기 전 어느 해 가을 먼지 나는 신작로 길을 털털거리는 완행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버스 안에서 그 여선생님을 만났다. 좋은 남자를 만나 청주에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며, 마침 친정에 다니러 오는 길이라고 했다.
버스 안에서 만난 선생님은 젖먹이 아이를 안고 계셨다. 선생님의 얼굴을 보았다. 옛날과 달리 입술에는 립스틱이 연하게 칠해져있었고 얼굴에는 화장을 분명히 했는데 은은한 화장술에 분별을 못하겠다. 선생님의 몸에서는 젖비린내 비슷한 냄새와 함께 옛날의 장미꽃과 아카시아 꽃을 배합한 듯한 향기의 냄새가 아닌, 엷은 샤넬향수 비슷한 향기의 냄새가 풍겼다. 현재 중학생의 눈에 비친 옛날의 선생님, 그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이제는 어엿한 한사람의 엄마로서 아기를 안고 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 이렇게도 숭고하고 우아하고 아름답게 보일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미치니 참으로 감개무량했다.
옛날 처녀시절, 모딜리아니의 여인처럼, 그리고 목이 긴 사슴처럼 가녀리고 애띄여 보이는 모습과 긴 머리칼은 사라지고 약간은 살이 쪄 보이고 도톰해 보이는 볼과 잘 익은 능금 같은 홍조 띈 건강한모습의 미소띈 얼굴은 차창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의 밝은 그림자 속에서 눈부시어 눈 못 뜨는 내 가슴을 존경감과 아울러 성숙한 여인의 모습과 사랑스러운 아기엄마의 모습이 함께 오버랩 되어 가슴속에 큰 감명을 안겨주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처녀가 성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변화되어 나타난 모습을 볼 때, 여인들은 때로는 이렇게도 아름답게 변화되어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화장을 안하던 여인, 마음과 몸 전체를 인간미 넘치는 성숙미로 화장을 하여 아름다움으로 변화된 여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햇살처럼 빛나는 그녀, 여선생님의 모습에 고개를 숙이고 버스에서 내렸다. 여자들은 꼭 화장을 해야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을 느끼고 배울 수가 있었다.
문필가(탬파거주)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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