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은퇴 후의 노년 인생

<김명열칼럼> 은퇴 후의 노년 인생
[2016-10-18, 14:22:15]
얼마 전 어느 책의 구절에서 읽은 내용으로 ‘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라고 써있는 부분이 기억난다. 이 내용을 접하고서 처음에는 쉽게 동의가 되지 않았다. 글을 쓴 그분의 연세가 90이 넘으신 분이라서 그렇게 생각을 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나이가 들어 은퇴생활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의 입장에서 숙고해보니 이해가되는 말이었다.
60세 이전에 자기만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사회인으로, 직장인으로, 가족의 일원으로 사는 게 보통이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의 삶’이야 말로 진정한 삶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지 않으니 바쁠 일이 없고, 자기에게 맡겨지거나 주어진 하루의 일과가 없으니 서두를 것도 없으며, 거기에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 그야말로 ‘나만의 삶’일수밖에 없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60~75세를 인생의 황금기라고 한 것은 타당해 보인다.
각자 개인차는 있겠지만 아직은 인간관계나 경제적인 문제만 없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이세상은 그렇게 나의생각처럼 녹록치가 않다.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고 의학문명이 발달되다보니 이제는 100세 시대를 운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인세대들을 주제로 쓴 글이나 기사들은 부정적인 내용들이 너무나 많다. 노인 자살률 세계1위, 폐지나 빈병을 줍는 노인, 갈수록 어려워지는 노인취업, 노인범죄, 홀로 사는 노인들의 성욕구 해소문제, 노후의 생활문제 등등 100세 시대가 축복이아니라 오히려 힘들고 어려운 고된 종살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건강과 경제적 뒷받침이 없는 노후생활은 결코 즐거워하고 반길 일만은 아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노인들의 자살이 바로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의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고령자통계 자료를 보면 55세 이상 고령층인구 10명 가운데 6명은 ‘앞으로 일하고 싶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을 원하는 주된 이유는 생활비 보탬 58%이었다. 그밖에 일하는 즐거움 34.9%, 무료해서 3.4%, 사회가 필요로 함 2.2%, 등이었는데, 여기의 핵심은 돈 문제다. 노후의 생계비 걱정 때문에 은퇴 이후에도 일손을 놓지 못하는 셈이다. 우리가 살아가다 나이가 들어 늙는다는 것은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늙는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자연현상이다. 지금의 어린이나 젊은이, 그리고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들 중에서 늙지(시들지)않는 것은 없다. 젊어서는 용기, 늙어서는 지혜를 그리고 취미생활의 즐거움을 누리고 노년기에는 존경스러운 모범을 보이자면 심신의 건강과 경제적인문제가 뒷받침돼야한다. 백년을 사는 시대가 되다보니 살아온 날들보다는 앞으로 나머지 인생후반기 석양 길을 살아가기가 더 걱정스러운 세상이 돼버렸다.
한국의 물리학자 장회익(77)씨는 자신이 꿈꾸는 노년을 다음의 세문장으로 요약했다.
(1)마지막 날까지 보람된 하루를 보낸다. (2)마지막 날까지 건강을 유지한다. (3)마지막 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이제 떠나는 것이다.
이러한 사항은 누구나 다 희망하고 바라는 사항이지만 제대로 실천을 하기란 쉽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웰빙(Well-being)에 이어 웰 다잉(Well-dying)의 시대가되었다. 잘 늙는 것 만큼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죽으면 잘 죽는 것일까?. 흔히 옛사람들은 집 안방에서 잠자다가 죽는 것이 최고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요즘의 대다수노인들은 요양원이나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 것이 보통이다. 게다가 노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중증질환, 특히 치매나 암 같은 질환에 걸려서 아름답지 못한 상태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보통이다. 심지어는 인공호흡기 등의 특수 장비에 의존하여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인해 과중한 의료비부담으로 국가에 손해를 끼치고 가족까지 경제적인 고통을 겪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내가 아는 어느 지인은 암으로 투병을 오랫동안 해왔는데 병세가 악화되자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조용히 이 세상을 떠나간 사람도 있다. 한국에서는 금년 초에 웰다잉(Well-dying)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고 한다. 환자나 가족이 사전에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의사를 밝힐 경우 이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의학과 의술이 발달되고 수명이 연장되어 백세시대, 고령화시대를 맞아서 잘 늙는 것만큼 잘 죽는 것도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나무는 자랄수록 커지고 풍성한 자태로 아름다운모습을 갖춘다. 하지만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초라해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노인일수록 초라함이 아닌 고고함을 지닐 수 있도록 용모를 단정히 가꾸어야한다. 그리고 옷이나 몸도 청결하게 신경을 써야한다. 아울러 노인이되어서는 가족이나 친구, 아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는 존재가 된다면 품위를 지킬 수가 없다. 그 품위를 지켜가기 위해서는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항상 조급함을 버리고 관대하고 낙천적인 성격을 갖도록 노력하며 완고하고 편협해지는 옹졸함도 버려야한다. 무언가 아쉬움이 있어도 관대한 모습을 보이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너그럽게 웃어넘기는 여유를 가지면서 살아가야한다. 이상과 같이 노년의 지혜로 노년을 살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과 행동을 실천하려고 조금씩 노력을 한다면 분명 얼굴에는 주름이 많더라도 마음에는 주름이 적은 아름다운노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늙었다는 생각은 버리고 이제부터 황금기라고 생각하고 인생의 계획을 세워야한다. 과거가 가족을 위한 희생의 시기였다면 이제부터는 자신을 위한 삶을 즐기는 시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노년에서 참되고 복된 인생의 보람을 찾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노후를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1043>
문필가(탬파거주)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