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 “사색의 인간”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푹푹 쩌 대며 옷깃에 스며드는 땀으로 불쾌지수를 높였던 삼복더위도 이젠 저만치로 떠나갔고, 삼복(三伏)이라하면 가을의 기운이 세 번이나 이 여름의 더위에 굴복한다는 무서운 더위의 상징이었던 그 무더운 여름이 이제는 내년을 기약으로 우리의 곁을 완전히 떠나갔다.
이젠 고추잠자리의 군무가 시작되고, 애처롭고 가냐린채 긴 허리를 바람결에 흔들거리며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가을의 소식을 전하는 전령의 대명사 코스모스가 화사한 웃음으로 우리에게 미소를 전하는 가을들머리이다.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책읽기에
도 좋은 계절이 되었다. 독서를 하며 지식을 얻고 생각하며 판단하고 자기의 주관에 앞으로의 갈 길을 계획하는 올바른 사색을 통하여 지혜를 구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을 해본다. 공자는 논어에서 “배우고도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하고도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고했다. 이 아름다운계절 가을, 모든 것이 풍요롭고 결실을 맺는 이런 계절에 지혜를 얻기 위해 생각하고 지식을 쌓기 위해 읽어보는 독서는 두개의 수레바퀴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독서 없는 사색은 독단에 빠지기 쉽고 사색이 없는 독서는 지식의 과잉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책을 통하여 새로운 지식을 얻고 사색을 통해 제 발로 서는 것이 올바른 사색일 것이다.
괴테는 사색하는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행복은 탐구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탐구하고 탐구할 수 없는 것을 조용히 우러러 보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생각을 하지 않는 동물은 인간일리 없고, 인간들 중에서도 생각하지 않는 인간은 “참인간”이라고 할 수 없다. 그만큼 인간은 이성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지적능력을 갖고 있다. 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생각 뒤에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생각과 행동, 이 두 가지는 언제든지 함께 가야할 인간으로서 갖추어야할 기초이다. 이를 잘 조화시킴으로써 우리는 올바르고 참되며 멋진 삶과 인생을 살아야겠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그러나 아침새벽 첫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누비는 사람과 하는 일이 없이 좁은 방구석에 처박혀서 하루 종일 딩굴딩굴 둥글며 지지고 볶는 인생은 분명 다르다고 인정을 해야 한다. 같은 시대 같은 하루를 살기에 그들과 다를 바 없다고 그가 말한다면 그것은 분명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나와 다른 사람인가? 아니다. 다를 바 없다. 스스로 다른 삶을 사는 그들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비교의 마음으로 내 생활은 비참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하는 나의 부족함이다. 우선 나를 사랑하고 그들의 모든 장점과 행동, 사고, 지혜, 판단력, 등등을 면밀히 검토, 분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깊이생각하고 성찰하고 반성하며 언젠가는 그들로 인해 나의 불완전함이 빛을 발하여 성숙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려면 나 자신이 많이 생각하고 사색하고 그 속에서 심오한 지혜와 결단력을 생성해 내야한다. 우울한사람들은 (나는 무가치한 존재이다. 나는 무능하다. 나는 못났다. 인생은 허무하다)등등의 부정적인생각을 만들고 그것을 사실처럼 믿는다.
이것은 객관적인사실이 아니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만한 경험이나 근거도 많으나 그것은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에 부합하는 경험만을 중시하고 신념을 강화하다가 심해지면 자살을 하기도 한다. 이것이 착각적인생각을 실제로 믿고 스스로가 속아서 현실을 왜곡하게 되는 정신과 영역에서 대표적인 예이고 이것을 수정하도록 하는 치료가 인지심리치료이다.
사람들은 감정에 사로잡히고 생각에 속으며 살아간다. 생각은 인간이 만든 개념을 가지고 나의뇌가 만들어낸 것이지 실재 자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자각은 우리를 착각적인 삶에서 벗어나게 하는 아주 중요한 자각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의 인생을 보다 깊이 있게, 보다 알차고 보람 있게 만들기 위해서 사유할 줄 아는 일이 필요하다. 힘이 센사람, 지식인, 재주꾼, 활동가, 지도자, 문학인등이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 그 바탕에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더욱 필요하다.
예수님께서 어느 때 우리들 인간의 삶에 대한 아주 중요한 말씀을 하셨다. (들에 핀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보라)고 하셨다. 피어난 백합화 한송이를 무심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별것이 아닐지 모르지만 그것을 놓고 생각해보는 사람에게는 그 속에서 값진 것들을 찾아낼 수 있다. 거기에는 자연과학도, 생물학도, 예술과 문학도, 시(詩)도, 사상도, 종교도, 인생의 진미도 숨겨져 있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하는 사람, 그가 과학자가 되고 발명가도 되며, 시인도, 문학가도 되고, 그리고 철학을 겸비한 사상가나 신앙인, 종교가, 또한 훌륭한 봉사자나 지도자도 되는 것이다. 프랑스의 앙리 파브로는 곤충의 세계를 살펴보고 그 생각을 정리한끝에 위대한 학문을 성공시켰을 뿐 아니라 그 배후에 작용하는 창조주의 놀라운 솜씨를 발견하고 경의와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스페인사람은 자기 국민성의 약점을 말하느라고 이처럼 표현했다. (영국인은 걸으면서 생각하고, 프랑스인은 생각하고 나서 뛴다. 그런데 스페인사람은 뛰고 나서 생각한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보일까? 하고 생각을 해보니 쓴웃음이 나온다.
요즘사람들은 사색을 싫어하는 것 같다. 사색은 번민이나 공상과는 다르다. 공상은 흐트러진 생각이고, 정신의 소모와 낭비이지만, 사색은 삶의 깊이를 파악하고 보려는 마음이다. 착잡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의 모든 것들을 혜치고 그 밑에 흐르는 영원한, 참된 선(禪)에 접근하려는 탐구이고 창의이며 수도적인 노력이다. 사색이 빈곤한사람에겐 화제가 없다. 저급한 농담이나 고집이나 아집이 있을 뿐이다. 거기에서 값진 인생이 창조되고 영유될 리가 없는 것이다. 나를 돌아보게 하고 우리의 인생이 무엇인가 생각하게해주는 이 가을에 촛불을 밝히고 깊은 사색에 잠겨보는 것도 좋으리란 생각이 든다. myongyul@gmail.com <994/0930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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