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 기행문<22> Badlands National Park(배드랜드 국립공원)

김명열 기행문<22> Badlands National Park(배드랜드 국립공원)
여행작가 및 칼럼니스트 / myongyul@gmail.com

우리 일행은 Wall 동네에 들어가 이곳저곳을 두루두루 구경하고 살펴보았다. Wall Drug store 에 들려 몇 가지 기념품을 사고 커피와 음식들도 맛보았다. 월 드럭 가게 및 월 마을의 동네를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장사가 잘될 수 있는 대 도시에서 약국 개업을 포기하고 이처럼 황량한 사막 같은 초원지대에서 Drug Store를 개업한 약사 Ted Hustead의 기발한 개척정신과 그의 아내 Dorothy의 내조가 돋보이는 성공사례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들이 많다고 생각되었다.
또한 미지의 고생길이 훤한 황량한 도시 Wall마을, 그곳에 가는 것을 반대하지 않고 남편의 의견에 따라주고 잘 내조해준 그의 아내 도로시의 순종하고 협조하는 착한마음이 돋보이는 그런 이야기들이 우리의 가슴을 따듯하게 해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월 드럭 마을을 뒤로하고 우리는 Badland National Park으로 향했다. 배드랜드 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하나있다. 1990년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했던 Dance with Wolves(늑대와 함께 춤을)의 주 촬영지였던 곳이 바로 이곳 Badlands이다. 별로 볼 것이 없어서 황량함, 그 자체가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악조건의 대지, 이곳은 오글라라 수우 인디언의 말로 Mako Sica라 부르는 곳으로 Mako란 땅(Land)이고 Sica란 나쁘다(Bad)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1880년대 서부의 신천지를 찾아 떠난 개척자들이 지나던 길(Oregon Trail)이며, 서구인(백인)으로 최초 등반한 프랑스계 캐나다인은 이곳을 가로 질러가기에 너무나 나쁜 땅(Bad Lands to travel across)이라는 말을 붙였다고 한다. 그래서 배드랜드라는 말이 생겨났나보다. Badlands 국립공원은 크게 두 지역으로 나누어져있는데, 우리는 90번 하이웨이에서 Exit 110으로 나와 월 드럭 마을을 구경하고 240번 남쪽방향 길로 들어섰다. 배드랜드 국립공원입구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공원 속으로 들어와 보니 끝없이 넓은 광야와 계곡의 연속, 풀포기 나무 한그루 자라지 않는 척박한 대지 위 고요함의 극치…….강은커녕 냇물이나 작은 호수 하나 없는 거치른 황야….. 이곳은 지금도 매년 1~6인치정도로 침식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배드랜드 국립공원은 원래 얕은 호수로 덮여있던 내륙 해에 속하는 지역이었는데 약 6천5백만 년전에 로키산맥이 융기되면서 이곳에서 멀지않은 서쪽에 지금의 Black Hills가 생성되었으며 이 블랙힐스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흙과 모래자갈 등을 밀고 내려와 수백만 년이라는 오랜 세월에 걸쳐 1500피트 두께의 침적물을 이곳에 쌓았다고 한다. 하지만 Black Hills를 침식시키면서 흘러내려오는 강물은 그 방향이 일정하지 않고 수시로 코스를 바꾸기 때문에 때로는 모래와 흙을, 때로는 썩은 동물들의 시체나 풀, 나무조각 따위를 밀고 내려왔으며 오늘날 볼 수 있는 각가지 색의 줄무늬 언덕과 계곡이 형성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6천5백만년전에서 2천만 년 전 사이의 침전물을 안고 있는 방대한지역이 점차로 융기되면서 그 자체가 불과 바람의 침식대상이 되었다. 현재 미조리강의 지류에 속하는 세줄기의 강물에 의하여 이 지역의 산야가 계속 깎여내리고 있는데, 특히 배드랜드를 침식하고 있는 White River의 강물은 이 때문에 항상 짙은 회색빛을 띄고 있다고 한다. 원래 침식작용이란 깎아내리는 작용인데 단단하지 않은 것은 침식의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그로인해 배드랜드의 경우 1년에 1인치정도, 그리고 가느다란 첨탑들은 매년 6인치정도가 깎여나간다고 한다. 그래서 공원의 관계자는 방문자들에게 절대로 절벽의 가장자리에는 가지 말라고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보기보다 단단하지 않아서 어느 곳은 사람의 체중도 감당하지 못해 무너져 내리는 수가 있어서 자칫하다간 수십길 절벽에서 떨어져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곳의 지층, 이곳저곳에서는 다양한 화석이 발견되는데, 이곳에서 발견된 화석들은 약 8천만 년 전, 후의 고대 해양 동물에서부터 2천만 년 전까지, 많은 고대 생물들이 살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이곳에 침식이 계속 진행되는 과정에서 많은 고대동물들의 화석이 표면에 노출되기도 하는데 특히 3천만 년 전에 멸종된 동물들의 것이 수없이 발견되어 지질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1965년에 화석수집을 위한 대대적인 탐사가 이뤄졌는데 이때 발견된 화석의 수가 5천개정도나 된다고 한다. 이때 발견된 많은 양의 화석들이 래피드 시티에 있는 더 져니 박물관에 보관, 전시되고 있다.
경치 좋은 명승지는 본래 주인이 없어 누구나 자유롭게 찾아 즐겨 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중국의 시인 백거이는 말했다. 승지본래무정주(勝地本來無定主)라는 말이 위의 내용의 말이다. 결론적으로 자연은 인위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되고, 무소유의 자연 그대로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곳 배드랜드 국립공원은 개인의 소유가 아닌, 모든 사람이 누구나 자유롭게 보고 즐길 수 있는 국립공원이 되었는지 모른다.
무소유의 이곳, 배드랜드 국립공원, 말을 타거나 걸어서이거나 어쨌거나 가로질러서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힘들고 악조건인 이곳, 그래서 나쁜 땅이 되어버린 이곳을 오늘날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볼거리, 즐길 거리를 제공해주는 좋은 땅(Good Lands)이 되어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이곳을 찾아 자연의 신비함을 견학하고 풍수(바람과 물)로 인한 조각품들을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우리 일행이 배드랜드 국립공원 곳곳을 둘러보는 동안 곳곳 여러 장소에는 각종 동물들이 출몰하여 자기들을 쳐다보는 관광객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오히려 사람들을 신기한 듯 곁에까지 와서 쳐다보기도 하였다. 특히 사슴들은 사람들에게 길들여졌는지, 자동차가 다니는 길거리로 나와 여러 마리가 떼지어 어슬렁거리며 도로 위를 활보하고 있었다. 이어령 교수는 말하기를 ‘영아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늘 보는 일상적인 풍경도 전혀 색다른 감각의 공간으로 느껴질 것이다’라고 했듯이 나 역시 이번 여행에는 그러한 마음과 눈으로 자연의 아름다움, 신비함, 광활함, 장엄, 불가사의, 신의 조화 등의 시각과 느낌으로 모든 사물들을 피부로 느껴보았다. <1047>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